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신간] 메스를 잡다
[헬스신간] 메스를 잡다
  • 백영민 기자 · 이윤경 인턴기자
  • 승인 2018.08.31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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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외과전문의가 써 내려간 생생한 의학오디세이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을유문화사/488쪽/1만9800원

평생 가지 않으면 좋겠지만 궁금하기는 한 곳. 수술실이다. 의학드라마 속 수술실은 항상 긴장감이 넘친다. 하지만 메스를 든 의사는 피가 범벅이 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수술에 집중한다.

과연 현실에서도 그럴까? 네덜란드에서 외과의사로 일하는 저자는 수천 년을 아우르는 외과수술의 역사를 통해 이 질문에 답한다.

현직 외과의사가 쓴 500쪽에 가까운 수술이야기라면 전문서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책을 열면 뇌졸중, 폐암, 치루 등 우리 주변에 흔한 질환의 역사를 재미있는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는 주로 유명인의 숨겨진 수술이야기다. 책 곳곳에 의학용어가 넘쳐나지만 수술과정과 의학정보를 자세하면서도 쉽게 알려주기 때문에 별다른 의학지식 없이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에는 흥미롭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수술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예컨대 1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외과의사들은 심각한 위생관념 부족으로 인해 수술복을 자주 세탁하지 않아도 되는 검은 가운을 입었고 수술 전에 손도 씻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수술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의학도 시대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온 치료법들을 접하다 보면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바로 마취가 대표적이다. 19세기에 이르러서도 영국에서는 출산 시 마취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마취는 ‘수술을 빨리하지 못하는 돌팔이의사에게나 필요한 행각’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여왕이 고통 없는 출산을 위해 마취하지 않았다면 마취학의 발전은 훨씬 늦어졌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일화소개에만 그치지 않는다. 1961년 통증이 극에 달해 스스로 방광을 절제한 대장장이가 있었다. 그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저자는 이 질문을 통해 당시 많은 사람이 방광결석에 걸린 이유부터 대장장이가 택한 수술방법, 이후 결석제거술이 발달한 과정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환자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의사들의 모습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동시에 환자에게 해를 끼치는 의사들에 대한 자조적인 시선도 솔직하게 담아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메스를 드는 일이 일상인 의사들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이나마 넓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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