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는 ‘갱년기 발한’과 ‘안면홍조’로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갱년기 여성이 많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얼굴에 땀이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흐르고 붉어지는 증상도 심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내원한 40대 후반 여성도 약 1년 전부터 시작된 갱년기증후군에 고통받는다며 병원을 찾았다. 은행텔러로 일하는 그는 갱년기증상이 직장생활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한번은 얼굴의 땀을 티슈로 급하게 닦다 손님으로부터 ‘얼굴에 휴짓조각이 묻어있다’는 이야길 듣기도 했다. 반복되는 상황에 결국 한방병원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갱년기를 겪는 40~50대 여성들은 온몸에 퍼지는 열감 때문에 한여름이 괴롭다. 난소가 노화하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갱년기는 ‘알고 있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존재’다. 완경에 이르기 전 호르몬변화를 겪는 몸은 다양한 증상을 내보내는데 이를 ‘갱년기증후군’이라 부른다.
사람에 따라 이 시기를 잘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교정이 필요하다. 갱년기를 경험한 여성의 약 20%는 심한 고통을 호소한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대표적인 갱년기증후군이 발한과 안면홍조다. 가만히 있어도 어느새 얼굴에서 땀이 쏟아져 여름철엔 땀 때문에 화장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런 증상은 밤에 더 심해진다. 자기 전에 온몸에 열감이 크게 오르며 얼굴까지 뜨거워진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매일 반복되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특히 이러한 증상이 갱년기증후군인 줄 모르고 피부과를 찾는 여성도 있다.
이런 증상은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며 생기는 것이다. 피로감, 불안감, 우울감, 기분장애, 기억장애, 불면증 등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갱년기증상은 완경 약 1~2년 전부터 시작돼 완경 후 3~5년간 지속된다.
단순한 몸의 변화뿐 아니라 호르몬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감정변화도 극심하다. 따라서 가족들의 이해가 없으면 극복하기 어려워진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엄마가 부쩍 짜증이 늘었네’, ‘아내가 요즘 기분이 널뛰는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갱년기증후군을 의심해야한다.
갱년기증후군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완화된다. 하지만 증상이 약 3~5년간 지속되면 해당 기간 내내 고통받기 십상이다.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 의료진은 갱년기증후군이 심하다면 전문치료를 권한다. 이 시기에 제대로 대처해야 편안한 장년기를 계획할 수 있다. 100세시대인 만큼, 폐경기 이후의 삶도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갱년기증후군을 겪는 여성 중에는 한방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방암 등 여성암 가족력, 자궁근종 등 질병이력으로 호르몬제제를 복용하기 부담스러운 여성들은 더욱 그렇다. 한방에서는 호르몬제 대신 체질 및 건강상태에 따라 다양한 갱년기증상에 맞는 처방을 통해 무너진 신체균형를 되찾아주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광동한방병원 오행센터의 경우 갱년기클리닉을 운영하며 심신안정을 도모하는 다양한 한의학적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양방협진도 가능하다.
치료의 기본은 탕약복용이다. 한약을 복용함으로써 전신균형을 맞춰 안면홍조, 가슴답답함, 수족냉증 등을 빠르게 완화해준다. 체내에 갇힌 열을 내려줄 수 있는 체액을 보충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수승화강’(水昇火降)으로 상부의 열을 끄고 하부의 자궁 및 신장을 보해 갱년기를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게 돕는다. 이후 증상에 따라 침, 재생침, 청뇌침, 온향요법, 두한족열요법, 한약좌훈요법 등 갱년기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치료를 받았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환자 스스로도 갱년기증상을 무던히 넘어갈 수 있도록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한다. 무더운 날씨엔 자극적인 카페인음료·아이스커피보다 시원한 물, 콩물, 석류, 오미자즙, 칡즙, 블랙 코호시 같은 건강식품도 적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