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 숫자는 늘어가는데 간접흡연은 그대로
금연구역 숫자는 늘어가는데 간접흡연은 그대로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0.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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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무익(百害無益)’ 담배, 이제는 끊읍시다 ②
흡연보다 건강에 해로운 간접흡연…원천차단해야
금연구역은 26만5113개, 관리인원은 400명
흡연자 “금연구역 수만큼 흡연구역도 늘려달라”

대국민 금연종합대책이 제시되고 금연정책에 대한 정부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금연구역’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금연구역이 증가하는 것과는 별개로 비흡연자들은 여전히 간접흡연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여의도 직장인 권모 씨는 “금연구역은 늘고 있지만 그에 비해 흡연공간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금연구역이 아닌 모든 곳이 곧 흡연구역”이라며 간접흡연의 현실을 지적했다.

■간접흡연 막아주는 금연구역, 효과는

지난해 WHO 국가별 FCTC정책 이행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담배위험성 경고를 위한 금연캠페인, 담뱃세 인상정책 등에서는 높은 이행률을 보였다. 하지만 담배광고, 판촉·후원금지, 간접흡연방지 관련 정책은 ‘이행전무’라는 나쁜 성적을 받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내에서 전면적인 흡연금지법령이 적용되는 장소는 보건의료시설, 교육시설(대학교 제외)뿐이다. 현재 사유작업장, 영업용·개인용차량, 문화시설, 술집, 바, 나이트클럽 등에서는 흡연을 허용하거나 부분적인 흡연제재만 가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가 술집, 식당, 공항, 공원, 해변 외에 아파트 등 개인주거공간까지 전면금연구역인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5명 중 1명이 간접흡연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출처 : 셔터스톡

■금연구역 아닌 곳은 전부 흡연구역?

서울시의 금연구역지정 추이를 보면 2012년 7만9391곳에서 2017년 26만5113곳으로 5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있는 곳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간접흡연피해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현재 비흡연자의 직장 간접흡연노출률은 23.5%, 공공장소 간접흡연노출률은 21.1%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간접흡연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간접흡연에서 나오는 ‘부류연’이 직접흡연의 ‘주류연’보다 해롭다는 것이다. 미국 환경청국제 암연구소에서 인체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규정한 벤젠, 2-나프틸아민, 벤조피렌 같은 물질은 부류연에서 각각 13~30배, 30배, 2.5~3.5배 농도가 높았다. 간접흡연과 폐암관계를 밝힌 연구에서는 비흡연배우자가 흡연배우자로 인해 폐암발병률이 24%나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는 “간접흡연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해로운 독성연기에 노출되고 있어 문제다”며 “또 간접흡연은 폐뿐 아니라 심뇌혈관질환의 발생률을 높이고 뼈건강을 악화시키며 생식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연기·냄새 없는 가열담배, 간접흡연은 똑같다

주변에 가열담배를 즐기는 사람에게서 가열담배는 간접흡연해도 해롭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가열담배는 태우는 방식이 아닌 가열하는 방식으로 흡연 시 연기가 ‘증기’로 나온다. 자연스레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간접흡연피해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아주 적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기헌 교수는 “하지만 다수의 국가기관이나 연구에 따르면 가열담배증기에도 흡연중독을 유발하는 니코틴, 암을 유발하는 니트로사민, 인체에 유해한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아크롤레인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국 가열담배도 똑같은 담배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해 일본 산업의과대학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가열담배로 인한 공기오염이 있기 때문에 금연구역에서는 가열담배도 사용을 금지해야한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의학협회도 공공장소에서의 가열담배사용은 비흡연자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열담배는 냄새와 연기가 없지만 다수 연구에 따르면 흡연중독을 유발하는 니코틴, 암을 유발하는 니트로사민, 인체에 유해한 일산화탄소 등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출처 : 셔터스톡

■흡연자 “금연구역 말고 흡연구역도 늘려야”

간접흡연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거리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분리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흡연자가 담배를 필 수 있는 공간을 늘려야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금연구역은 늘고 있지만 흡연구역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흡연자들의 목소리다.

실제로 서울시 금연구역은 매년 확대돼 2012년 7만9391에서 2017년 26만5113으로 6년새 3.3배 증가했지만 흡연구역은 계속 감소해 현재 43곳 밖에 남지 않았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인근은 흡연구역이 2곳뿐이며 광화문광장 일대는 전체가 금연구역이기 때문에 흡연할 수 있는 장소가 한 곳도 없다. 자연스레 흡연자들은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고 보행자들은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것이다.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흡연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약 80%에 달하지만 국내에서는 흡연공간의 분리보다는 금연구역 설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달리 해외에서는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등 흡연자의 흡연권을 보장해주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거리 곳곳에 흡연공간을 만들어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분리, 간접흡연피해를 줄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금연구역은 늘고 있지만 흡연구역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흡연자들의 목소리다.

■금연구역 늘리지만 말고 관리도 강화해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스크린골프장과 같은 실내 체육시설이나 흡연카페도 금연구역화됐다. 또 어린이집, 학교, 의료기관 등 시설의 경계선으로부터 10m 이내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12월 31일부터 흡연이 전면금지된다.

하지만 금연구역이 늘어나는 것과 달리 단속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며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2017년 기준 서울시내 금연구역을 단속하는 인력은 130명, 금연지도원 270명으로 총 400명에 불과하다. 6만 곳이 넘는 금연구역을 관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한금연학회 지선하 회장은 “금연관리구역 확대뿐 아니라 이에 관련된 체계적인 관리, 단속시스템 강화가 이뤄져야한다”며 “무엇보다 금연구역에서는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시민의식을 위해 지속적인 금연교육이 이뤄져야하며 자원봉사자와 함께 금연구역단속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밝혔다.

간접흡연이 해로운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대한폐암학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성폐암환자 중 10명 중 9명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도 폐암에 걸렸으며 특히 이들의 폐암발병률은 남편의 흡연량에 비례했다.

이처럼 치명적인 간접흡연으로부터 비흡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금연구역을 넓히고 지정된 구역을 철저히 관리하며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분리, 흡연자인식 개선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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