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예방 위해 정부 주도 ‘식품규제정책’ 필요하다”
“비만예방 위해 정부 주도 ‘식품규제정책’ 필요하다”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09.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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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만학회 심포지엄서 비만정책 전문가들, 식품규제 필요성 강조

대한비만학회가 비만예방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대한비만학회는 6일 국제 비만정책 전문가들과 함께 ‘비만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국가정책 도입의 필요성’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열어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에 보다 강력한 정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먼저 국내외전문가들은 이번 보건복지부 등 9개 유관부처가 함께 마련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은 한국 최초로 만들어진 범정부 차원의 비만예방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말했다.

■국가 비만관리종합대책, 실질적 효과 낼 수 있는 ‘식품규제방안’ 필요

이와 관련해 국제 비만정책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개입을 강조했다. 또 이들은 국제사회 비만의 주요원인으로 40~50년 전부터 이어진 식품제조와 유통시스템의 변화를 지목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식품제조 및 유통체계의 변화로 신선한 식자재를 공급하던 시장은 소규모매점, 편의점, 대형마트로 대체되고 있으며 여기서는 대부분 가공음식을 판매한다. 실제 멕시코는 한해 섭취하는 열량의 58%를 중국은 29%를 가공식품에서 나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베리 팝킨 교수는 “한국의 비만종합대책은 신체활동증진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고열량음식을 섭취하면서 신체활동만으로는 비만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베리 팝킨 교수는 “세계 성인들의 근로시간, 대중교통 이용시간, 신체활동 시간 등 소모하는 에너지양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섭취하는 에너지양은 늘고 있다”며 “특히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음료뿐 아니라 식품 전체에서 설탕함유량이 늘고 있으며 판매되는 전체 식품 약 75%에 단순당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품의 2/3 이상이 동물성식품과 정제탄수화물과 같은 고열량간편식이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의 비만종합대책은 신체활동증진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고열량음식을 섭취하면서 신체활동만으로 비만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좋은 식품’ 스스로 선택하는 환경 조성해야

베리 팝킨 교수는 가장 성공적인 비만정책 사례로 칠레를 꼽았다. 칠레는 2014년 가당음료 과세제도를 도입 후 점차적으로 강화하며 다방면의 중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칠레는 전체 식음료를 대상으로 ‘위해성분 전면경고 표시제도(이하 FOP)’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전면패키지 면적의 10% 이상 크기의 위해성분 함유에 대한 경고마크를 부착하고 해당 식음료에 대한 다양한 마케팅규제를 하고 있다.

이는 실제 소비자들에게 건강식품을 스스로 선택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소아청소년에게서 두드러졌다. 칠레는 1인당 가당음료 섭취량 세계 1위 국가였지만 FOP 도입 6개월 만에 60%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베리 팝킨 교수는 “칠레에서는 이 정책이 실행되면서 위해성분 경고마크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실제로 아이들이 부모에게 먼저 라벨이 붙어있는 것은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9개국 이상이 비만예방 위한 식품규제 등 ‘재정정책’ 도입

WHO(세계보건기구)도 비만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식품규제를 꼽았다. WHO 비전염성 질병예방국 전략담당관 주안나 윌럼슨 박사는 “WHO는 2014년 신체활동 증진을 위한 공공 캠페인, 식품기업의 산업용 트랜스지방 사용금지법, 가당음료과세를 통한 설탕소비감소 등을 중재방안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WHO는 2002년에 비만을 ‘전세계에 만연한 전염병’으로 지적하고 2015년에는 비만의 적극적인 대처를 위해 국가단위의 재정정책을 권고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9개 국가 및 자치주에서 재정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베리 팝킨 교수는 “가당음료 같은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소비자의 구매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지만 공급자에게 보다 건강한 식음료를 생산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며 “실제로 가당음료 과세정책이 발표되고 대부분 기업이 조정된 과세율에 맞춘 제품을 재설계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자들이 성분함량을 조절한 식음료를 생산하게 되면 식품전체의 영양재설계를 이끌어낸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의 미래 위해 비만율 반드시 낮춰야

또 전문가들은 성인비만을 유발하는 소아∙청소년비만에 집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성장기에 지존감을 낮추고 학업성취도를 떨어뜨리며 대다수가 성인비만으로 이어져 제2형 당뇨병, 조기심혈관질환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75년 1100만이었던 세계비만아동수는 2016년 1억2890만명으로 40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에서 5명 중 1명의 어린이가 과체중·비만인 셈이다. 따라서 소아청소년비만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주안나 윌럼슨 박사는 “비만환자는 자판기나 패스트푸드가게 등 환경 때문에 행동교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환자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안나 윌럼슨 박사는 “WHO 아동비만퇴치위원회는 출생 전 적절한 건강관리가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고 분석해 태아 비만예방을 위해 임산부에게 적절한 신체활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권장하고 있다”며 “또 출산 이후에도 분유나 이유식의 당분에 영아가 익숙해지지 않도록 신경쓰고 건강한 식습관이 잡힐 수 있도록 교육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부터 정부까지…모두가 비만예방환경 위해 협력해야

전문가들은 비만을 예방하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개인, 지역사회, 식품제조·소매·서비스업자, 시민단체, 학계, 언론 등 공동체의 협력을 강조했다.

주안나 윌럼슨 박사는 “비만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와도 자판기나 패스트푸드를 파는 곳이 많기 때문에 행동교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환자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비만 예방과 극복이라는 목표와 필요성에 대한 공통된 이해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며 “특히 빠른 속도로 뚱뚱해지는 소아∙청소년들을 위해 학교의 주도적인 노력과 변화가 매우 중요하며 이를 관리∙감독할 정부의 의지가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싱가포르 국립싱헬스듀크병원 광웨이 탐 박사는 “빠른 속도로 도시화를 겪은 싱가포르에서는 비만과 당뇨병이 급증했다”며 “이에 비만율 10% 미만을 목표로 2016년부터 국가 차원의 체중관리전략이 시행되고 있으며 총리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발표할 정도로 비만예방 및 극복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은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이 마련돼 비만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지금, 정부, 관련 단체, 전문가 등과 협력해 사회적 논의와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대한비만학회 김대중 정책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해외사례를 검토해보면 세금 같은 강력한 정책 없이는 비만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가당음료 등에서 걷힌 세금을 비만예방사업에 사용하도록 강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만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도입이 논의될 수 있도록 모두의 연대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은 “세계보건기구가 각국 정부에 비만의 위협을 경고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이 마련돼 비만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된 지금, 정부, 관련 단체, 전문가 등과 협력해 사회적 논의와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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