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공공기관 혁신지침’ 통해 3년간 1000억원 건보재정 절감
기재부 ‘공공기관 혁신지침’ 통해 3년간 1000억원 건보재정 절감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08.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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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적 운영으로 민관협력 성공모델 구축…미국에서는 병원의 약 95%가 이미 GPO 활용 중

정부가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규제개혁에 대한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과거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마련한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과 ‘기타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이 주목받고 있다.

기재부는 2010년 기타공공기관의 업무의 특성과 계약의 공정성·투명성확보 측면에서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을 마련했다. 공공기관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2010년 4월 기타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개정, 계약사무수행에 관한 항목을 신설한 것.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경영혁신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계약의 체결·이행절차 등에 관해 세부사항을 정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공공병원은 업무특성, 계약의 공정성·투명성 확보, 이외에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기재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유연한 업무처리가 가능해졌다. 당시 기재부의 과감한 제도정비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제도도입 후 공공의료기관 3년간 약 1000억원 절감

실제로 기재부의 공공기관 운영규정·혁신지침에 따라 민관협력모델을 구축한 국공립의료기관들은 최근 3년간 약 1000억원 이상의 건보재정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절감률은 10.5%에 이른다.

이중 서울대병원은 2015년 3만5157개 보험품목(의약품 및 진료재료)을 상한가 대비 167억원 정도를 절감했으며 2016년에는 3만6677개 품목에 약 243억원, 2017년에는 3만7833개 품목에 대해 약 272억원을 절감하는 등 상한가 대비 10.2%인 682억원을 절감했다. 

기재부의 공공기관 운영규정·혁신지침에 따라 민관협력모델을 구축한 국공립의료기관들은 약 1000억원 이상의 건보재정을 절감했다. 연평균절감률은 10.5%이다.

감사원은 2017년 7월 20여명이 넘은 감사인원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서울대병원 등의 회계 및 예산집행과 주요업무수행의 적정성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감사를 실시했었다. 그 결과, 물품구매와 관련해 1건도 감사지적이나 조치사항 등이 없어 투명성과 공정성도 문제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품목의 경우 상한가 대비 절감액은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절감과 직결된다. 절감분석대상을 비보험품목을 포함한 전 구매계정까지 확대할 경우 절감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이러한 사례는 2014년부터 계약사무 위탁전문기관과 협업해 구매예산을 절감한 국립중앙의료원에서도 나타났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14년 구매프로세스를 혁신한 결과 한 해 동안 1810개 품목계약을 진행, 상한가대비 18%인 약 47억원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15년~2017년 3년간 상한가대비 9.8%인 63억원을 추가절감했다.

이는 관계당국의 결단과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기존 자체구매방식에서 민간 GPO를 이용하는 구매프로세스로 전환을 보건복지부가 승인했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제도가 주요기반이었다.

기획재정부 담당자는 “위와 같은 조항은 공공기관이 해당 계약의 특수상황이 있어 요청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특례규정”이라며 “다른 공공병원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공립병원의 요청이 있어야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같은 국공립병원뿐 아니라 지방의료원도 민·관협력체계를 통한 경영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GPO를 도입한 충청북도 청주의료원의 경우 2298개의 보험품목을 51억원에 구매해 2017년에만 약 67억원(절감률 52%)을 절감했다.

같은 해 원주의료원은 29%, 속초의료원과 충주의료원도 각각 26%, 21%의 높은 성과를 보였으며 강원도 삼척의료원과 영월의료원 역시 상한가 대비 17% 이상 절감하는 등 대부분의 의료원에서 두 자릿수 절감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민관협력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공공의료기관은 2015년 약 10곳에서 2017년 16곳으로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적자 불가피한 지방의료원…해외서는 ‘GPO’로 해결

전체 지방의료원의 당기순이익은 계속 적자였다가 지난해 처음 흑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의료손익은 여전히 920억원의 적자를 보이고 있으며 3년간 누적액은 총 4480억원에 이른다. 취약계층 진료제공 등 국공립병원의 운영취지를 감안할 때 공익적 적자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공공의료원이 GPO로 전환할 경우 공공의료 서비스제공과 효율적 운영을 동시에 추구해야하는 구조적인 한계 극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공공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원은 의료서비스에 집중하고 구매물류업무 등은 전문기업에 위탁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GPO기업을 통한 외부전문구매 및 물류위탁이 보편적이다. 실제로 미국 내 병원 95%에서는 GPO가 구매대행을 수행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전문성·정보력을 겸비한 GPO기업을 통한 외부전문구매 및 물류위탁이 보편화됐다. 미국은 2015년 기준 600개의 GPO가 있으며 미국병원협회에 따르면 약 95%의 병원인 GPO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GPO협회 HSCA에서는 2013년~2022년 약 1000조원의 건강보험비용 감소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2년에는 GPO를 통해 약 64조원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2013년~2022년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서 각각 약 267조원과 197조원이 절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서 자리 잡으려면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국내에서 이러한 민관협력모델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장치 마련 등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다.

우선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의 재정적 건전성 확보 및 구매, 물류,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제도운영 측면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한다.

서울대병원, 청주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들의 성공적 절감사례처럼 제도보완과 당국의 유연한 대처가 뒷받침되면 공공병원의 경영효율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절감·개선효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료기관이 구매프로세스 전환에 소극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관련 정책담당자들의 인식부재와 의료기관의 허가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규제일변도의 태도를 보이는 주무기관도 있어 문제다.

규제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1998년으로 정부가 규제개혁카드를 꺼낸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역대 정부는 각종 규제와 전쟁을 치른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산업전반에 걸쳐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가 많다. 

국공립병원의 구매프로세스 전환을 본격화하려면 정책담당자들의 인식확대, 주무부처의 절차간소화와 의료기관 구매담당자들의 적극적인 태도변화가 필수다.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선 기재부의 사례처럼 제도운영을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운영하는 움직임이 선행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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