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K-뷰티’는 우리 수출산업영역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 지 오래다. 다시 말해 화장품을 기반으로 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돼 새로운 ‘화장품문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쯤에서 우리는 하나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어떻게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야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화장품은 브랜드를 기반으로 효능, 성분, 가격 등이 중요한 구매요인이지만 이와 함께 보이는 이미지도 중요한 영향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화장품업체에서는 내용물과 함께 제품용기 및 디자인에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덩달아 화장품용기업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 다양한 용기가 개발돼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한결 다양해졌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화장품용기시장은 2015년 252억3000만 달러에서 5.07%의 연평균증가율을 보이면서 2020년에는 323억1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화장품용기는 제품원료에 따라 플라스틱, 유리, 금속 등으로 구분되는데 2015년 기준 플라스틱용기가 58.7%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이는 업체가 화장품의 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가격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 소비자입장에서는 무엇보다 편리성을 우선시한다. 따라서 무겁고 번거로운 용기를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퇴출’ 캠페인이 다각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보다 거시적인 시야로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글로벌기업인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매장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빨대를 없애겠다고 발표했고 맥도날드 역시 매장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빨대를 종이빨대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움직임이 화장품회사로도 확산되면서 글로벌화장품브랜드인 로레알은 종이병으로 만든 ‘시드 피토뉴트리언트(Seed Phytonutrients;인슐린대사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산화스트레스가 적고 염증을 방지하며 미토콘드리아의 변이와 파괴를 줄여주는 등 건강을 유지하고 병을 예방하는 좋은 기능을 제공)’을 선보였다. 심지어 100% 재활용종이로 만들어 졌다고 하니 그들의 사회적인 책임감을 기반으로 한 실행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플라스틱병에서 대체상품으로 변경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제품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사회적 가치’에 동참하는 기업들도 있다.

영국의 화장품브랜드인 '러쉬'는 친환경 아이디어의 일환으로 플라스틱을 줄이는 제품을 개발해 출시했다. 그들은 고체형 샴푸를 개발, 플라스틱용기를 매년 600만개 정도 절약한다고 밝혔다. 또 스플로시라는 영국회사는 샴푸•세제 대신 성분농축액을 판매함으로써 불필요한 포장재인 플라스틱용기를 줄이고 있다.

국내 화장품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맞물려 화장품용기시장의 규모 역시 2010년~2014년 기준으로 5년 간 연평균 약 6.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4년에는 약 8178억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임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화장품개발을 위한 R&D는 고사하고 제품판매를 위한 온갖 마케팅에만 집중돼 있는 우리나라의 화장품시장상황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세계적으로 K-뷰티를 형성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리더로서 단순히 화장품판매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기보다는 한 단계 넓은 시야로 화장품의 사회적 가치에 의미를 두는 ‘화장품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할 때다.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