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폭염에 ‘이열치열(以熱治熱)’하다 병난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폭염에 ‘이열치열(以熱治熱)’하다 병난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7.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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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이열치열(以熱治熱)’은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건강법이 됐다. 복날이면 누구나 삼계탕 1그릇을 먹어줘야만 여름을 건강하게 날 것 같아 삼계탕집을 찾아 안절부절한다.

하지만 이열치열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건강법이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특히 요즘처럼 폭염에는 사람잡는 이열치열이 될 수 있다.

이열치열을 ‘열은 무조건 열로 치료해야 좋다’는 식으로 잘못 알고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에도 무작정 뜨거운 탕만 찾거나 열병에 걸려도 뜨거운 방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거나, 목이 붓고 열이 나는데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는 등 잘못 알려진 이열치열도 많다.

약 2000여년 전에 저술된 ‘황제내경’ 소문(지진요대론편)을 보면 열인한용(热因寒用) 혹은 치열이한(治熱以寒)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열은 차게 해서 치료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열을 찬 약으로 치료했는데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의 근본 원인은 음(한랭)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후세에 열인열용(熱因熱用) 혹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중요한 것은 이열치열은 열을 치료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열을 찬 약으로 치료하는 것은 정해진 방법대로 치료하는 정치법(正治法)이다. 그러나 열을 열로 치료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증상과는 반대로 치료하는 난해한 치료법으로 반치법(反治法)이라고 부른다. 곁으로는 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한랭함에 있다면 열성약을 처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진해서 이열치열하게 되면 자칫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열치열해야 하는 경우라도 오로지 열성약으로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한의서들을 보면 냉성약을 술에 씻거나 볶는 등 기운을 약간 덥히는 쪽으로 수치를 해서 처방하거나 냉성약과 함께 약간의 온성약을 겸해서 사용하라고 했다. 이열치열이라고 해서 무작정 속을 뜨겁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열치열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건강법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한의서에는 이열치열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한국고전 종합DB를 검색해보니 유학자들의 시문집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조선 후기 신유의 ‘죽당집(1689년)’, 홍우채의 ‘관수재유고(1721)’, 유인석의 ‘의암집(1917년)’ 등에 등장한다. 또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정조편에도 몇차례 등장한다.

한의서로서는 중국 금나라 때 저술된 유완소의 ‘하간육서’와 동시대 마종소의 ‘상한의감’에 처음 등장하는 것 같다. 이후 명나라 때 장개빈의 ‘유경’과 ‘경악전서’, 청나라때 유창에 의해 지어진 ‘의문법률’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 ‘황제내경’의 주석을 단 설명서인 ‘황제내경소문집주’ 등에도 나온다. 모두 열을 치료하는 예외적인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열치열을 생활 속의 건강법으로 적용하고자 한다면 평소 손발이 차거나 속이 냉한 냉체질에게 적합한 건강법이다. 열체질이라도 너무 찬 음식을 많이 먹었다면 일시적으로 시도해 볼 만하다. 하지만 열체질이 무작정 이열치열을 하면 더욱더 열이 체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요즘 같은 폭염에 야외활동을 하면 일사병이나 열사병 등으로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노인들의 경우라면 실내라도 냉방시설이 없다면 문제가 된다.

만약 온열질환이 발생했다면 응급상황으로 고온의 환경에서 벗어나 얼음물 등의 차가운 자극을 통해서 체온을 낮춰야한다. 당연히 ‘이한치열(以寒治熱)’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철, 아이러니하게도 뜨거운 삼계탕집과 함께 차가운 아이스크림 가게 모두 북새통을 이룬다. 우리는 이열치열과 이한치열이 공존하는 곳에 살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열치열의 부작용을 못 겪는지도 모른다. 요즘처럼 폭염에는 시원하게 하는 것이 맞다. 이열치열은 아무나 적용해서는 안 되는 ‘고수의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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