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꾸벅꾸벅...‘위장약’도 졸릴 수 있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 이야기] 꾸벅꾸벅...‘위장약’도 졸릴 수 있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8.11.23 10: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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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안녕하세요. 병원 다녀오셨나요?”

“......”

40대 초반의 여성 분이 기분이 별로이신지 반응이 좀 까칠합니다. 지난번 방문하셨을 때는 꽤 밝은 표정이었는데 오늘은 웬일일까요?

“OOO님, 오늘도 지난번과 똑같은 처방이 나왔네요. 증상은 많이 좋아지셨나요? 약 드시면서 불편한 점은 없으셨어요?”

“약사님, 혹시 처방약에 콧물약이나 수면제 들어있었어요?”

“아뇨? 콧물약, 수면제는 없는데요? 처방된 약은 OOO, XXX, 위장약 등이 들어있어요.”

“그런데 약 먹고 운전하다 졸려서 큰일 날 뻔했다고요!”

“아...... 혹시 OOO님 콧물약 드시면 졸음 때문에 심하게 고생하시는 편인가요?”

“네. 그래서 병원 가면 꼭 졸리지 않은 약으로 해달라고 말해요.”

“그렇다면 처방받으신 약 때문에 졸음이 왔을 수 있겠네요.”

“그래요? 콧물약도 없었는데도 졸릴 수 있다고요?”

알레르기 증상완화제나 멀미억제제 등을 복용하면 졸릴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장약도 졸릴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는 다양한 증상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습니다. 처방에 포함된 약물들은 위장 점막을 직접적으로 자극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요.

특히 부루펜Ⓡ(이부프로펜) 같은 소염진통제들은 위염이나 위궤양, 위출혈을 일으키기도 하는데요. 이들이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억제해서 위장관의 혈액흐름이 나빠지고 위장을 보호하는 점액 분비가 줄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궤양치료제나 제산제 등이 같이 처방되기도 합니다. 궤양치료제들은 지소렌Ⓡ(애엽추출물)이나 무코스타Ⓡ(레바미피드) 등과 같이 위 점막 염증을 완화시키거나 프로톤펌프억제제(PPI), 히스타민2수용체 길항제(H2-receptor antagonist) 등 위산 분비를 억제해 약 복용 후 발생하는 위장장애를 개선합니다. 제산제는 산 자체를 중화하는 알마게이트와 같은 제제로 위산으로 인한 위장장애를 완화시킵니다.

모든 위장약들이 다 졸린 것은 아닙니다. 졸음을 유발하는 위장약은 바로 히스타민2수용체 길항제(H2-receptor antagonist)들입니다. 타가메트Ⓡ(시메티딘), 잔탁Ⓡ, 큐란Ⓡ(라니티딘)이 가장 유명한 제품들이지요.

히스타민수용체는 4종류(H1, H2, H3, H4)가 있으며 각기 다른 작용을 합니다. 히스타민1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들은 알레르기나 구토, 수면장애완화 효과가 있어 가장 널리 사용되지요. 흔히 ‘항히스타민제’라 불리는 것들은 히스타민1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히스타민은 몸 구석구석에 존재합니다. 뇌에 존재하는 히스타민은 신경전달물질로서 시상하부에 작용해 각성효과를 일으키지요. 만일 뇌 속에 있는 ‘히스타민’이 억제돼 흥분이 가라앉으면 졸음이 오게 됩니다. 초창기 개발된 ‘1세대 항히스타민제’들은 뇌로 이동할 수 있어서 약을 복용하면 졸릴 수 있어요.

‘항히스타민제’ 복용 후 잠이 오는 것은 원하지 않는 작용(부작용·副作用·side effect)이지요. 그래서 차후에 개발된 ‘2세대, 3세대 항히스타민제’들은 뇌로의 이동을 최대한 막아 덜 졸린 약들로 나오게 됐답니다.

타가메트Ⓡ(시메티딘), 잔탁Ⓡ, 큐란Ⓡ(라니티딘) 등 ‘히스타민2수용체 길항제’는 위산분비를 강하게 차단해 ‘항히스타민제’라는 용어보다는 ‘궤양치료제’로 알려졌지요. 만일 이 성분들이 뇌로 이동한다면 역시 히스타민 작용을 억제해 졸릴 수 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히스타민2수용체 길항제(H2-receptor antagonist)’들은 뇌로 거의 이동하지 않습니다. 단 소량은 뇌척수액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세요. 특히 신장기능이 좋지 않다면 체내 농도가 높아지면서 더 많은 양이 이동할 수 있어요.

‘히스타민수용체 길항제(H-receptor antagonist)’에 민감한 사람은 소량만으로도 졸음이 올 수 있고 심지어 아주 드물게 기억을 잠시 잃을 수 있습니다. 약품 설명서에도 ‘드물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적혀 있고 약사에게도 관련 내용을 안내받지 못할 수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러한 부작용은 ‘히스타민수용체 길항제(H-receptor antagonist)’에 민감한 경우에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꼭 기억해두셔야 합니다.

최근에는 알비스Ⓡ와 같이 라니티딘과 비스무스가 복합된 제제가 약물 복용 후 위장장애를 완화하는 목적으로 자주 처방되고 있습니다. 만일 감기약을 복용한 후 졸림증상 때문에 심하게 고생하셨던 분이라면 위장약을 처방받거나 일반 의약품을 구입하실 때 꼭 미리 말씀해주세요. ‘히스타민2수용체 길항제(H2-receptor antagonist)’가 아닌 다른 성분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만일 어쩔 수 없이 약을 드셔야 하는 경우라면 운전이나 중요한 작업 시 졸음에 주의해야한다는 사실, 꼭 잊지 마세요!

※참고문헌

M.J.Neal, 《Medical Pharmacology at a Glance 6th》, Wiley-Blackwell, 2009
이상봉, 정세영, 《근거중심의 외래진료 매뉴얼1》, 대한의학서적, 2011
오오츠후미코, 《알기쉬운 약물 부작용 메커니즘》, 정성훈 역, 정다와, 2015
랠프 B. 맷슨, 《충농증 이겨내기》, 강병철 옮김, 조윤, 2007
http://sommeil.univ-lyon1.fr/articles/lin/frenchcorner/sommaire.php 《The Brain Histaminergic System and arousal mechanisms》
《Histamine excites pedunculopontine neurones in guinea pig brainstem slices》
A. Khateb, M. Serafin, M. Mühlethaler, Neurosci. Letters(1990) 112; 257-262
“세포와 조직 따라 다양한 ‘히스타민 효과’” <한국의약통신> 2017년 4월 17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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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원장 2018-11-23 11:25:57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주시니 정말 좋은 기사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