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다양한 이유로 생기는 습진, 치료는 원인 제거부터
[배현 약사의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다양한 이유로 생기는 습진, 치료는 원인 제거부터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 승인 2018.07.20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자: 약사님, 귀 뒤쪽이 약을 바를 때는 좀 낫다가 안 바르니 다시 염증이 생겨요.

-약사: 부위가 애매한데…혹시 액세서리 하고 계신 거 있으세요?

-환자: 제가 아끼는 귀걸이 하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생길 수 있어요? 금에는 알레르기 없는데요?

-약사: 당연하죠. 혹시 어디서 사셨어요?

-환자: 이놈의 남편이…이거 진짜 금이랬는데!

어제부터 따끔거리고 가렵더니 손등이 기어이 붉게 되고 진물이 흘러나온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부 증상에 걱정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 방송에 아토피, 건선 이야기도 많이 나오던데 내 피부증상은 무엇 때문일까?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인터넷에 나온 피부질환 사진들을 보니 전부 내 이야기 같다. 습진은 낫지 않는다고 하더니 진짜인가? 전에 생겼던 곳에 또 생긴 것 같다.

병원이나 약국 가면 스테로이드가 든 연고를 줄 것이니 가기 싫다. 인터넷에 천연요법으로 피부 질환 낫게 하는 방법이 나와 있으니 그대로 해 봐야겠다. 일단 천연오일을 만들어서 발라 보자.

습진은 뭘까? 습진은 아토피 피부염, 감염성 질환, 접촉성 알레르기 질환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여기서 다룰 부분은 자극으로 인해 일어나는 피부염증이다. 습진은 피부염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보통 습진이 피부염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습진이 생기면 처음에는 가려움증이 생기며 물집이나 구진이 생기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붉어지고 붓기도 한다. 피부습진이 생긴지 장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두꺼워지고 색소침착으로 검게 변하기도 한다.

습진은 왜 발생할까? 습진은 자극원인이 있어야 한다. 주부습진이 대표적인 것은 다양한 것을 만지는 손에서 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용실에서 근무한다거나 손을 자주 씻는 직업, 금속을 만지는 직업, 의사, 약사의 경우도 손에 습진이 잘 생길 수 있다.

필자가 아는 약사도 손가락에 습진이 생겨 오랫동안 고생했는데 약을 만지고 손을 씻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극원(약)과 세척을 반복하면 피부를 보호해 주는 각질층이 손상된다. 피부장벽의 손실로 인해 염증이 쉽게 유발된다. 손뿐 아니라 화장을 하는 눈꺼풀, 면봉이나 이어폰 착용을 자주 사용하는 귀, 애기가 물고 빠는 유두에도 습진은 쉽게 생기며 건조하면 더욱 쉽게 유발된다.

습진의 치료는 다른 피부염과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습진은 반드시 발생자극원이 있고 국소부위에 발생하며 번지지 않는다. 감염성 피부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습진의 치료는 자극원 제거에서부터 출발한다. 원인으로 판단되는 자극원을 제거하고 대증요법을 실시한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은 피부 보습과 보호막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스테로이드(항염증제), 항생제 등을 사용하고, 상태가 심각할 경우 내복약을 쓰기도 한다.

명심해야할 것은 치료제들이 피부자극을 막거나 피부보호막을 유지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습진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서 제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만약 심하지 않은 습진이라면 일반의약품으로 셀프메디케이션을 해 보자. 2~3일 정도 사용했는데 전혀 반응이 없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에 방문해야한다.

1. 애기기저귀 발진뿐 아니라 피부염증에 잘 듣는다. 비판텐연고(바이엘코리아), 덱스파놀연고(태극약품), 덱스놀연고(동국제약)

상처치료제에 이름을 올렸던 비판텐연고는 습진에도 좋다. 스테로이드, 방부제, 색소, 향료가 없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피부염증 완화와 피부보호가 동시에 되기 때문이다.

주요성분인 덱스판테놀은 비타민B5전구체로 손상된 피부에서 판토텐산의 농도를 유지시켜 조직재생능력을 촉진시킨다. 또 라놀린은 피부보호기능과 방어벽을 강화시킨다. 습진이 피부보호막 손상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한 것을 기억한다면 비판텐연고가 습진에 왜 효과적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비판텐연고는 1일 2회 바르지만 상황에 따라 여러 번 더 발라도 된다. 필자가 가장 즐겨 사용할 때는 아이들 코 아래 부분이나 입술 부근이 건조해서 갈라지거나 염증이 생겼을 때다. 자기 전 비판텐연고를 충분히 발라주고 그 위에 바세린을 덧발라 보자. 아침에 일어났을 때 훨씬 부드러워진 피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2. 스테로이드 크림·겔·로션. 하티손(한미약품), 하이로손(태극), 락티케어(한국스티펠), 리도멕스(삼아제약) 등

아직도 한국은 스테로이드 포비아에 빠져 있는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는 스테로이드 공포증은 스테로이드 장기사용 시 발생하는 부작용에 공포심을 갖는 것이다. 너무 효과가 좋았던 스테로이드를 무분별하게 남용해 인해 벌어진 사회현상이다. 이로 인해 스테로이드는 무서운 약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스테로이드를 대체하는 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되었다.

