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정말로 콩을 많이 먹으면 가슴이 커질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정말로 콩을 많이 먹으면 가슴이 커질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1.0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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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얼마 전 라디오에서 매일 두유를 장기간 먹은 중국의 어느 남성이 가슴이 너무 커져서 결국 가슴축소수술을 했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또 10여 년 전에는 콩이 유방암발병률을 높인다는 소문도 있었다. 콩은 유방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먼저 두유를 지나치게 섭취한 중국 남성에 대한 기사를 살폈다. 두유를 좋아한 남성은 매일 500ml 이상 섭취했는데 점차 유방이 커지기 시작했고 결국 D컵까지 커져 수술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비슷한 사례가 미국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언뜻 콩(대두) 속에 포함된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작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해당 남성들은 아마도 남성호르몬 ‘안드로겐(테스토스테론)’보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과량 분비되는 ‘여성형 유방증’을 앓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두유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과다섭취되면서 불균형이 심해졌을 것이다. 한마디로 특이체질인 것이다.

아직까지 콩이 가슴을 키운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간혹 콩 제품을 먹고서 가슴이 커졌다는 여성들이 있지만 콩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아닌 제품에 포함된 당분 등 칼로리섭취로 인한 체중증가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콩과 관련된 가장 큰 오해는 바로 유방암과 관련된 것이다. 2007년에는 ‘콩을 많이 먹으면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기사가 논란이었다. 이는 호주 암학회의 발표내용을 전한 것이었지만 국내에서 기사화되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당시 호주 암학회 발표내용을 요약해보면 ‘유방암과 관련해서 콩 식품을 적당량 복용하는 것은 문제없다. 다만 유방암 환자들의 경우 고용량의 콩이나 콩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농축 보조제는 안전성이 평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었다. 걱정되는 부분만 왜곡·강조해서 기사화한 것뿐이다.

현재까지 콩이 가슴을 키운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간혹 콩제품을 먹고서 가슴이 커졌다는 여성들이 있지만 제품에 포함된 당분 등 칼로리섭취로 인한 체중증가일 가능성이 높다.

콩-유방암의 관련연구로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는 미국임상영양저널(2009년)에 실린 연구다. 이는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폐경기 전 여성 7만3223명을 대상으로 콩섭취-유방암의 연관성을 살핀 연구결과다.

식이평가는 두유, 두부, 이외의 다양한 콩 제품, 말린 콩, 콩나물, 신선한 콩을 포함해 상하이에서 소비되는 모든 콩 식품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됐다. 연구결과, 사춘기와 성인기 폐경 전에 다량의 콩식품을 꾸준하게 섭취한 여성들은 유방암 발병률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폐경기에 있어서는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미국의사협회저널(2009년) ‘콩의 섭취와 유방암 생존’ 논문에서 중국 상하이 5042명 여성 유방암생존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결과, 콩 관련 식품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유방암의 재발율·사망률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연구는 콩 소비량이 가장 많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기에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콩에서 발견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 유사효과를 나타내면서 동시에 항-에스트로겐 효과를 나타낸다. 콩 속의 이소플라본은 마치 자동 스위치와 같아 적절하게 ‘온-오프(on-off)’를 작동하는 것 같다. 유방암환자들이라도 고용량 이소플라본 추출물이 아니라면 콩섭취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쉽게도 콩을 많이 먹는다고 가슴이 커지진 않는 것 같다. 콩을 많이 섭취하는 아시아여성들이 서양여성들보다 가슴이 크지 않다는 것도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여성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콩은 다양한 형태로 섭취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권장된다. 콩은 가슴을 키우지는 않지만 우리의 건강을 키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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