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화장품 전문가’는 없고 파워 유튜버만 있는 화장품시장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화장품 전문가’는 없고 파워 유튜버만 있는 화장품시장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hanmail.net)
  • 승인 2018.11.23 09: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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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오랜만에 만난 동기가 선물이라며 두툼한 종이가방을 건넨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가방을 열어보니 얼마 전 출시했다는 화장품 꾸러미다. 대학 재학시절 죽음의 3대역학을 함께 공부했던 공대친구가 뜬금없이 화장품회사를 설립했다니 적잖이 놀랐다.

요즘 주변에 마스크팩 단품에서부터 시리즈 화장품라인을 줄줄이 론칭하는 지인들이 많이 늘었다. 어떻게 이들은 화장품이라는 콘텐츠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다른 사업에 비해 화장품생산에서 유통까지 진입문턱이 비교적 낮다는 점이다. 또 K-뷰티의 흥행으로 화장품업계가 호황을 이루면서 OEM, ODM기업들이 단기간에 급격한 성장을 이뤄 선택할 수 있는 화장품생산공장이 많아졌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게다가 클릭 한 번만으로도 지구 반대편의 소식까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인터넷발달’은 화장품소비형태를 변화시켰고 이에 따라 유통산업의 흐름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TV, 신문, 라디오 등 대형매체를 통해서만 홍보할 수 있었던 화장품 마케팅채널이 더욱 다양하고 세분화되면서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화장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화장품판매를 위한 온라인마케팅도 더욱 치밀하고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 ‘파워 블로거’를 통해 구전마케팅으로 화장품판매수익을 올리던 업체들이 이제는 밴드나 카페를 통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공동구매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요즘엔 젊은 감각을 이용해 짧은 영상물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문제는 화장품을 홍보하는 파워 블로거에서 커뮤니티 주인장이나 뷰티 크리에이터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사용후기만을 기본으로 화장품을 홍보하고 있어 ‘화장품 전문가’임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화장품을 사용했을 때의 개인적인 느낌(텍스추어), 발림성, 수분감, 발색 등의 기준으로만 화장품의 좋고 나쁨을 판단해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게다가 그들이 확보한 팔로워들이 많을수록 파급력은 더해져 결국 소비자는 비전문가들의 주관적인 평가에 속아 자신의 피부타입은 고려하지도 않은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매체를 이용한 마케팅은 법적 구속력이 비교적 약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러한 마케팅환경은 화장품 전문가로 포장된 ‘화장품 마케터’를 양성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적어도 화장품 전문가라면 단순한 느낌이나 교과서적인 성분만을 파헤칠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피부건강과 임상차원의 코멘트를 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분석적•과학적으로 접근해야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올바른 정보를 전달받고 비로소 정당한 화장품소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연히 SNS용 영상촬영을 함께할 특수분장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접한 적이 있다. 여드름이 없는 모델에게 특수분장을 이용해 지저분한 여드름피부로 만들어 놓은 다음 특정회사의 여드름화장품을 사용함으로써 피부가 개선되는 영상을 촬영하는 회사였다.

사기와 다를 바 없는 이런 영상들을 법적 제재 없이 업로드하면서 클릭 하나만으로 지구 반대편까지 실시간으로 방송한다고 생각하니 이제껏 쌓아왔던 K-뷰티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앞으로 긴 호흡으로 K-뷰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화장품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화장품업체들도 ‘진짜 화장품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건전한 화장품유통 및 마케팅문화를 자리잡게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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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선 2018-11-26 15:54:19
정보의 홍수라고들 하는데..
너무 많은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속고 있는 느낌~
검색도 지치죠..
진짜 전문가의 정확한 정보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좋은 정보입니다^^

김지원 2018-11-23 20:13:46
너무 맞는 말이네요. 진짜fact를 알고 싶어요 !
항상 좋은 정보 감사하고 칼럼 너무 잘 읽고있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