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감탄고토(甘呑苦吐) 대신 달면 뱉고 쓰면 삼켜라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감탄고토(甘呑苦吐) 대신 달면 뱉고 쓰면 삼켜라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1.19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우리 몸의 미각체계는 해롭거나 유해한 음식을 걸러내고 생존과 영양분의 섭취를 위한 쪽으로 진화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이 있듯 단맛은 당기는 맛이고 쓴맛은 거부감이 드는 맛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이들은 정반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쓴맛과 단맛에는 이중성이 있기 때문이다.

혀가 맛을 감지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쓴맛은 독소유무를 확인하고 단맛은 에너지를 찾는 맛이다. 또 짠맛은 소금(나트륨)이나 미네랄, 우마미는 단백질이나 지방의 존재를 감별한다.

그리고 과도한 신맛으로 상한 음식이나 덜 익은 과일을 가려낼 수 있다. 참고로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자극이다.

특히 쓴맛은 독소의 맛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맛이다. 따라서 다량의 쓴맛을 느끼면 구토가 나타나지만 소량의 쓴맛이 혀에서 감지되면 위장과 뇌는 독이 들어오는 것으로 인지해 해독능력을 키운다. 동시에 위장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소화액분비량도 늘어난다. 그렇다고 쓴맛이 과식을 조장하지는 않는다.

한의학에는 쓴맛이 위장을 건강하게 한다는 ‘고미건위(苦味健胃)’라는 말이 있다. 쓴맛이 강한 봄철 나물에 포함된 알칼로이드 성분은 식욕을 좋게 하고 인삼이나 도라지의 사포닌은 쓰지만 면역력을 높인다. 이들 성분은 식물이 해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독성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애피타이저에는 쓴맛이 많다. 서양의 경우 애피타이저로 소량의 술을 마시기도 하는데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쓴맛이다. 애피타이저를 전채(前菜)요리라고도 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채소가 중요하게 사용됐다. 역시 애피타이저로 쓴맛이 있는 샐러드를 많이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쓴맛과 마찬가지로 단맛도 이중성이 있다. 단맛은 에너지가 포함된 음식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맛이다. 인류 생존역사에 있어 아무 때나 식량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탄수화물이나 당분이 포함된 음식을 많이 먹으면 잉여에너지를 피하지방으로 저장해 놓기도 한다.

그래서 단맛은 과식을 유발하지만 어느 정도 당분을 섭취하면 뇌는 에너지가 들어온 것으로 인지하고 식욕중추의 활성을 낮추기 시작한다. 심하게 허기질 때 소량의 당분을 섭취하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즉 단맛이 식욕을 조절하는 것이다.

오후 간식으로 과자나 초콜릿 같은 것을 먹으면 밥맛이 없어진다. 아이가 사탕이나 과자를 먹으면서 밥을 잘 먹지 않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엄마들은 이때 아이가 ‘식욕이 없다’고 보약을 먹이려하지만 당분을 줄이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살짝 쓴맛이 나는 간식을 먹인다면 식사량이 늘 것이다.

코스요리나 뷔페에서 단맛이 나는 디저트를 가장 나중에 먹는 것도 이유가 있다. 디저트로 케이크, 비스킷, 과일 몇 조각을 먹는 것은 ‘이제 충분하게 먹었으니 만족하라’는 신호를 뇌에게 전달, 달래고자 하는 것이다.

한식코스요리에는 처음에 나오는 호박죽 때문에 뒤이어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과량의 탄수화물이나 당분이 포함된 음식을 과량섭취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탄수화물중독이나 설탕중독으로 뇌가 더 자극적인 단맛을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지기 쉽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쓴맛과 단맛을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혀가 원하는 맛과 몸이 원하는 맛은 반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쓴맛이 독의 맛이라고 하지만 자연에서 직접 식량을 채취하지 않는 이상 독을 먹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맛은 생존의 맛이라고 하지만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쓴맛과 단맛은 이중성이 있는 두 얼굴의 ‘아수라 백작’과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