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장마철에는 왜 관절통과 부종이 심해질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장마철에는 왜 관절통과 부종이 심해질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7.0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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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요즘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 관절이 아프고 몸이 부어오른다는 사람들이 있다. 비가 내리면 관절통이 심해진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회자돼 왔다. 그런데 왜 장마철에 유독 관절통이 심해지는 것일까.

‘동의보감’에는 ‘습이 뼈마디로 돌아다니면 온몸이 다 아프다’고 했다. 특히 비만인 사람 중 땀을 많이 흐린다면 더 몸이 무겁다고 느끼면서 관절통을 심하게 호소한다. 상대적으로 몸이 마르고 땀을 적게 흐리는 체질은 통증이 덜하다.

몸이 무거워지는 이유 중 하나로 습도가 너무 높아 땀이 증발되지 않는 것이 있다. 증발이 안 되면 땀은 피부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에 숨 쉬기도 약간 힘들어진다. 약간 과장해서 표현하면 마치 목욕탕에 온 몸을 담구고 있으면 숨을 쉬기 힘들어지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몸이 무거워지는 것뿐 아니라 습도가 높으면 혈액이 농축되고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혈압이 높아질 수 있다. 관절통, 근육통, 팔다리가 쑤시고 저린 증상에는 혈액순환장애가 통증악화를 유발한다.

고온다습할 때 땀을 많이 흘리면 체액손실로 인해 탈수가 유발되고 이는 관절통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관절연골에는 상당한 양의 수분이 들어 있는데 관절에 탈수가 일어나면 통증이 심해진다. 따라서 관절염환자가 습식사우나를 너무 오래 하면 관절통이 악화되는 경우도 흔히 나타난다. 이 경우 사우나를 하더라도 땀을 흘린 후 충분히 수분을 섭취해야한다.

장마철에 통증이 심해지는 이유는 습도뿐 아니라 기압도 연관 있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으면서 기압은 낮다. 보통 고기압일 때 날씨가 맑고 저기압일 때 비가 내린다. 어르신의 ‘비가 올려나 보다’라는 일기예보가 정확한 것은 습도보다는 기압이 낮아졌을 때의 신체적반응 덕분이다.

관절 안에는 ‘관절강’이라는 빈 공간이 있다. 하지만 기압이 낮아지면 관절강이 부어오르고 압력이 증가되기 때문에 통증이 심해진다. 예를 들면 지상에 있는 풍선보다 높이 올라간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이유는 기압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 팔다리가 쑤실 때 가볍게 주무르면 시원하다고 느끼며 통증이 줄어드는 것도 바로 외부압력을 높여 관절강압력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다리가 많이 아픈 경우 약간 크고 무거운 베개를 무릎이나 다리 위에 올려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장마철 기압이 낮아지면서 나타나는 또다른 증상으로는 부종을 꼽을 수 있다. 기압이 낮아지면 혈관도 확장되기 때문에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몸이 부어오른다. 고산지대에서 등산을 하거나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경우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특히 하지정맥류 환자들의 경우 다리가 더 심하게 부어오를 수 있다.

장마철에 관절통과 부종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내습도를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에어컨을 이용해 습도를 조절하면 차가운 기운이 통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삼가야한다. 대신 방안의 온도를 약간 높여 습도를 낮추는 것이 좋고 가볍게 실내에서 걷는 것도 방법이다.

장마철에는 일조량이 적어 우울감도 심해진다. 이는 통증의 역치를 낮춰 아픈 정도를 악화시킨다. 따라서 실내조명을 이용해 좀 더 밝게 해두는 것도 좋다.

이제 곧 따가운 햇볕과 함께 무더위가 찾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내리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인간의 간사한 마음을 뒤로 하고 장마철의 고통은 조금만 더 견디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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