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④ 백미 vs 현미, 자가면역질환자에게 좋은 밥상은?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④ 백미 vs 현미, 자가면역질환자에게 좋은 밥상은?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l 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0.1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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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한의원 이신규 대표원장

한국인이 주로 먹는 3대 음식은 무엇일까?

정답은 주식인 밥과 양념의 베이스인 장(醬), 그리고 기본 반찬으로 식탁에 빠지지 않는 김치다. 이 3가지만 맛있어도 식사 한 끼는 ‘뚝딱’이다. 이 가운데 밥은 쌀밥, 보리밥, 잡곡밥 등 다양하지만 쌀밥이 대세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하얀 쌀밥에 고깃국은 부잣집의 밥상에서나 볼 수 있었다. 서민들은 제사나 생일 등 특별한 잔칫날이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쌀은 벼의 열매로 크게 멥쌀과 찹쌀로 나뉜다. 멥쌀은 평상시 흰 밥을 지을 때 쓰는 쌀이고 찹쌀은 찰기가 많은 쌀로 인절미를 만들 때 사용한다. 멥쌀은 껍질을 깎은 정도에 따라 다시 백미나 현미로 나뉜다. 맛은 까칠까칠한 현미가 부드러운 백미를 따라잡지 못한다.

현미는 단단한 쌀 껍질(겨) 때문에 백미에 비해 소화율과 흡수율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 현미에는 백미보다 단백질, 섬유소, 비타민 B1·B2·B6, 니아신, 칼슘 등이 다량 들어 있다. 특히 현미의 쌀겨와 배아에는 동맥경화와 노화방지에 도움을 주는 리놀레산과 토코페롤 등이 풍부하다.

요즘 같은 영양과잉시대에서 백미는 고탄수화물 식단의 주범이요, 당뇨 환자의 적으로 푸대접받고 있다. 반면 현미는 다양한 영양성분으로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필자가 주로 보는 류마티스관절염, 쇼그렌 증후군, 섬유근육통 등 자가면역질환자들도 식단을 분석해보면 현미와 함께 밥을 지어 먹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들 모두에게 현미 위주의 식단이 좋은 것일까?

동의보감에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모든 곡물을 107가지로 분류했다. 그 중 으뜸이 되는 5개(쌀, 보리, 콩, 조, 기장)를 뽑아 ‘오곡(五穀)’이라 불렀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백미는 ‘갱미(粳米)’로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효능을 기록했다.

“갱미는 성질이 화평하며 맛이 달다. 위장을 편안하게 하며 살이 오르게 한다. 뱃속을 따뜻하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한다.“

그렇다. 실제로 백미는 다른 곡물에 비해 소화가 잘 되는 장점이 있다. 성질이 한쪽으로 치우쳐 지지 않아 자주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

현미는 동의보감에 따로 소개되어 있진 않다. 하지만 그 영양학적 가치는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백미에 비해 소화가 어려운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수많은 비만환자나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피해야 하는 당뇨환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사진출처 : 셔터스톡

그렇다면 자가면역질환자들은 어떤 쌀을 먹는 것이 더 좋을까. 현미 위주 식단이 면역력에 좋다는 이야기 때문에 굳이 현미를 고집한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

오랜 기간 동안 몸이 약해지면서 병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자들에게 식사의 최대 목적은 에너지를 최대한 흡수해 몸의 기력을 회복을 시키는 것이다. 자가면역질환자들에게 만성적인 소화기능 장애가 자주 동반된다는 점, 그리고 염증성 질환에 널리 처방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를 장기복용하면 위염, 궤양, 천공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무리 영양분이 많아도 소화가 어려운 현미의 지속적인 섭취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음식에는 각 식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 있다. 거기에 맞게 먹으면 약(藥)이 된다. 분명히 지나친 백미의 섭취는 비만, 당뇨 등 수많은 대사증후군의 원인이다.

하지만 백미는 적절한 영양섭취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가장 안정적인 식단이다. 환자를 현혹시키는 각종 건강기능 식품들이 넘쳐나지만 내가 앓고 있는 질환과 몸에 맞지 않는다면 ‘백해무익(百害無益)’이다. 단순히 ”어디에 좋다“고 주장하는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않고 나에게 맞는지 판단하는 게 현명한 소비자다. 또한 의료인은 환자들의 처한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처방을 내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위너한의원 이신규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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