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② 섬유근육통 “한 번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운동하자!”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② 섬유근육통 “한 번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운동하자!”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l 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09.2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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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한의원 이신규 대표원장

상담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질환은 무엇일까? 누군가 필자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주저 없이 ‘섬유근육통’이라 답할 것이다.

자가면역질환인 섬유근육통은 3개월 이상 전신 근골격계통증을 유발하는데 검사 상 정확한 원인이 나타나지 않을 때 진단되는 질환이다. 한마디로 몸은 쑤시고 아픈데 검사를 했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한참 하소연한다. 다른 병원에 갔더니 아무리 아프다고 말해도 “이상이 없다”며 돌려보내졌던 이야기, 주변에서 아픈 걸 몰라주고 꾀병으로 치부당했던 이야기 등. 나중에야 “어유~. 바쁜 의사선생님 시간을 너무 뺏어서 죄송해요. 근데 치료는 가능한가요?”라고 물어본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정상인이 통증으로 느껴지지 않는 자극을 아프게 느낀다. 이것은 신경계에서 통증과 상관 없는 자극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 중 30%가 우울증, 불안감, 건강염려증 등 정신적인 고통을 함께 겪는다. 몸이 아파서 신경계통증이 발생했던 신경계이상으로 실제 몸에 통증이 발생했던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정신적인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아무리 환자의 호소가 길어도 최대한 듣는다. 그리고 충분히 호전이 가능한 질환임을 설명해 안심시킨다. 하지만 상담과 진료가 끝나고 웃으며 갔던 환자가 며칠 뒤 잔뜩 찌푸린 얼굴로 돌아올 때가 있다. 몸 상태를 점검하고 지난 진료 때 권장했던 생활관리가 잘 됐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은 고개를 젓는다. 이유는 아파서다.

“아파서 입맛이 없습니다. 아파서 운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파서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정말로 아파서 못하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이 환자들은 약물치료로 통증을 충분히 가라앉힌 뒤 다른 치료를 해야 할까?

섬유근육통은 온몸의 다양한 부위에 원인모를 통증을 일으킨다. 

2016년 발표된 유럽 류마티스학회 ‘섬유근육통 관리 권고안’에는 항우울제, 항경련제 복용과 같은 약물치료는 ‘약한 권고(weak for)’ 등급이다. 반면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은 ‘강한 권고(strong for)’ 등급을 매겼다. 또 2017년 미국 류마티스학회도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이 약물요법과 다른 모든 치료법을 통틀어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갑작스럽거나 심한 운동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낮은 강도부터 시작해 규칙적으로 서서히 강도를 높이는 유산소운동이 가장 권장된다. 명상이 포함된 요가, 태극권도 통증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면서 체력소모가 덜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10여 년 전에 발표된 유럽과 미국 류마티스학회의 ‘섬유근육통 관리 권고안’에서 운동치료는 지금보다 더 낮은 등급을 받았다. 그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섬유근육통 치료에 운동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또 과거에는 ‘나이가 들어서 아프겠거니’라며 넘겼던 증상들이 이제는 병으로 인식되면서 섬유근육통으로 진단되는 환자수가 점차 많아질 것이다.

섬유근육통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올바른 진단이 내려지고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이 적합한 치료처방을 해야 한다. 여기에 필자는 꼭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한 번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운동하자!”

위너한의원 이신규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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