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⑨ 아메리카노 한약을 아시나요?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⑨ 아메리카노 한약을 아시나요?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l 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1.1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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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요즘 '아메리카노'가 일상에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일명 다방커피로 불리는 믹스커피가 더 익숙했지만 지금은 커피하면 아메리카노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뜨거운 물에 희석해서 먹는 커피이다.

커피를 많이 마시지 않던 시절에 처음 아메리카노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지금과 달랐다. 한약같은 음료를 왜 먹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메리카노는 커피의 풍미를 느끼면서도 너무 진하지 않고, 깔끔하고 질리지 않는 맛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커피와 한약은 먹는 목적이 서로 전혀 다르지만 한약에도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형태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한약 제형은 파우치에 담긴 액체 형태인 탕제다. 쌍화탕, 십전대보탕 등이 대표적이다. 한약에는 여러 제형이 있는데, 전통적으로  탕제, 환제, 산제, 고제 등이 대표적이다.

탕제는 앞서 소개한데로 가장 일반적인 한약 형태다. 한약재를 물에 넣고 일정 시간 끓여낸 것으로 장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가장 빠르고 흡수력이 좋다. 환제는 둥근 모양으로 우황청심환을 떠올리면 된다. 작은 형태부터 큰 형태까지 다양하게 조제된다. 크기가 클수록 위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천천히 흡수가 된다. 산제는 밀가루처럼 가루로 된 제형을 말한다. 기침에 먹는 용각산이 유명하다. 고제는 오랜 시간 고아서 고추장과 같은 형태를 띄는 것으로 경옥고가 대표적이다.

각각 다른 한약의 제형은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된다. 한약재 중 물에 끓여 낼 때 유효성분이 많이 추출되면 탕제로 처방한다. 휴대가 간편해야 하거나 긴급한 상황 시 즉시 복용해야 한다면 환제나 산제가 적당하다. 오랜 시간 약재를 고아야 유효성분이 잘 나온다면 고제가 맞을 것이다. 연고와 같이 외용제로 사용할 목적에도 고제를 사용한다.

요즘은 식품기계, 포장기계 등의 발달로 과거에 내려오던 제형들 외에 새로운 제형들도 생겨났다. 탕제를 동결건조하여 분말로 만들어 내는가 하면, 아주 진하게 농축하여 시럽 같은 형태로 만들어 짜먹을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제형이 바뀐다는 것은 단순히 새롭다는 것을 넘어서 편의성을 높이고 약효를 극대화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새로운 제형은 계속 개발되고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약의 형태는 크게 탕제, 환제, 산제, 고제로 나뉜다. 최근에는 물에 타서 마시는 '아메리카 한약'이 등장했다. 사진출처 : 위너한의원
한약의 형태는 크게 탕제, 환제, 산제, 고제로 나뉜다. 최근에는 물에 타서 마시는 '아메리카 한약'이 등장했다. 사진출처 : 위너한의원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는 몸 안의 해독이 원활히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물처럼 마실 수 있는 한약을 처방한다.

위에서 말한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파우치로 만들어진 한약을 바로 마시는 게 아니라 물 1리터 이상에 희석해서 하루 동안 틈틈이 마시게 한다. 이렇게 하면 맛이 연하고 먹기 편해서 한약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잘 먹는다. 검은 빛깔의 한약이 물에 퍼지면 커피처럼 검은색을 띄게 된다. 그래서 환자들이 ‘아메리카노 한약’이라고 부르곤 한다.

몸의 해독대사 과정에서는 물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한약을 다량의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한약을 물에 희석하면 유효성분이 저농도로 서서히 체내에 유입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한약을 먹으면 어딘가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복용할 수 있다.

한약의 제형도 시대에 맞게 달라지고 있다. 한약은 과거에도 다양한 형태의 약들이 있었고, 현재도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요즘은 맛, 향, 색, 질감까지 고려해서 만든다. 형태는 변해도 목적은 하나다. 질병을 개선하고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한약도 제형의 변화와 발전을 통해아메리카노처럼 대중들에게 큰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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