[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물을 마시면 왜 갈증이 바로 사라질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물을 마시면 왜 갈증이 바로 사라질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6.25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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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등산이나 운동 중에 심한 갈증을 느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갈증은 우리 몸에 수분이 부족하다는 증상이자 탈수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다. 하지만 물을 마시자마자 흡수도 되기 전에 갈증이 사라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갈증은 체액이 부족해지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체액부족이나 손실로 탈수에 빠지거나 탈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디움(나트륨) 같은 전해질의 농도가 일시적으로 높은 경우에도 갈증이 나타난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리거나 너무 짜게 먹어도 갈증이 난다.

탈수 때문에 생명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응급상황 알람벨’ 갈증은 신기하게도 물을 한 모금 마시자마자 곧바로 사라진다. 수분이 대장으로 흡수되기도 전에, 즉 체액이 보충되기도 전에 뇌는 갈증을 통한 응급신호를 멈춘다.

갈증은 뇌의 갈증중추 뉴런에서 나타나는 전기적인 신호다. 수분이 구강으로 들어오자마자 흡수되기 전에 갈증이 사라지는 것은 구강 내에는 ‘수분(물)’을 감지하는 감각수용체가 있고 이것이 곧바로 뇌의 갈증중추에 전달돼 활성을 차단시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해주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탈수와 무관하게 입안이 촉촉하면 갈증을 덜 느끼고 입안이 건조한 경우는 갈증을 더 심하게 느낀다. 사실 침도 갈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침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수분이 아니고 체액의 일부이기 때문에 아무리 분비된다해도 탈수에 도움되지 않지만 신맛을 떠올렸을 때 입안에 침이 고이면 갈증이 줄어든다.

물을 마시자마자 갈증이 사라지는 것은 ‘이제 물을 찾았고 물을 계속 마실 수 있을 것이다’라는 심리적인 안도감이 작용하는 것 같다. 뇌의 경험적 착각에 의해서 설령 물을 계속 마시지 못하더라도 일단 물이 입에 들어오면 갈증은 멈추는 것이다.

바닷물이나 소금물도 오히려 전해질불균형을 심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갈증을 증폭시키지만 일시적으로나마 갈증을 멈춘다. 그래서 바다에 표류 중인 경우 마실 물이 없고 갈증이 극심할 때 한두 번 정도는 어쩔 수 없이 바닷물에 입을 댄다고 한다.

배고픔도 마찬가지다. 보통 먹기 시작해서 20분 정도 지나야 포만중추가 활성화된다고 하지만 ‘아 배불리 먹었다’라고 느끼기 전에 식욕중추의 스위치는 미리 꺼진다. 갈증중추와 마찬가지로 ‘이제 음식이 들어 왔으니 배불리 먹겠구나’라는 뇌의 경험적착각이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심하게 허기질 때 음식을 몇 번 씹기만 해도 배고픔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갈증은 구강 내 수분뿐 아니라 ‘냉감’ 감각수용체에 의해서도 줄어든다. 실제로 작은 얼음조각이나 차가운 금속 막대를 물고 있어도 갈증은 일시적으로 사라진다. 얼음조각에는 어느 정도 수분이 있지만 수분과 함께 얼음의 ‘찬 자극’이 시너지효과를 낸다. 실제로 병원에서는 금식 중인 환자에게 수액공급이 되고 있음에도 나타나는 구강 내 갈증을 줄이기 위해 얼음을 물고 있게 한다.

이의 증거로 수분이 전혀 없는 차가운 금속막대를 입안에 머금고만 있어도 갈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찬 자극이 갈증을 줄이는 이유는 경험적으로 마셔왔던 자연 상태의 물의 온도를 체온보다 차갑게 느껴왔기 때문일 수 있다. 갈증이 있을 때 시원한 생맥주, 냉커피, 아이스크림 등이 결과적으로 갈증을 심하게 만들지만 일시적으로 갈증을 줄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갈증은 탈수의 신호지만 사라졌다고 탈수가 회복됐다는 것이 아니다. 탈수가 회복된 이후 갈증이 사라진다면 신호가 전달될 직전까지 마신 물의 양이 너무 많아 부종에 시달리고 콩팥기능도 망가질 것이다. 따라서 물을 입에 넣자마자 갈증을 멈추는 뇌의 ‘착각’은 효율적인 탈수 방지시스템으로 여겨진다. 뇌는 어리숙한 것 같지만 마치 경험이 풍부한 지혜로운 노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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