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있는 집에서 자란 강아지들은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었다. 집안에서 호사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자유롭게 다른 집 강아지들과 어울리고 발정기에 연애도 맘껏 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몸은 좀 불편해도 속은 편하게 살았다.
도시 강아지들은 대다수 아파트에서 산다. 물론 맛있는 음식도 맘껏 먹고 아플 땐 동물병원에서 치료도 적극적으로 받는다. 하지만 다른 집 강아지와 사교하기 어렵고 발정기가 찾아와도 참고 살아야 한다. 불가피하게 개들의 공동체에서 단절되는 것이다.
강아지의 발정기 스트레스는 심각하다. 수컷은 천진난만한 성격을 벗어던지고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짝짓기욕구를 해소하려고 보호자의 다리나 베개 등을 잡고 일명 붕가붕가(마운팅)를 한다. 보호자는 당연히 보기 안 좋다며 못 하게 한다. 자연히 강아지의 스트레스는 팍팍 쌓이기 마련이다.
최악의 경우 발정기스트레스로 인해 집을 뛰쳐나가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아파트에 사는 강아지는 가출 후 집을 찾아올 확률이 무척 낮다. 실제로 유기견 중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은 수컷은 참 많다.
암컷은 1년에 두 번 정도 발정기가 온다. 교미에 성공하지 못하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상상임신을 할 수도 있다. 강아지는 사람과 달리 폐경이 없으니 삶이 다 할 때까지 겪어야 한다. 특히 노령견의 경우 발정기스트레스가 훨씬 부담스럽다.
해결방법은 명확하다. 2세 계획이 없다면 중성화수술을 해주는 것이다. 반려견의 자연스러운 생식능력을 없애는 방법이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성화수술은 단순히 발정기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러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사실 이 부분이 필자 같은 전문가가 ‘중성화수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주장하는 이유다. 수컷은 고환암, 생식기돌출증,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종양 등 생식기관련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암컷은 대표적으로 자궁축농증, 유선종양을 예방할 수 있다. 두 질병 모두 상당히 치명적이다.
중성화수술은 수컷의 행동교정에도 효과가 있다. 수컷은 본능적으로 자기영역의 곳곳에 오줌을 싸는 마킹을 한다. 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라면 상관없겠지만 집안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소파다리, 문지방 등에 마킹을 한다. 오줌냄새는 강아지가 클수록 심해져 보호자를 골치 아프게 한다. 하지만 중성화수술을 한 강아지는 마킹하지 않는다.
이처럼 중성화수술은 반려견과 보호자의 상생을 위해 꼭 필요하다. 수술자체가 부담스럽다면 수의사와 상담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수술의 안전성과 수술적기 등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줄 것이다. 정리ㅣ양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