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곤지름과 HPV, 진실 또는 거짓
[특별기고] 곤지름과 HPV, 진실 또는 거짓
  • 유병국 노들담한의원 수원점 대표원장 (insun@k-health.com)
  • 승인 2018.08.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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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 의학전문기자 출신 방송인이 나와 HPV(인유두종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소개한 적이 있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바이러스로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으니 성별에 구분 없이 주의하고 예방접종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유병국 노들담한의원 수원점 대표원장

실제로 HPV는 ‘STD(성매개감염병)’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로 성관계를 통해 잘 감염되는 병원체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유명하지만 곤지름을 유발하기도 한다. 생식기, 항문주변에 발생하는 곤지름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사마귀질환으로 자궁경부암과는 구분된다.

하나, 곤지름은 성병인가?

곤지름은 성기와 항문에 발생하는 사마귀를 통칭하는 표현이며 의학용어로는 ‘콘딜로마(Condyloma)’라고 한다. HPV 감염으로 나타나며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특히 ‘성접촉’이 주요감염통로이며 일상에서의 직‧간접적인 피부접촉, 감염자와의 환부접촉, 공용수건과 물건 등에서 감염되는 사례도 있다.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다는 점과 성기, 항문주변에 발생한다는 사실 등으로 인해 곤지름을 ‘성병’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이는 오해다. HPV는 여러 종류의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성적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태어난 지 25개월 된 어린이의 항문에 곤지름이 발생해 내원한 사례가 있었다. 어디서 HPV와 접촉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 HPV에 감염돼 나타난 ‘항문곤지름’이었다. 따라서 곤지름을 성접촉에 의한 성병으로 규정짓기는 어렵다.

둘, 남자는 HPV에 감염되지 않는다?

의외로 많은 여성환자들이 질문하는 내용으로 특히 본인은 곤지름이 있는데 남편은 증상이 없을 때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진료하다보면 이러한 일을 종종 보게 되는데 부부 중 한명만 곤지름을 앓는 경우다.

곤지름이 발생(전염)되지 않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연구된 바가 없지만 이미 HPV에 대응할 신체면역을 갖춘 사람이라면 상대로부터 HPV가 전염돼도 발병하지 않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즉 체내면역력에 의해 곤지름의 원인인 HPV바이러스가 소멸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봤을 때 남성이 여성에 비해 HPV감염확률이 낮다는 말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방광염이나 질염 등 기타 세균성감염질환이 여성에서 잘 나타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체 특성상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바이러스감염에 약한 것은 사실이다.

셋, 곤지름은 제거해도 재발한다?

곤지름치료법 중 잘 알려진 것은 레이저시술과 같은 ‘제거치료’다. 의아한 것은 시술을 경험한 환자를 대할 때다. “의사선생님이 재발하면 또 오라고 하던데요?”

물론 곤지름제거시술을 시행한 환자 모두가 재발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히 높은 확률로 재발이 일어난다. 실제로 내원하는 환자를 살펴보면 곤지름-HPV바이러스치료를 위해 오는 환자들 중 60% 이상이 이미 제거시술을 경험했다.

곤지름이 재발하는 이유는 ‘HPV소멸’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소멸되지 않고 체내에서 계속 활동하면 재발은 물론 병변이 더 커지고 개수가 늘어나는 등 증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곤지름은 단순피부병변이 아니라 바이러스감염의 결과임을 기억하고 완치를 위해서는 HPV의 소멸(바이러스 음성)을 목표로 치료를 진행해야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균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는 시대다. 수많은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균, 원충균 등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다양해짐에 따라 사람들의 위생관념도 철저해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병원균 자체를 완전히 막아내기는 어렵다.

열 포졸이 한 도둑 막지 못한다’라는 말처럼 아무리 위생을 관리하고 청결을 유지하고자 해도 병원균을 100% 예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침입해온 병원균에 대항하는 강한 면역력이다. 면역력이 좋아지면 각종 병원균의 침입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

재발이 잦은 곤지름 또한 마찬가지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발생할 수 있는 질환임을 기억하고 바이러스에 대항할 신체면역력 형성에 주력하기 바란다. | 정리 백영민 기자 newbiz@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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