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계속 재발하고 주변으로 퍼진다면 ‘화농성 한선염’ 의심
여드름, 계속 재발하고 주변으로 퍼진다면 ‘화농성 한선염’ 의심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09.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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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A 씨는 몇달 전 왼쪽 겨드랑이에 여드름이 생겼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여드름으로 생각해 내버려뒀지만 증상이 점점 심해져 결국 A 씨는 병원을 찾았다. 그 결과, ‘화농성 한선염’으로 진단받았다. 병명을 알았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스테로이드 주사와 항생제 등으로 염증완화치료만 받아왔다. A 씨는 쓰라림, 통증, 고름 등으로 삶의 질이 낮아졌고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에 샤워도 며칠째 못하고 있다.

화농성 한선염은 심한 여드름처럼 보여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심한 여드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또 주변으로 퍼진다면 화농성 한선염을 의심하고 최대한 빨리 전문의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화농땀샘염이라고도 부르는 화농성 한선염은 피부 깊은 곳에 붉은 염증성결절, 종기, 흉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염증성피부질환이다. 세계 성인인구의 약 1~4% 정도가 앓는 희귀질환이며 우리나라 환자수는 약 8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질환인지도가 낮아 정확한 진단까지 8년 정도 걸리고 보통 사춘기 직후에 시작해 성인기까지 이어진다. 얼핏 보면 화농성 한선염은 심한 여드름처럼 보여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화농성 한선염은 주로 땀샘이 있는 곳 중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잘 발생한다. 주요부위는 겨드랑이, 서혜부(사타구니), 엉덩이 주변, 항문·생식기 주변, 가슴 아래 부위 등이다. 주된 증상은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염증이다. 

처음에는 붉은 염증성 결절 또는 종기로 발생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부위에 농양이 생기고 이후에는 물렁물렁하게 변한다. 이것이 터져 고름이 흐르고 피부 속에서 터지면 진피층에서 누관을 형성, 농포로 악화된다. 또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겼던 부위에는 깊은 곳까지 흉터가 남아 평소 움직일 때도 악영향을 준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피부과 배유인 교수는 “초기 증상만 보면 여드름과 비슷하기 때문에 심한 여드름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같은 곳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재발하고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등 증상이 발생하면 단순여드름이 아닌 화농성 한선염을 의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화농성 한선염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환자 26% 정도가 가족력이 있다는 점에서 유전적 요인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성 질환과 동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면역학적 이상 ▲사춘기 이후에 증상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호르몬의 영향 등 원인이 복합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화농성 한선염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흡연율이 더 높다. 흡연은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을 개선하려면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 또 비만은 피부가 접히는 부분의 마찰을 늘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체중도 감량해야한다.

자연치유되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 악화 및 재발이 반복된다. 수술해도 1년 이내 재발률이 50%를 넘고 환자들은 통증뿐 아니라 외부로 드러나는 병변, 고름 등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빈혈 및 만성통증이 나타나고 방광이나 요도 등에 누공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난다. 따라서 비슷한 증상이 발견되면 내버려두지 말고 조기에 피부과전문의를 찾아 치료 및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화농성 한선염 치료에는 환자상태에 따라 항생제, 비타민A제재, 스테로이드제, 여성호르몬제,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을 사용한다.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염증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양괴사인자(TNF)에 특이적으로 결합, 염증반응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적제제(항TNF제제)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는 기존약물로 치료했지만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이 일어난 경우 등 중증환자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또 기존에는 화농성 한선염 정보를 찾기 어려웠지만 최근 대한여드름학회에서는 홈페이지에 질환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들은 홈페이지에서 화농성 한선염의 증상, 발병원인, 치료방법 등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고 상담글을 등록하면 학회 소속 피부과전문의가 직접 답글을 달아준다. 화농성 한선염치료가 가능한 전국의 전문병원도 확인할 수 있다.

배유인 교수는 “화농성 한선염은 질환인지도도 낮고 아직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아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할 경우 환자가 약값의 60%를 부담해야한다”며 “다른 전신 면역성희귀질환의 경우 대부분 산정특례적용을 받아 환자가 10%만 부담하면 생물학적제제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고려해 화농성 한선염환자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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