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치아파절, 절대 방치하면 안 돼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치아파절, 절대 방치하면 안 돼요.
  • 최규환 태일동물병원 대표원장
  • 승인 2018.09.20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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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환 수의치과전문 태일동물병원 대표원장

 

치아파절은 치아의 부러짐을 말한다.

 

칼럼 2회차(18.06.14)에서 치아파절에 관해 간략하게 다뤘었다.

 

오늘은 고양이의 치아파절에 대해 사진과 함께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보려 한다.

 

 

치아파절은 파절된 치아의 노출 정도와 파절 후 방치된 기간, 치과 엑스레이 사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얼마나 부러졌는가, 어느 부분까지 노출되었는가에 따라 치료방법이나 예후가 달라질 수 있다. 파절된 직후 또는 보호자가 부러진 치아를 발견한 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치료하는 것이 그만큼 좋은 예후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파절된 치아는 왜 치료해야 하는가? 치아구조를 알면 이해하기 쉽다.

 

치아의 구조는 법랑질, 상아질, 치수로 이루어져 있다. 제일 바깥층인 법랑질이 사라지고 상아질이나 치수가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 치아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노출된 정도가 더 많을수록, 그리고 치수에 가까울수록 더욱 많은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송곳니는 어금니처럼 밥을 씹어 먹을 때 직접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부러져도 크게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물을 먹거나 얼굴을 비비는 도중에 부러진 치아가 닿거나 치아에 어떠한 자극이 가해졌을 때 불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특성상 이러한 통증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서, 보호자가 치아를 닦아 주거나 고양이가 하품하다가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다.

부러진 치아는 통증뿐 아니라 감염에도 취약하다. 파절된 치아표면은 거칠어서 그 표면으로 치태나 치석이 쌓이며, 상아질은 현무암 같은 구멍들이 미세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치석에 쌓인 세균들이 구멍 안쪽으로 들어가 치수 감염이나 치수 괴사를 일으킨다.  

치아 안쪽에 존재하는 치수는 해당 치아의 건강을 지키는 핵심구성원이다. 치수는 혈관과 신경, 그리고 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치수는 내·외부감염으로부터 치아를 지켜주는데, 감염이 지속적이거나 스스로 회복되지 못할 정도의 염증이 유발되면 치수괴사가 일어난다.

치아파절을 방치해 치수괴사가 일어난 케이스들을 사진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방사선 사진으로 치수괴사와 치조골 염증, 치아뿌리 끝 흡수가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염증으로 뺨 쪽 치조골이 일부가 소실되어 잇몸 밖으로 병변이 노출됐다. 치주탐촉자가 병변부위 잇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경우와 다르게 육안으로 보았을 때 부러진 정도가 심해 보이지 않더라도, 노출된 상아질을 통해 치수가 감염된 경우 치수괴사가 일어날 수 있다. 

치아 끝 일부 파절(동그라미 안쪽), 치아 뿌리 끝 흡수병변(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이 보인다. 치아파절 후 특별한 치료 없이 지내다가 치수괴사가 발생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치아가 부러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노출된 상아질을 통해 치아로 유입되는 감염으로 인해 치수가 괴사해 제 기능을 못한다면 그것은 치아껍데기만 남아 있는 것이다. 치수 안쪽에 세균이 집락을 형성해도 스스로 회복할 방법이 없다. 위의 사진처럼 감염으로 인한 치수괴사로 치아뿌리 끝 치아흡수와 육아조직성 염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부러진 치아를 바로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 부러진 치아에 대한 치료 방법은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부러지고 거칠어진 치아 면을 레진으로 치료했다.
치아파절로 치수가 노출된 경우 신경치료를 시행하고 치아를 수복한다.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고양이 송곳니가 부러진 경우는 자주 볼 수 있다. 부러진 치아가 모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위의 사진처럼 치수괴사가 생겼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아뿌리흡수가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경우 치아를 살리는 것보다 발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치료가 들어가기 전까지 병변의 염증 정도에 따라 지속적인 감염과 통증에 노출되고 있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과 다르게 고양이는 10살이 돼도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다. 우리 반려묘들을 위해 오늘은 송곳니를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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