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식품 속에 숨어 있는 색깔들의 비밀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식품 속에 숨어 있는 색깔들의 비밀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0.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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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단풍을 보고서 보통 ‘물든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원래 나뭇잎이 가지고 있는 색으로 엽록체가 파괴되면서 그 안에 숨어 있던 색들이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먹는 식품들도 실제 색이 감춰져 있는 것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가을제철식품 새우다. 살아 있는 새우는 일반적으로 약간 투명하거나 회색을 띤다. 하지만 열을 가하면 붉게 변한다. 이는 없던 색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새우 속에 숨겨진 붉은 색이 드러나는 것이다. 바로 ‘아스타잔틴’이라는 색소성분이다.

아스타잔틴은 새우, 게, 가재 등 갑각류에 들어있는 카로티노이드색소로 항산화작용이 뛰어나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건강식품으로 유통되는 크릴오일도 붉은 색을 띠는 이유가 바로 아스타잔틴 때문이다.

이들은 살아있는 상태에서는 아스타잔틴이 단백질과 결합돼 있어 보이지 않다가 열이 가해지면 단백질구조가 변성되면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새우나 게를 열을 가해서 익히게 되면 점점 붉은 색을 띠게 된다.

낙지, 문어, 오징어도 삶으면 물이 붉어진다. 이들 피부 속에 포함된 홍색색소가 녹아나오는 것으로 오징어나 문어의 경우는 삶으면 껍질이 붉은 색으로 변한다. 특히 갑오징어는 색소가 풍부해 위장술이 뛰어나다. 그래서 바다위에 화려한 색으로 떠 있다가 까마귀를 낚아채서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간다고 해 한자어로 ‘오적어(烏賊魚)’라고 부른다.

블랙푸드로 알려진 검은색 식품은 사실 보라색이다. 이는 바로 안토시아닌 색소다. 안토시아닌의 농도에 따라서 보라색을 띠기도 하고 농축된 경우는 검은 색처럼 어두운 색을 띠게 된다.

보라색을 띠는 식품은 가지, 블루베리, 콜라비, 비트, 자색고구마 등이 있다. 안토시아닌이 농축돼 검게 보이는 식품은 검은콩, 검은깨, 흑미, 오디 등이다. 전형적인 블랙푸드라면 낙지나 오징어의 먹물로 멜라닌색소 때문에 그 자체가 검다.

김도 검게 보이지만 사실 김은 붉은색이다. 김은 홍조류에 속하는데 붉은색소인 ‘피코에이트린’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마치 안토시아닌이 농축되면 검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김을 겹쳐서 말리기 때문에 어두운 색을 띤다. 김을 물에 풀어보면 붉은 빛을 띠는 김을 한 가닥씩 관찰할 수 있다.

흑삼, 흑초, 흑마늘, 간장 등이 검게 보이는 이유는 갈변화현상 때문이다. 이것은 식품 속 당분과 특정 아미노산이 반응해 흑갈색색소를 만들어내는데 메일라드반응이라고도 한다. 열이 가해지면 촉진되기 때문에 찌고 말리기를 반복하면 더욱 어두워지고 숙성기간이 길수록 점차 검어진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흑삼, 흑마늘 등은 비효소적인 반응이고 흑초나 간장은 효소에 의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비효소적인 반응은 열작용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설탕으로 만드는 달고나도 마찬가지 반응으로 갈색으로 변한다. 이것을 캐러멜화 반응이라고도 한다.

과일의 색이 노랗고 붉은 이유는 카로티노이드 색소 때문이다. 카로티노이드는 과일이 햇빛의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과정을 ‘익는다’라고 말한다. 뿌리채소는 뿌리나 줄기에 쌓이기도 한다. 참고로 수박 등은 익어도 여전히 껍질이 푸른색을 띠는 이유는 일종의 보호색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식품은 다양한 색을 띠고 그 색을 띠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따라서 한번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서 먹는다면 그 식품의 효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식품 속의 무지개 색을 먹는 것은 건강을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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