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었다?…‘자율신경실조증’ 일 수도!
더위 먹었다?…‘자율신경실조증’ 일 수도!
  • 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8.08.07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화·땀·체온 조절기능 무너뜨리는 ‘자율신경실조증’ 주의보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낮에는 심한 감정기복, 밤에는 열대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그냥 더위를 먹은 것으로 생각하며 넘기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이는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인해 몸의 항상성이 무너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무더운 여름철 몸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흔히 ‘더위 먹었다’고 표현하지만 이는 ‘자율신경실조증’일 수 있다. 

■기운 없고, 땀 많고, 소화도 안 되네 ‘더위 먹었나?’

‘더위를 먹다’라는 말은 ‘더위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미다. 현대의학에서는 일사병, 열사병과 같이 장기간 햇볕에 노출돼 혈액과 체액이 손실되면서 발생하는 증상을 일컫는다. 하지만 실제로 중한 일사병환자는 흔치 않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기운 없고 식은땀을 흘리며 잠도 못 자고 소화도 안 되는 ‘더위먹음’의 실체는 무엇일까?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는 “신체에는 교감·부교감, 두 자율신경계가 있는데 이들의 균형이 무너지면 자율신경실조증이 나타난다”며 “이는 소화관운동, 땀분비, 체온조절 등 생리적인 부분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더위먹음은 자율신경이 담당하는 체온과 땀조절기능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증상은 평소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거나 면역력인 떨어진 노인에게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고석재 교수는 “만일 에어컨의 찬 바람이 싫거나 소화장애, 현기증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자율신경실조증을 더욱 확실히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신경실조증은 심장박동의 변이된 정도를 측정하는 심박변이도 검사(Heart Rate Variability)로 측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아래 15가지 문항 중 10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자율신경실조증을 의심한다.

<자율신경 실조증 자가진단표>

1. 몸이 나른하거나 쉽게 피로해진다.
2. 잠잘 때 식은땀을 흘린다.
3. 감기에 잘 걸리거나 걸리면 잘 낫지 않는다.
4. 더위나 추위를 잘 탄다.
5. 에어컨 바람이 싫다.
6. 화를 잘 내거나 신경질적이다.
7. 깊은 잠을 자기가 어렵다.
8. 일어날 때 현기증이 있다.
9. 목이 아프거나 자주 마른다.
10. 구내염이 잘 생긴다.
11. 손발이 저리다.
12.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린다.
13. 만성적으로 소화불량이 있거나 자주 소화가 안 된다.
14. 다리가 자주 붓는다.
15. 목이나 어깨가 자주 결린다.

■자율신경실조증, 어떻게 관리할까?

자율신경실조증은 증상 자체가 매우 다양하고 개인차가 크다. 또 검사상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신적요인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약물요법으로는 항불안제, 수면제, 항우울제, 교감신경의 억제제 등이 있으나 본질적인 치료보다는 증상을 다스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한의학에서는 무너진 균형이 기혈음양 중 어디인지 찾아내고 증상과 개인에 따라 달리 처방하여 항상성을 회복할 수 있게 치료한다. 교감·부교감신경의 균형회복을 도와주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옛 선인의 지혜를 통해 자율신경실조증을 치료해왔다. 조선시대 궁중 내의원에서는 제호탕(醍醐湯;여름철 더위를 대비한 한약)을 만들어 임금에게 바쳤고 일반백성은 쑥이나 익모초(益母草)즙을 마셔 원기와 식욕을 돋웠다. 제호탕의 주원료인 매실은 한의학적으로 갈증을 멈추고 열독을 풀어주며 소화를 도와 식욕을 증진시킨다. 또 쑥은 설사와 복통을 멎게 하고 익모초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이 편찬된 이후 한의학에서는 청서익기탕이나 생맥산과 등 한약을 활용해 여름철더위를 풀어줄 뿐 아니라 기력를 보강하고 소화기능을 활성화해 무너진 음양기혈을 회복했다. 청서익기탕과 생맥산은 오늘날에도 많이 쓰이는 약이라고. 두 약에 동시에 들어있는 오미자는 쇠한 기력을 보충하고 갈증을 멈추며 맥문동은 심장과 폐의 열을 식히는 효능이 있다. 

■자율신경실조증을 예방하는 생활습관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자율신경실조증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흔한 질환이 됐다. 더위를 먹었다고 지나치게 찬 음료와 찬 음식을 섭취하거나 냉방을 하면 무너진 음양기혈은 회복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음양기혈의 어느 부분이 과하고 부족한지 알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치를 받는다면 아무리 더위가 심하다 할지라도 우리 몸은 항상성을 저절로 회복할 수 있다. 

고석재 교수는 “자율신경은 외부환경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실내외 기온차를 최소화하고 무리한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스트레스에는 감정을 배출하는 통로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