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를 살리자]성빈센트병원 - 46년 역사 자랑 ‘전인치료’의 모범답안 쓰다
[지방의료를 살리자]성빈센트병원 - 46년 역사 자랑 ‘전인치료’의 모범답안 쓰다
  • 이보람 기자
  • 승인 2013.07.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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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부지역은 서울과 가까운 지리조건과 각종 행정기관, 여가편의시설이 다양해 수도권에서도 가장 요충지다. 특히 경기도청이 위치한 수원의 경우 인구 100만명이 넘는 광역시급 대도시로 ‘경기도를 알려면 수원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도권 바로미터다.
 

그렇다보니 보건의료시설도 매우 발전했다. 실제 경기 남부지역 최초의 의과대학병원도 수원에 가장 먼저 들어섰다. 바로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위치한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이다. 병원 설립 역사만 해도 46년이 넘는다.


성빈센트병원은 빈센트 성인의 정신에 따라 지난 1967년 병원을 통해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치료해주고자 설립됐다. 사실 성빈센트병원 설립이 구체화된 1963년의 국내 상황은 6.25전쟁이 끝난 지 10년밖에 안 돼 외국원조에 의해 겨우 전후복구가 마무리될 때였다. 수원 역시 병든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의료시설 하나 갖추지 못한 실정이었다.
 

▲67년 빈센트 성인 정신 설립, 육체적 치료와 동시에
편안한 죽음까지 도와줘 최초 최소침습수술센터 자랑



△ 1967년 獨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설립

성빈센트병원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열악한 의료시설을 접한 독일 ‘성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에서 1964년부터 수원시 지동 일대 부지를 구입해 1967년 5월10일 준공했다.


사실 성빈센트병원이 타 수도권 병원과 가장 구별되는 점은 그들의 기본이념인 ‘전인치료’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것이다. 의술만을 목적으로 하는 병원과 달리 빈센트 성인의 정신을 이어받아 질병으로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한 ‘전인치료’에 힘쓰고 있다.


성빈센트병원은 환자의 육제적인 치료와 함께 영적 돌봄을 통한 전인치료를 위해 원목팀과 임상사목교육센터를 운영 중이다. 또 죽음을 앞둔 말기암환자와 가족들이 마지막 순간을 편히 맞을 수 있도록 신체적·정서적·사회적·영적으로 돌보는 호스피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 탄생에서 죽음까지 함께 아우르다


이들 중에서도 ‘원목팀’ 활동이 특히 눈에 띈다. 타 병원에서 운영 중인 원목프로그램이 ‘환자가 원하면 찾아가는 기도’가 중심이라면 성빈센트병원 원목팀은 ‘환자를 찾아가 기도와 함께 얻는 심신의 안정’이 주된 활동이다. 종교를 강요하지도 않으며 종교색을 크게 내세우지도 않는다.


성빈센트병원 원목팀장 박 비르지타 수녀는 “원목팀은 늘 환우 곁에서 함께 하고 있는데 각 병동 원목 담당 수녀님들이 매일 병실을 방문해 환우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나 아픔 등을 어루만진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의료진과 똑같이 환자 개인별 감정상태나 불안도 등을 정리한 차트를 만들어 환자들을 관리하는 맞춤형 원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 각종 의료기관 평가서 1등급 획득


하지만 무엇보다 성빈센트병원이 수원의 대표병원이 된 것은 전인치료의 기본이념에 전문 의료기술과 첨단장비를 더해 타 병원과 차별화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현실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성빈센트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실시한 각종 의료기관 평가에서 최상의 성적을 거두며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명실상부하게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위암·대장암·간암수술 후 사망률 낮은 병원으로 ‘1등급’을 획득, ‘암 수술 잘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았다. 또 난이도 높은 수술로 분류되는 ‘뇌혈관내수술’ 인증기관으로 지정받았고 뇌졸중 평가에서도 1등급을 받았다.


특히 성빈센트병원이 운영 중인 폐암센터와 위·대장암센터, 심장혈관센터, 뇌혈관센터, 최소침습수술센터 등은 각종 임상과 의료진의 축척된 노하우 등을 통해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폐암센터의 경우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등 7개의 임상과 의료진들로 구성돼 진단에서부터 치료방향까지 최단시간에 원스톱으로 결정하고 있다.


△ 최고 폐암센터·최초 최소침습수술센터 자랑


또 우리나라에 최소침습(복강경)수술이 도입된 초기인 1991년 처음 시작된 최소침습수술센터도 성빈센트병원의 자랑거리다. 비장절제술과 Duhamel씨수술은 1994년 6월과 1997년 3월 국내 최초로 성공한 수술이다. 또 1996년에는 세계 최초로 직장암에 대한 복강경항문 괄약근보존술을 성공하는 등 복강경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첨단장비도 눈길을 끈다. 토모테라피는 기존 방사선치료기보다 치료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을 현저히 저하시켜 최고의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꿈의 방사선치료기’라고 불리는 장비다. 성빈센트병원은 지난 2007년 6월 토모테라피를 도입해 치료에 대한 환자만족도를 높이고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해 왔다. 지난해에는 장비 업그레이드를 시행해 더욱 향상된 고정밀방사선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홍보대외협력실 이강문 실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성빈센트병원은 빈센트 성인의 정신을 이어받아 철저히 환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그 근간에는 자비와 사랑의 정신이 있다”며 “고객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소통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성빈센트병원 수녀 24시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당신처럼 살겠습니다
마음까지 치유하는 완화의료병동


“이제 그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님, 그가 주님 곁에서 편안히 쉬게 해 주십시오. 이제 저는 그를 보내야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빈센트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는 모 수녀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의 임종을 앞두고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다. 지금도 생각난다. 그 환자가 가족과 함께 이별여행을 갔을 때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말기 신경암환자인 그에게는 그것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가족여행이었다. 그는 미술요법시간에 가족과 함께 놀이동산으로 나들이 갔던 추억을 캔버스에 담았다. 붓을 들고 추억을 그리는 그의 손은 떨리고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시대. 삶의 시작과 마지막이 공존하는 병원에서 일한지 이제 10년이 넘었다. 그래도 하느님이 왜 자신을 성빈센트병원에서 일하게 했는지 알고 있다. 시대의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섬기고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한 빈센트 성인처럼 살고 싶다고 하느님께 약속했기 때문이다.


병은 치료할 수 있지만 마음은 치료하기 힘들다. 사람이 마음을 열기가 얼마나 힘든지, 세상과 작별해야 할 때가 와야 차디찬 마음이 열리는 것 또한. 단순히 병을 고치는 병원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 치유하고 싶은 병원을 만들고자 그녀는 이제 자리에서 일어난다.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50여명의 수녀들은 한마음으로 오늘도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사랑하고 꿈꾸며 일합니다. 죽음은 아주 오랜 후에야 있을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먼 미래를 보며 달려갑니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지금의 사랑을 포기하기도 하고 성공을 위해 가족을 소홀히 하기도 합니다. 남보다, 지금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오늘쯤은 기꺼이 희생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알 것입니다. 오늘 이 순간의 삶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말입니다.’(2011년 사별가족 모임 및 추모제 이은자 간호사 추모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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