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특성상 외국을 자주 오가는 필자에게 외국친구들이 가장 많이 부탁하는 아이템은 단연 가성비 좋은 ‘마스크팩’이다. 국산제품이 효과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스크팩은 90년대에 부직포를 활용한 제품을 시작으로 코튼, 하이드로겔, 바이오셀룰로오스를 이용해 만들고 있으며 지금은 해외수출상품 중에서도 효자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다가 주름개선 또는 미백기능성화장품 인증이라도 받으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기 마련이다.
마스크팩은 개인의 기초화장품과는 달리 기대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아이템인데 이를 반영하듯이 언젠가부터 ‘1일 1팩’ 열풍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로 1일 1팩이 피부를 건강하게 변화시켜 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어이없는 마케팅에 속은 것이다. 보통 마스크의 원리는 시트를 피부에 붙여 수분의 외부증발을 막아주며 (화장품회사에서 그토록 열렬히 광고하고 있는) 보습, 미백, 주름개선효과가 있는 기적의 성분들이 피부에 흡수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팩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제수와 글리세린을 제외하면 실제로 그들이 얘기하는 기능성 유효성분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마스크팩은 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스크팩을 붙여놓으면 피부외곽의 각질층이 불어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촉촉해졌다고 착각할 뿐이다.
문제는 마스크팩의 효능만이 아니다. 마스크팩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화장품성분과 시트를 장시간 보관해야하는데 이를 위한 패키지에 필수적으로 배합하는 ‘방부제’의 폐해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방부제로는 파라벤(Paraben ester)과 페녹시에탄올(Phenoxyethanol)을 꼽을 수 있겠다. 이들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제품을 만들려면 제조부터 포장까지 미생물을 차단하는 기술과 온갖 살균방법을 동원해야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화장품제조업체의 90% 이상이 생산액 10억 미만의 영세회사임을 감안한다면 이를 도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대량생산을 통해 유통하는 마스크팩의 경우 화장품회사의 이윤확보를 위해서라도 보관기간을 길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우리 피부는 약산성을 유지하며 외부의 온갖 균에 맞서 피부를 보호하는 수많은 ‘상재균(유익균)’이 서식한다. 상재균의 활동이 왕성할수록 트러블 없는 건강한 피부가 유지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상재균의 세력이 약화되면 염증이나 트러블이 생겨 노화가 촉진되는 것이다.
화장품 안에 들어 있는 강력한 방부제는 살균력이 소독약보다 훨씬 강력하다. 마스크팩 역시 방부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즉 우리가 마스크팩을 붙이는 행위는 강한 화학제품으로 얼굴을 소독하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의심 없는 우리의 행동이 피부에 해로운 세균뿐 아니라 상재균까지도 거의 소멸시켜 결국 피부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해로운 행위를 하루에 한번씩 하라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화장품회사에서는 세균에 오염된 화장품을 바르는 것보다 방부제로 인한 피부자극이 덜하다고 소비자들을 설득한다. 하지만 기초화장품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마스크팩의 경우 개인의 기호아이템임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의무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언컨대 피부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방부처리도 뛰어난 ‘기적의 물질’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