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⑥ 기분 좋은 상상만으로도 통증 줄일 수 있다면?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⑥ 기분 좋은 상상만으로도 통증 줄일 수 있다면?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l 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0.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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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요즘 미식(美食)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TV와 유튜브 등에서 일명 ‘먹방’영상의 인기가 높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수요미식회를 보면 패널들이 같은 음식점을 가서 맛에 대한 평가를 한다.

그런데 같은 음식점을 갔는데도 “인생 최고의 맛이었어요” “제 입맛에는 안 맞았어요” 등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진행자인 전현무와 신동엽은 같은 음식을 먹고 왜 같은 맛을 느끼지 못했을까? 맛이란 미각과 후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뇌가 해석해낸 결과로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가 진료하면서 침을 놓다 보면 “아아악! 너무 아파요” “시원해요” “침이 하나도 안 아프네요” 등 같은 상황인데도 각각 반응이 다르다. 통증을 표현할 때도 “뻐근해요” “찌릿해요” “우리해요” 등 사람마다 표현이 제각각이다. 통증도 음식의 맛처럼 감각기관에서 들어온 정보를 뇌가 해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통증의 시작점은 몸 곳곳에 퍼져 있는 말초신경이다. 통증신호가 신경통로를 거쳐 뇌에 전달되면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진통제는 통증신호가 발생하고 뇌에 전달되는 과정 중 일부를 차단하는 것이다.

뇌와 통증 메커니즘
통증의 시작점은 몸 곳곳에 퍼져 있는 말초신경이다. 통증신호가 신경통로를 거쳐 뇌에 전달되면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통증의 매키니즘이다. 사진출처 : 클립코리아

통증은 뇌에서 인식하는 주관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심리상태가 큰 영향을 준다. 이를 설명하는 것으로 ‘플라시보’와 ‘노시보’라는 용어가 있다. 플라시보는 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심리 때문에 통증이 줄어드는 현상이며 노시보는 부정적인 심리가 고통을 부르는 현상이다.

한의학 고서인 황제내경에는 “기가 통하면 통증이 없고 기가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있다(氣通卽不痛, 氣不通卽痛)”는 표현이 있다. 사람들은 억울한 일을 당하면 ‘기가 막힌다’라고 말한다. 기가 통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몸도 아파오기 시작한다. 반대로 힘들었던 일이 잘 풀리면 ‘10년 묵은 체기가 내려간다’고 한다. 막혔던 기가 통해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통증치료에 있어 심리적 요소는 간과할 수 없다. 필자는 만성통증이 동반되는 류마티스관절염, 섬유근육통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자를 주로 진료한다. 만성통증환자들은 통증이 올 때마다 심한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이 때 ‘노시보’현상이 생긴다. 부정적인 감정이 다시 뇌를 자극해 통증에 더 민감해지는 것이다.

통증의 원인에 대한 치료를 하더라도 환자에게 ‘노시보’ 현상이 오면 치료가 난관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환자들에게  통증이 뇌의 반응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통증 외에 다른 기분 좋은 무언가를 하기를 권장한다. 기분 좋은 상상도 도움이 된다.

통증은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질환을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하고 있다면 통증신호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이때부터는 뇌에 울리는 통증신호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진통제는 약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속에도 있다. 뇌가 기분이 좋으면 천연진통제인 엔돌핀을 분비한다. 통증 때문에 몸은 자유롭지 못해도 상상은 자유다. 기분 좋은 상상을 통해 통증을 줄일 수 있다면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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