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눈동자를 돌리면 뇌가 움직인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눈동자를 돌리면 뇌가 움직인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10.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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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옛 말에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눈은 단지 사물을 보는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억력도 좋아진다고도 한다. 눈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우리는 평소에도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안구운동을 하고 있다. 바로 수면 중이다. 깊은 수면상태를 램(RAM)수면이라고 부르는데 RAM은 Rapid Eye Movement의 약자로 급속안구운동이 수반되는 수면상태를 말한다.

수면 중 급속안구운동은 우리가 꿈을 꾸는 동안 나타난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깊은 수면상태에서의 꿈은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꿈을 꾸는 동안 급속안구운동이 나타나는 이유는 꿈과는 무관하게 낮 동안의 기억을 재구성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안구운동을 해도 역시 기억이나 심리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심리기법 중 하나가 바로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이다. 해석한다면 안구운동을 통해서 심리적 예민함을 줄이고 기억을 긍정적으로 재처리한다는 의미다.

EMDR은 199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인 샤피로 박사에 의해 개발된 심리기법이다. 그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공원을 산책 중 이러 저리 눈을 빨리 움직이자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이론을 정립하기 시작했다. 이미 관련논문이 무척 많고 미국 심리학회, 국제외상스트레스학회 등에서도 인정받은 치료법이다. 유투브에 'EDMR'을 검색해 보면 스스로 안구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이 소개돼 있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것만으로 심리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일단 눈동자의 운동이 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인간의 뇌신경 12쌍 중 눈과 관련된 뇌신경이 모두 4쌍이나 된다. 2번 뇌신경인 시신경은 감각신경으로 시각을 담당하고 3번, 4번, 6번 뇌신경은 운동신경으로 이 세 개가 모두 안구운동에 관여한다.

안구운동 신경들은 뇌의 숨골부위에서 시작되는데 숨골 앞쪽에는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와 그 앞쪽 끝에는 감정을 저장하는 편도체가 붙어 있다. 따라서 안구를 이러 저리 인위적으로 돌리게 되면 신경자극을 통해서 해마와 편도체의 신경세포를 활성화시켜 기억과 감정을 재구성한다는 이론이다.

과거 조상들도 양생법의 일환으로 눈동자를 자주 돌리라고 했다. 눈동자를 돌리면 눈이 맑아지고 정신을 안정시키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간혹 눈을 감아서 간(肝)의 기운을 길러 화(火)를 내리도록 했다. 눈과 정신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과거부터 체득했던 것 같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집에서라면 눈앞에 약 1m 정도 떨어진 두 지점을 정해 놓고 머리는 고정한 채로 양 지점을 약간 빠르게 번갈아 보는 것이다. 혼자 편하게 있는 방안이라면 고개를 돌리지 말고 방안 여기저기를 구석구석 빠르게 쳐다보기를 반복해도 좋다. 과거의 트라우마나 평소의 스트레스 상황을 떠올리면서 지속한다. 가능한 길게 하면 효과적이다.

만약 집안에 가로 1m이상 되는 어항과 빠르게 헤엄쳐 움직이는 물고기들이 있다면 한 마리를 응시해서 지속적으로 쳐다보는 것도 자연스럽게 안구운동이 될 것 같다. 또 가로로 길게 만들어진 어린이용 동화책이 있다면 눈동자만 빠르게 움직이면서 읽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눈에 피로함을 느낀다면 잠시 눈을 감고 있어도 된다.

안구운동을 통한 심리치료는 이미 일반화된 것 같다. 굳이 정신과적인 문제가 없을지라도 평소에도 인위적으로 안구운동을 자주 한다면 머리가 맑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며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노인들의 경우에도 눈이 침침해지는 것을 막고 건망증뿐만 아니라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눈은 마음의 창이자 동시에 뇌의 훌륭한 조련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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