세상에 무조건 안전한 약이 어디 있을까?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어떤 약이던 문제가 생긴다. 영원히 안전할 것 같았던 아스피린 저용량 제제의 위출혈, 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간독성 문제로 ER서방정 퇴출 등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피부염증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스테로이드 사용은 2차 감염 등을 막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일단 정확한 사용법을 익히자.

스테로이드 크림은 ‘1 손가락끝단위(1 Finger Tip Unit, 1FTU)’를 기본으로 한다. 1FTU은 보통 5mm 굵기로 나오는 크림 튜브를 기준으로 했을 때 손가락 한마디만큼 짠 양이다. 이 정도를 바르면 휴지를 올렸을 때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스테로이드 크림을 바른 뒤 천이나 반창고 등으로 덮지 않는다. 크림이 환부 깊숙이 침투하여 전신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국소부위에 작용해 강한 항염증, 항알레르기 효과를 나타낸다. 대부분 습진에 염증이 유발된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스테로이드가 왜 사용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사용하면 증상이 신속하게 사라진다. 그렇다고 원인이 치료된 것은 아니다. 외용제를 사용할 때 증상이 덜하다가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난다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곰팡이성 질환엔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수 없다. 스테로이드 사용 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작용은 곰팡이 감염증의 악화다. 곰팡이감염증은 환부의 상태가 습진과 비슷하므로 주의하자. 스테로이드 셀프메디케이션은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다. 장기간 사용 시 반드시 의사지시에 따른다.

스테로이드의 강도는 성분과 제형에 따라 다르다. 연고가 크림이나 로션보다 강도가 강하며 일반의약품의 경우 쎄레스톤지크림(베타메타손발리레이트)이 가장 강하고 락티케어HC로션(히드로코르티손)이 제일 약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정확한 사용을 통해 스테로이드 포비아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3. 스테로이드, 항생제 복합제(쎄레스톤지크림(유한양행), 캄비손소프트크림(한독약품) 등)

습진은 물집이 생기거나 피부조직이 손상되는 증상을 동반한다. 피부에는 항상 존재하는 균들도 있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균도 있다. 이들이 피부가 약해진 틈을 타서 체내로 침입하면 감염증이 발생한다. 균감염증이 일어나면 습진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가 복합된 외용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주의 사항은 스테로이드 외용제와 같다.

4. 가려움증과 자극감이 심하다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자. 지르텍(UCB), 클라리틴(MSD), 알두텍캡슐(정우제약) 등

습진이 생기면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가려움과 자극감이 심해진다. 저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환부를 긁어 2차 감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증상이 심한 경우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도록 한다.

세티리진의 지르텍과 로라타딘의 클라리틴은 1일 1회 복용으로 24시간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지르텍은 12세 이상 성인 1일 1회 1정 복용, 2세~12세의 경우 30kg 미만이면 1일 1회 0.5정 복용, 30kg 이상이면 1일 1회 1정 복용한다. 클라리틴은 12세 이상 성인 1일 1회 1정 복용한다.

생약성분과 비타민, 항히스타민제가 복합된 알두텍(정우제약)도 습진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특히 복령, 저령, 창출, 택사와 같이 수분대사를 조절하고 시호, 계지와 같이 염증을 조절하는 생약이 복합돼 있어 분비물제거와 염증완화에 도움을 준다.

5. 습진증상에 한약제제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하면 외용제를 사용하면서 한약제제를 병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급성습진에는 십미패독산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가려움, 진물이 모두 있는 경우 사용한다. 만성적으로 진물이 많은 습진에는 소풍산을, 염증과 붓기가 심하거나 환부가 청결하지 않다면 월비가출탕을, 피부가 건조하고 환부가 잘 낫지 않는 습진에는 당귀음자를 사용할 수 있다.

만성 습진으로 환부색소침착이 유발된다면 온경탕을 사용할 수 있다. 환부가 충혈된 경우 황련해독탕을 사용할 수 있다.

습진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도 중요하다. 따라서 습진을 일으키는 원인을 차단해야한다. 지킬 수 있는 생활습관으로는 습진을 일으키는 원인이 세제, 화장품, 액세서리, 옷 등인지 찾아야한다. 음식에서 오는 모든 알레르기원도 많기 때문에 차단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는 피하고 적당량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