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 수험생보약, 언제 어떤 것을 먹어야 할까?
[웰빙의 역설] 수험생보약, 언제 어떤 것을 먹어야 할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9.0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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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앞으로 2달 후면 수능이다. 많은 수험생이 심리적인 부담감, 체력적인 한계, 집중력 저하 등으로 힘들어 한다. 따라서 많이들 찾는 것이 ‘수험생 보약’이다. 정말 수험생 보약은 효과가 있을까. 만약 효과가 있다면 언제 어떤 것을 먹어야 할까. 그리고 별다른 부작용은 없을까.

동의보감에는 ‘건망증’편이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름의 처방이 나온다. 그 유명한 총명탕(聰明湯)도 여기 있다. 총명탕 이외에도 장원환(壯元丸), 주자독서환(朱子讀書丸) 등 이름만 보더라도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 처방인지 지레 짐작이 가능하다.

총명탕은 원래 명나라 때의 고금의방에 처음 기록된 처방으로 ‘잊어버리기를 잘하는 것을 치료한다. 오랫동안 먹으면 하루에 천 마디의 글을 외울 수 있다’고 효능이 적혀 있다. 장원환은 ‘등불 아래서 고통스럽게 책을 읽으면서도 건망증이 심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리는 경우 하루에 천 마디의 글을 외울 수 있고 만 권의 내용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고 나와있다.

사실 이러한 처방이 생겨난 이유는 옛날에도 과거시험과 같은 등용문 시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문과의 경우 온종일 앉아서 사서삼경과 유교경전을 모두 외워야 했으니 약물의 도움이라도 받고자 하는 절심함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처방들이 정말 학습능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까.

이와 관련된 연구논문을 살펴보면 ‘쥐 학습능력 및 기억능력에 있어서 총명탕의 효과’ 그리고 ‘장원환이 신경독성물질에 의해 손상된 대뇌피질 신경세포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었다. 또한 ‘총명탕, 원지, 석창포가 베타아밀로이드로 유발된 학습과 기억장애에 미치는 영향’ 등 논문도 찾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이들 처방이 학습능력 증진이나 뇌신경세포 보호에 유의한 효과가 있다는 관련논문이 꽤 많았다.

총명탕 등의 처방을 복용하고서 하룻밤에 천 마디를 외우고 만권의 책의 내용을 기억한다는 것은 과장됐지만 문헌뿐 아니라 실험적, 임상적으로 학습능력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체질에 맞지 않는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의원에서도 체질에 맞도록 다양하게 변형된 처방으로 사용되고 있다.

흔히 복용하는 공진단이나 경옥고도 주의해야한다. 공진단은 체력을 증진시키고 각성작용을 나타내지만 각성효과가 강해 늦은 밤에 복용한 경우 불면증을 유발한다. 평소라면 밤 9시 이전에 복용하고 시험 전날 밤은 복용하지 않고 시험 당일 아침에 먹는 것이 좋다.

경옥고에는 인삼과 생지황이 들어 있어 역시 체질에 맞지 않는 경우 피부발진, 식욕부진, 소화불량, 설사가 유발될 수 있다. 또 시중의 홍삼제품도 홍삼이외에 첨가된 재료들이 많아 잘 살펴봐야 한다. 홍삼 단일성분 제품의 경우라도 인삼이 맞지 않는 체질이라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부작용으로는 상기감, 두통, 설사가 나타나기도 한다.

보약은 아니지만 우황청심환도 주의해야한다. 우황청심환은 불안초조를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시험 당일 처음으로 먹어 본 우황청심환의 과도한 진정작용 때문에 머리가 멍해지고 졸게 되는 최악의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 만약 시험을 준비하면서 과도한 불안감이 있다면 시험 몇일 전 반알 정도 먹어봐서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험생 보약은 시험을 앞두고나 시험 당일에 처음으로 복용하지 않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시험 당일 신체적 컨디션에 난조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두 달 전에 복용해서 자신의 체질과 증상에 도움되는지를 확인한 후 지속적 복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험생 보약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의지와 노력일 것이다. 무작정 총명탕을 먹었다고 해서 총명해질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필요하다면 전문의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는 증대시키면서 부작용은 줄이는 방법이다. 필자의 여식을 포함해서 이 땅의 모든 수험생 아들, 딸들에게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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