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이태리에는 없고 대한민국에만 있다는 ‘이태리타월’! 흔히 ‘때수건’이라고도 불리는 이 물건은 우리나라 목욕문화를 대변해준다. 이태리타월은 1967년 부산에서 직물공장을 운영하는 김필곤 사장이 개발한 발명품으로 이때 사용된 ‘비스코스레이온섬유’가 ‘이태리제’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면이 오톨도톨하게 만들어진 때수건의 발명은 ‘때밀이(목욕관리사)’라는 신규직업도 양산해냈는데 이는 중국인과 일본인이 우리나라를 찾게 만드는 ‘여행상품’으로까지 발전됐다. 결국 때수건의 발명은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켜켜이 묵은 때를 벗겨냄으로써 적당한 청결과 함께 찾아오는 나른한 쾌감은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행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는 어디까지 벗겨내야할지 도무지 헷갈린다. 화장품회사에서 광고하듯이 ‘일주일에 한번씩’ 필수적으로 각질을 제거해야하는 걸까?
우리가 흔히 때라고 일컫는 ‘각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피부는 표피와 진피로 이뤄졌으며 이중 표피는 4개 층(내측부터 기저층, 유극층, 과립층, 각질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표피의 최외각에 있는 세포층을 각질층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불필요하다고 치부해 버리기 쉽지만 각질(角質)은 케라틴(keratin)이라고도 불리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각질은 피부, 모발, 손톱의 상피세포를 구성하는 주요한 구조물질로 피부의 최외각에서 체내수분 및 전해질손실을 막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장벽기능을 수행한다.
얼굴의 각질세포는 정상피부가 대략 28일을 주기로 턴오버(진피층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세포가 각질층까지 올라와 죽은 세포가 돼 떨어져 나가는 과정)하면서 자연스럽게 탈락되는 상피세포다. 일반적으로 상피세포는 단일층이 아니라 대략 15~25겹의 정상층으로 이뤄져 있지만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피부재생주기가 길어지면서 25~30겹의 각질층을 형성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질제거의 목적이 정상두께를 이루고 있는 각질층을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과잉으로 생긴 ‘몇 겹’만 제거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즉 화장품회사에서 광고하는 것처럼 모든 피부를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 천편일률적으로 각질을 제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현재 당신의 피부가 정상이라면 각질정리제를 지나치게 사용함으로써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증발을 막는 각질층을 얇게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한다. 특히 아토피피부를 포함한 알레르기성피부와 예민피부의 경우 이미 각질층의 두께가 얇아져 피부장벽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피해야한다.
왜냐하면 각질층은 독성물질이나 미생물, 자외선 같은 유해인자가 피부를 침범할 때 막아내는 일차방어선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단 지나친 피지생성으로 인해 각질층이 두껍게 형성되는 지성피부나 여드름피부의 경우 AHA(Alpha Hydroxy Acids;알파하이드록시산)나 BHA(Beta Hydroxy Acids;베타하이드록시산)를 이용해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는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이태리타월은 우리에게 새로운 목욕문화를 선사했지만 어릴 때 일주일에 한번씩 대중목욕탕에서 때를 밀던 기억은 추억으로만 남겨두자. 건강한 피부를 위해 벗겨내야할 각질과 소중히 다뤄야하는 각질의 차이는 고작 ‘몇 겹’에 지나지 않는다.
※AHA와 BHA : 둘 다 살아있는 피부세포가 나타나도록 신체에서 각질을 제거하고 죽은 피부세포를 제거하는데 사용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