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풀만 먹어도 코끼리처럼 살이 찔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풀만 먹어도 코끼리처럼 살이 찔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7.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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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살 때문에 샐러드 위주로 먹는 사람들을 보고 난데없이 코끼리를 들먹이는 사람들이 있다. 코끼리도 풀만 먹는데 살찐다면서 핀잔을 주는 것이다. 정말 사람도 풀만 먹는데도 살이 찔까.

코끼리는 대표적인 초식동물로 식물성먹이만 먹는다. 그럼에도 온 몸이 근육과 지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코끼리처럼 덩치가 큰 하마나 코뿔소도 그렇고 소, 양, 염소 등도 마찬가지다.

보통 이들이 느릿느릿해서 풀만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처럼 빠른 근육질 동물도 풀만 먹는 것을 보면 활동량과는 큰 상관이 없다. 대신 치아모양, 장의 구조 및 길이와 연관 깊다.

사실 잡초 같은 식물에도 영양소가 없는 것이 아니다. 몇 종류의 비타민과 미네랄도 존재하고 곡물에는 다양한 종류의 아미노산과 식물성 기름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식물만을 섭취해서 단백질과 근육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필수미네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잡초나 나뭇잎 등에는 필수아미노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초식동물 중에는 약간 부족해 보이는 식물만 먹이로 하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영양분의 소화, 흡수를 위해서 여러 개의 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소, 양, 사슴, 기린 등의 초식동물은 위장으로 삼켰던 음식물을 다시 게워내 되새김질한다. 이런 동물을 반추동물이라고 부른다. 식물성 먹이만을 섭취하지만 최대한 많은 영양소를 소화할 수 있도록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반추동물에 속하는 초식동물의 첫 번째 위인 ‘반추위’에는 많은 양의 공생미생물이 서식한다. 미생물들은 반추동물의 위 속에 살면서 식물성 먹이를 발효·소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게다가 동물성미생물들까지 소화시키면서 중요한 단백질공급원으로 이용된다. 별도로 단백질을 먹지 않지만 단백질이 섭취되는 것이다.

지방량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식물에는 세포벽이 있는데 이는 동물의 골격과 같은 역할을 한다. 세포벽은 식물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단단하고 질긴 구조물로 형성돼 있다. 이러한 구조를 셀룰로오스라고 하는데 흔히 ‘섬유질’이라 부른다.

섬유질은 너무 단단하기 때문에 사람은 섬유질을 소화할 수 없다. 하지만 초식동물은 섬유질까지 소화해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섬유질의 주성분은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초식동물은 이를 섭취해 결국 지방으로 전환한다. 섬유질의 소화에도 공생미생물이 큰 역할을 한다. 만약 과일을 먹이로 섭취한다면 과일의 당분이 지방으로 바뀔 수 있다.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이나 잡식동물의 위산과도 차이가 있다. 이는 먹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육식을 주로 하는 육식동물은 위산이 pH 1.3~2.2 정도며 사람을 포함한 잡식동물은 pH 2.9, 코끼리와 같이 맹장과 대장에서 발효·소화하는 초식동물은 pH 4.1, 위에서 발효시키는 소나 양은 pH 6.1 정도다. 위산의 차이는 부식 후 소화시키거나 발효한 다음 소화시키느냐의 차이로 고기를 많이 먹는 동물일수록 강산에 가깝고 풀을 많이 먹는 동물일수록 약산에 가깝다.

코끼리는 위가 하나만 있는 단위초식동물로 하루에 150kg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나뭇잎, 나무, 뿌리까지 먹는다. 하지만 소화력이 약해 자신이 섭취한 먹이를 40%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한다. 반추동물과 달리 위는 음식을 저장하는 공간으로만 활용되고 아주 긴 맹장과 대장에서 미생물을 통해 식물을 발효, 에너지를 얻는다. 코끼리도 장내미생물이 소화에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단백질원으로 활용된다.

사람은 초식동물과는 다른 치아와 소화기관구조를 갖고 있다. 만약 풀만 먹는다면 결국 영양결핍이나 저체중에 빠질 것이다. 잡식동물인 사람은 동물성과 식물성을 골고루 먹는 것이 맞다. 즉 사람이 풀만 먹는다고 코끼리처럼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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