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밥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으면 살이 안찐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밥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으면 살이 안찐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7.3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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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탄수화물은 비만을 쉽게 유발하기 때문에 건강의 적으로 여기면서 꺼려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탄수화물을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따라서 그 걱정 정도는 달라질 것이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탄수화물도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의 종류에는 전분(녹말), 셀룰로오스(섬유소), 포도당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곡물이나 뿌리식물(감자, 고구마 등)의 탄수화물은 보통 전분이라고 부른다. 전분은 소화가 가능하지만 셀룰로오스는 초식동물 이외에는 소화시킬 수 없다. 

식품의 종류에 따라서 소화정도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바로 전분의 구성 성분 때문이다. 구성 성분 중에 하나인 아밀로오스 함량이 높으면 소화가 잘 안되고,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으면 소화가 잘 된다. 예를 들면 멥쌀은 아밀로오스 비율이 높고 찹쌀은 아밀로펙틴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멥쌀에 비해서 찹쌀이 소화가 잘 된다. 그래도 이 전분들은 소화가 잘 되는 편에 속하는 전분이다.

전분 중에는 소화가 잘 안 되는 전분이 있다. 바로 저항성 전분이다. 저항성 전분은 탄수화물의 변화된 구조 형태로 일종의 섬유소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위에서 소화되지 않고 바로 장까지 내려간다. 따라서 살을 덜 찌게 하기 때문에 최근 다이어트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저항성 전분에는 4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현미, 통밀, 콩 등의 통곡식에 포함되는 소화가 불가능한 저항성 전분이다. 두 번째는 높은 아밀로오스 함량을 가진 옥수수, 생감자와 안 익은 녹색 바나나 속의 저항성 전분이다. 세 번째는 쌀밥이나 파스타 등 전분이 포함된 음식을 조리한 후 냉각을 시켰을 때 형성되는 저항성 전분이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소화가 되지 않도록 화학적으로 변형을 시킨 저항성 전분으로 나뉜다.  

흥미로운 사실은 탄수화물이 포함된 식품을 요리해서 차갑게 먹으면 소화되지 않는 저항성 전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쌀이 밥이 되는 과정에서 원래의 구조가 불안정해지는데, 쌀의 전분이 냉각이 되면서 저항성 전분으로 바뀌게 된다. 이 때 다시 열을 가해도 저항성 전분의 양은 감소하지 않는다.

한 가지 실험을 살펴보았다. 갓 지은 흰쌀밥에는 저항성 전분의 양이 0.64g/100g이었고, 이것을 상온에서 10시간동안 식혀 놓은 흰쌀밥은 1.3g/100g, 그리고 갓 지은 쌀밥을 식혀서 냉장고(4℃)에 24시간 동안 보관해 놓았다가 다시 가열을 이후에는 1.65g/100g로 높아졌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식힌 밥을 먹어도 좋고, 냉장보관 후 차가운 상태로 먹어도 좋고, 냉장보관 후 먹을 때는 덥혀서 먹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과거 어머니들이 찬밥을 찬물에 말아 드시는 것 자체가 다이어트 식단이었던 것 같다. 스시 또한 찬밥으로 만들기 때문에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첨가된 식초가 전분을 더욱 단단하게 붙들어 매는 역할을 해서 소화를 더디게 한다. 스시를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상온 혹은 냉장고에 보관해 놓았다가 먹는 즉석밥도 저항성 전분이 많을 것이다.  

저항성 전분은 포만감을 주면서 식사량을 줄여주고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또한 대장의 정상 세균총들의 먹이가 되면서 인슐린의 저항성을 개선시켜서 당뇨병을 예방한다. 그리고 대장에서 단쇄 지방산으로 변화되어 결장세포의 염증을 줄이고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에 효과를 나타내고 항암작용을 나타낸다. 저항성 전분은 건강한 착한 전분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저항성 전분은 밥을 냉장고에 넣어 두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식품에도 풍부하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저항성 전분이 풍부한 밥을 만들어 먹어도 좋겠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콩이나 현미를 넣은 잡곡밥을 지어 먹어도 좋다. 쌀밥이 아니라 전분이 많은 떡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먹어도 좋겠다. 탄수화물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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