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 “현호야. 어떻게 하면, 너처럼 뽀얗고 찰진 피부가 될 수 있냐?“
현호 : “더 하얘지고 싶어? 좀더 ‘센’ 기능성 미백화장품으로 바꿔봐.“
지선 : “ 이번에 거금 주고 바꿨는데도 이 모양이야. 도대체 얼마나 독(毒)해져야하는 걸까? “`

그렇다. 미백화장품은 독하면 독할수록 우리가 원하는 만큼 큰 만족감을 준다. 동시에 피부를 가혹하게 혹사시키는 불편한 ‘독(毒)’이기도 하다. 

2016년 국내화장품 생산실적자료에 따르면 기능성화장품은 4조4400억원으로 전체 화장품시장 중 34%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기능성 미백화장품 판매액은 2016년 기준 5796억원이었다. 

2015년 3358억원 대비 62.9%나 성장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소비자들의 ‘미백’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미백화장품코너에서는 하나같이 ‘기능성 미백화장품’이라는 인증문구를 자랑하듯 써 붙이면서 일반화장품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제시, 응당 그만한 가치를 지불해야한다고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후반 법령이 개정되면서 미백화장품의 범위를 ‘미백, 주름개선에 도움을 주거나 피부를 곱게 태우거나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에서 염모제, 탈모방지제, 아토피피부의 건조함을 개선하는 제품 등 3가지 유형을 추가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미백화장품의 기능성인증기준에 별다른 것이 없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정한 미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고시원료를 배합하기만 하면 일반화장품에서 기능성화장품으로 순식간에 신분이 상승하는 것이다. 

이들 성분은 모두 8종으로 ‘닥나무추출물’ ‘알부틴’ ‘에칠아스코빌에텔’ ‘유용성감초추출물’ ‘아스코빌글루코사이드’ ‘나이아신아마이드’ ‘알파-비사보롤’ ‘아스코빌테트라이소팔미테이트’ 등이다. 이물질들을 이용해 각 성분에 따라 적게는 0.005%에서 많게는 5% 정도를 사용하면 기능성 미백화장품으로 인증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기능성화장품으로 인증 받기 위해서는 원료와 함량 외에도 안전성, 유효성검사 등 심사를 거쳐야하지만 일반소비자들이 동경하는 것처럼 기능성 미백화장품이라는 것이 실로 대단한 기술력이나 값비싸고 특별한 원료를 사용해 기능성을 인증 받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결국 기능성화장품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무한신뢰가 기능성화장품시장을 폭발적으로 확대시키면서 나아가 ‘기능성 미백화장품’을 내세워 무한미백에 대한 달콤한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백화장품은 다른 기초화장품들과는 달리 단순히 색소를 예방하는 성분 및 함량, 가격 등을 운운하며 접근하기보다는 더욱 근본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미백화장품의 순기능인 멜라닌(Melanin)억제기전을 이해한다면 참으로 ‘위험한 화장품’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태양의 가시광선을 흡수해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려는 우리 몸의 일반적인 반응이 멜라닌이다.  그런데 화학제를 통해 이러한 반응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과연 피부에 긍정적일까?  기능성화장품의 기준이 돼야 하는 ‘안전성‘은 온데간데 없다. 미백화장품이 왜 우리 피부에 불편한 ‘독(毒)’ 이 되는지 다음 칼럼에서 설명하겠다.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