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먹을 것 찾는 당신…‘음식중독’ 아닌가요”
“틈만 나면 먹을 것 찾는 당신…‘음식중독’ 아닌가요”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07.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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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중추이상으로 생기는 음식중독…의지로 극복 힘들어 약물치료 등 고려해야

과거와 달리 현대는 영양과다와 전쟁 중이다. 산업화로 식량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언제든지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를 수 있게 된 사람들은 채소나 과일보다는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것이 일반화됐다.

이러한 식습관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음식으로 인한 질병 중 비만이나 고혈압 등은 잘 알려져 있어 관리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환자가 많음에도 질병 자체를 몰라 신경쓰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음식중독’이다.

음식중독에 걸리면 배가 불러도 음식을 계속 찾게 된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먹으면 보상중추가 자극받아 도파민을 분비하고 쾌감과 보상감을 느끼게 만들지만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시 끊임없이 먹게 된다.

■배부른데도 음식 찾는다면 ‘음식중독’ 주의보

음식중독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식탐’이다. 식탐은 배가 불러도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먹으면 뇌의 ‘보상중추’가 자극받아 도파민을 분비하고 쾌감과 보상감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조절되지 못하면 행동강화를 부추겨 끊임없이 먹게 된다.

보통 허기가 지면 위에서 배고픔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위에서 분비된 물질이 뇌로 신호가 전달돼 음식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배고픔을 느끼는 곳은 뇌의 ‘시상하부’다. 음식중독은 이러한 시상하부 보상중추에 문제가 생기며 나타나는 질환이다.

서초좋은의원 유은정 원장(대한비만치료학회 학술이사)은 “음식중독 환자의 뇌를 살펴보면 마약중독, 게임중독 같이 특정 행동을 취했을 때 보상중추가 활성화된다”며 “설탕, 밀가루 같은 정제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나오는 도파민이 뇌 전체로 전달돼 쾌감을 유발하는데 이 과정이 다른 중독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즉 음식 자체가 쾌락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먹는 것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음식중독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닌 뇌에 이상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내버려두지 말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 등 다양한 질병 유발

음식에 중독되면 당연히 비만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 비만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질병으로 밝혔을 정도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하지만 음식중독환자는 계속해서 먹을 것을 찾기 때문에 비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자연스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합병증의 발병률도 높아진다.

음식중독은 폭식도 유발한다. 폭식 후에는 죄책감이나 우울감 때문에 자발적으로 구토하거나 설사약을 먹기도 하는데 이것이 장기화되면 건강상태는 나빠지기 마련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진단기준 8개 중 3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음식중독으로 판단한다. 여기에는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는 경우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는 경우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식사에 쓰는 경우 등이 있다.

탄수화물 위주 식단은 음식중독을 일으키는 주요원인이다. 탄수화물은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호르몬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 대부분은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왜 저는 계속 음식을 찾는 걸까요?”

음식중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만성스트레스가 있다.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현대인들은 이를 풀기 위해 음식을 찾게 된다. 이때 스트레스가 일부 해소되는 느낌이 들고 다음에 같은 상황이 나타나면 또다시 먹으면서 음식중독에 걸리는 것이다.

유은정 원장은 “현대인의 절반 이상은 수면장애에 시달리는데 이것도 주요원인 중 하나”라며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스트레스호르몬 코르티솔이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이것이 배고픔을 억제하는 ‘렙틴호르몬’에 영향을 줘 음식을 찾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도 있다. 탄수화물은 코르티솔과 마찬가지로 렙틴호르몬이 작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가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대부분은 탄수화물 중심이기 때문에 환경 자체가 음식중독을 일으킨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먹방’, ‘쿡방’ 같은 음식콘텐츠도 원인으로 나타났다. 2015년 국내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9명 이상은 음식을 먹거나 요리하는 영상을 봤을 정도로 음식콘텐츠는 인기를 끌고 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푸드포르노’라 불리는 음식콘텐츠가 두뇌의 보상중추를 자극해 식탐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시청한 사람은 허기를 느끼게 되고 결국 식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올바른 생활습관이 ‘관건’…필요하면 약물치료

음식중독은 뇌의 보상중추를 고치지 않으면 스스로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의지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음식중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우선 음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또 정해진 시간에 운동하고 일어나는 등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탄수화물은 음식중독을 유발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것이 좋다.

유은정 원장은 “몰입할 수 있는 좋은 관심사를 가지면 도파민이 유발되기 때문에 알맞은 취미를 찾는 것도 음식중독을 극복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치료법으로는 약물치료가 있다. 치료제 성분 중 ‘부프로피온’은 뇌의 식욕억제중추를 활성화해 식욕을 억제한다. 또 ‘날트렉손’ 성분도 식욕억제작용을 강화하고 장기간 효과가 나타나도록 만든다. 따라서 부프로피온염산염과 날트렉손염산염 복합제제를 사용하면 식탐억제에 도움을 준다.

유은정 원장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도파민분비가 활성화돼 음식중독 극복에 도움을 준다”며 “몰입할 수 있는 좋은 관심사를 가지면 도파민이 유발되기 때문에 알맞은 취미를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유행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처럼 일상에서 확실한 행복을 찾는 것은 간단하지만 음식중독에서 벗어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 음식중독 진단기준 (3개 이상이면 음식중독)

1. 음식을 먹을 때면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2. 배가 부른데도 음식을 계속 먹고 있다.

3. 음식을 배가 터질 것 같고 불편할 때까지 먹는다.

4. 가끔 음식 먹는 것을 완전히 끊거나 줄여야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한다.

5. 과식 때문에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축 처져 있거나 피로감을 느끼며 보낸다.

6. 온종일 특정 음식을 끊임없이 먹고 있는다.

7. 특정 음식이 없으면 그것을 사기 위해 차를 타고서라도 멀리 나간다.

8. 음식을 지나치게 먹느라 다른 활동에 영향을 받은 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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