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어린이다운 어린이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세상을 꿈꾸며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어린이다운 어린이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세상을 꿈꾸며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hanmail.net)
  • 승인 2018.08.24 14:42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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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화장대에 앉은 엄마의 입술 위로 그려지는 빨간색 ‘루즈’. 이를 지켜보는 딸은 자신도 모르게 잠시 엄마의 입술로 빙의된다. 이윽고 엄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엄마 코스프레’가 시작되고 빨리 여성이 되고픈 아이는 여물지 않은 작은 손으로 빨간색 루즈를 바른다.

이런 필자의 추억 속 상상이 요즘 아이들에게는 일상이 된 것 같다. 요즘 아이들에겐 파우더 팩트를 찍어 바르고 립글로스를 연신 덧바르는 엄마 코스프레가 자연스러워도 너무 자연스럽다. 고사리 손으로 정성을 다하는 아이들을 보며 어린이화장품은 어때야 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더욱이 그 아이가 내 아이라면?

2016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부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이소부틸파라벤, 이소프로필파라벤 등 4가지 성분을 사용하는 경우 ‘영․유아용 제품류 및 기초화장용 제품류 중 사용 후 씻어내지 않는 제품’에 대해 만3세 이하 어린이의 기저귀가 닿는 부위에 사용하지 말도록 ‘사용 시 주의사항문구’를 신설, 화장품에 표시해야한다고 고시했다. 

또 과산화수소 및 과산화수소 생성물질 함유제품 등 표백제, 계면활성제 등의 기능을 하는 12개 성분에 대해서도 ‘사용시의 주의사항 표시 일부 기재사항 문구’를 조정해 표시하게 하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들 조항이 ‘어린이 화장품 안전관리”를 위해 고시됐다는데 아쉽게도 만3세 이하 영유아의 기초화장품에 대한 규정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앞 문구점이나 인터넷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체리색 립스틱이나 아이스크림색의 아이쉐도, 딸기향이 나는 파우더 등 어린이의 시각과 후각을 유혹하는 색조화장품은 안심해도 되는 걸까?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소비자시민모임이 ‘색조화장품 소비실태 및 안전성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대의 무려 75.8%가 화장품성분을 확인하지 않는 걸로 조사됐다. 또 10대 10명 중 6명은 립글로스나 립스틱 등 색조화장품을 매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또 다른 조사에서는 어린이 색조화장품에서 납, 메탄올 등 독성물질이 일반 성인화장품의 허용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성인보다 피부층이 얇고 피지선의 활동이 약해 외부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이 떨어지는 어린이의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나타낼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사실 색조화장품은 기초화장품보다 피부타입 및 유해성분을 따지기보다는 색상의 다양성, 취향, 유행에 따라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색감이 그대로 나타나도록 피부에 직접 흡수되기 때문에 어린이가 사용할 경우 더욱 신중해야한다. 

일반적으로 색조화장품을 제조할 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인공색소(타르색소), 인공향료와 세계보건기구가 간에 손상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는 미네랄오일이 광택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다행히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7월부터 ‘어린이용 화장품에 대한 관리강화방안’을 만들어 알레르기 유발성분인 경우 겉면에 의무적으로 표시하고 발암논란이 있는 타르색소 등은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창 유행에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화장품 겉면에 원료표시 및 경고문구를 넣는다고 해서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칠까? 이제는 소비자입장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시각에 맞춰 경고문구 등을 직관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아이콘이나 이미지 등을 사용하는 방법과 성교육처럼 화장품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올바른 어린이 화장품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도 마련해야할 것이다. 

또 무분별한 유통으로 관리가 힘든 어린이 화장품의 유통구조를 제재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돼야한다. 나아가 어린이가 마음 놓고 개성을 표현하도록 화장품회사를 중심으로 착한 성분으로부터 유래한 원료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요즘 어린이들에게 내 어릴적 손톱에 물들인 봉숭아 잎으로 그들의 욕구를 채워 줄 수는 없는 세상이다. 어린이의 행복한 상상이 현실에서 건강하게 이뤄지도록 ‘어른스러운 어린이 화장품’이 아닌 ‘어린이다운 어린이 화장품’이 나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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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딸부모 2018-08-25 15:44:23
저희애들도 어리지만 벌써부터 엄마화장하는걸 흉내냅니다. 아무래도 어른용이라 피부가 더 예민한 어린이나 청소년이 사용할만 제품과 교육은 필요하다는 부분이 공감이 많이 됩니다.

kilju1221 2018-08-24 19:12:44
안전한 화장품을 개발해주세요 이러면 안되요...아이들에게도 안전성에 대해 교육시켜야겠네요...

시리치오 2018-08-24 19:10:20
어머나 세상에?....어린이들을 위해 시급한 문제해결을 해야겠네요....우선은 사용 자제를 해야겠어요?...

폴린 2018-08-24 18:58:26
아이들을 생각하는 화장품~ 건강화장품이 쉽게 찾아지는 날이 오겠죠~

김선숙 2018-08-24 17:19:15
자녀가 화장품 구매를 하기 시작하면 선별의 방법이 없더라구요
딸아이에게 기사 보여주는것이 백마디 보다 낫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