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TV를 많이 보면 정말 치매에 잘 걸릴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TV를 많이 보면 정말 치매에 잘 걸릴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7.17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무더위로 밤잠을 설치면서 TV시청시간이 길어졌다. 요즘 TV는 예전보다 채널도 많고 수많은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TV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바보상자라는 오명이 있을 정도로 멍하게 만든다.

심지어 TV를 많이 보면 치매에 잘 걸린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정말 TV를 많이 보면 바보가 되거나 치매에 잘 걸리게 될까.

한 연구결과를 보면 60대 이상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있는 193명과 이들과 비슷한 연령, 사회적인 환경, 교육배경을 가지고 있는 건강한 358명을 비교했다.

두 그룹 모두 20대~60세에 했던 여과활동 총 26가지를 비교했더니 알츠하이머를 앓는 그룹에서 야외활동 참여율이 낮았고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TV에 사용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25년 동안 추적관찰을 했더니 신체활동량이 적으면서 동시에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TV를 시청한 경우 중년의 나이에 인지능력이 2배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신체적 활동이 적은 것이 문제인지, TV 시청 자체가 문제인지, 아니면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인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지만 단지 적은 신체활동량만이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뇌는 시각이나 청각적인 자극에 의해 각성된다. 새로운 경험일수록 더욱 자극이 강하고 능동적으로 학습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장시간 동안 TV를 시청하면 뇌가 각성과 수면의 중간에 해당하는 멍한 상태가 된다. 새로운 정보일지라도 학습효과는 점차 감소하고 인지능력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노인들의 경우 잦은 우울감은 치매발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우울감이 있는 경우 의욕이 없이 멍하니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장시간 우두커니 TV를 본다는 자체가 우울감의 증거일 수도 있다. 이때 TV는 목적성을 가지고 보고(視, look at), 듣는(聽, listen) 것이 아니라 단지 보이고(見, see), 들리는(聞, hear) 것과 같기 때문에 바보상자가 된다.

그렇다면 몇 시간 이상 TV를 보는 것이 문제가 될까. 치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TV시청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이었다.  한두 시간씩 띄어서 보는 것도 문제일 수 있지만 연속해서 보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젊은 층에서 많이 사용하는 태블릿PC, 스마트폰도 TV와 마찬가지로 치매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움직임이 없이 한 번에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신체적인 활동은 없지만 계속 두뇌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온종일 앉아 공부해야 하거나 문서작업을 하는 직종이라면 신체활동이 적지만 두뇌활동은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치매발병률은 낮을 것이다. 또 러닝머신에서 TV를 시청한다면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는 바람직해 보인다.

장시간 라디오 청취도 치매위험요인이 아니다. 라디오는 청취하면서 육체적인 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청각적인 정보를 통해 상상하거나 시각적인 정보로 바꿀 때 뇌는 각성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라디오청취는 몸과 뇌가 지속적으로 깨어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어떤 이유이든 간에 장시간의 TV 시청은 그 자체로 치매 발병률을 높이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보고 시청이 끝나면 과감하게 끄며 한 번에 장시간 시청하지 않는다면 그리 걱정할 것도 없다. 무더운 여름철 TV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열대야를 식히는 얼음상자가 될 수 있고 바보상자가 되기도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