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 생리량 늘자 폐경 걱정 덜었다? 어쩌면 ‘자궁근종’
중년여성, 생리량 늘자 폐경 걱정 덜었다? 어쩌면 ‘자궁근종’
  • 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8.08.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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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이모 씨(42)는 최근 부쩍 생리량이 늘어나 고민이 많다. 6개월 전만 해도 생리는 나흘 정도면 끝났고, 대형 패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월경량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속옷처럼 착용하는 생리대에 탐폰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월경량이 크게 늘어 생리 기간에는 외출조차 피하고 있다. 친구들에게 슬쩍 이런 고민을 털어놨지만 ‘남들은 폐경 걱정하는데 생리량이 늘어서 좋겠다’는 속없는 소리만 들었다. 이 씨도 잠시나마 ‘좋게 생각하자’고 여겼지만, 증상이 너무 심해져 결국 산부인과를 찾았다.

40대임에도 건강한 탓에 월경량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문제의 원인은 자궁근종이었다. 어느새 근종이 자라나며 월경과다를 일으키고 있었다는 것. 결국 비수술적 치료의 하나인 자궁근종 하이푸 치료를 받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난소나이 검사를 시행해 폐경 시점까지 속 시원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40대 여성은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길고 호르몬이 정점에 달하며 근종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자궁근종을 많이 앓는다.

최근 자궁근종으로 월경량이 늘어난 것을 보고, ‘아직 완경 시점이 멀었구나’ 하고 안심하는 40대 여성이 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자궁근종은 자궁근육층 내에 생기는 일종의 양성종양으로,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월경과다 및 이로 인한 빈혈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자궁근종 환자가 젊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40대 여성이다.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길고, 호르몬이 정점에 달하며 근종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40대 여성 중에는 폐경 걱정을 앞두고 있다가, 생리량이 갑자기 늘면 ‘아직까지 내 자궁·난소 건강이 괜찮구나’ 하고 이런 현상을 방치하기 마련이다. 

김하정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은 “나이를 불문하고 생리량이 3개월 사이에 갑자기 급격히 늘어나고, 월경과다 현상이 지속된다면 자궁건강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40대 초반에는 이를 건강의 청신호로 잘못 알고 방치하다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럴 경우 병원을 찾으면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대개 월경과다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등이 꼽힌다”며 “자궁선근증은 극심한 생리통을 동반하지만, 자궁근종은 대개 이런 현상이 없어 오해하고 넘어가기 쉽다”고 설명했다.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모두 초음파를 활용해 간단히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이들 질환으로 진단받았다면 상황에 따라 관찰하거나, 경구약물 치료에 나서거나, 자궁근종 하이푸·색전술 등 비수술적 치료법을 통해 문제를 개선해나갈 수 있다. 오래 방치해 근종이 너무 커지거나, 다발성으로 퍼진 경우 수술이 불가피해 유의해야 한다.

최근엔 과거와 달리 수술 없이도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다수 마련돼 있다. 고강도 집적초음파를 활용하는 자궁근종 하이푸, 근종으로 이어지는 혈관을 차단해 자연스레 괴사하도록 돕는 자궁근종 색전술 등이 대표적이다. 한가지 치료법만이 옳다기 보다 상황에 맞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다학제적 치료에 나서는 병원을 찾는 게 유리하다.

40대 여성들은 간혹 자궁근종으로 생리량이 늘어나면 완경 시점에서 멀어진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리량과 난소건강의 연관성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럴 경우 질환검진과 함께 난소나이검사(AMH, 항물러관검사)를 통해 완경시점을 파악하는 게 도움이 된다. AMH수치는 간단한 채혈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생리주기에 상관없이 검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폐경 여부 진단에서 우수한 정확도를 보인다. 이를 통해 이후 갱년기증후군에도 미리 대처할 수 있다. 산부인과 초음파검사를 병행하면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김하정 원장은 “난소나이는 반드시 신체나이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같은 연령대의 여성이라도 AMH 수치가 제각각인 만큼, 완경시점이 궁금하거나 고령임신을 계획한다면 한번쯤 받아보는 게 건강관리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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