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와 앞이마에만 가혹한 ‘DHT’
# 털보가 별명인 김모 씨는 자신에게 탈모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지나칠 정도로 온몸에 털이 많았기 때문. 그러던 어느 날 미용실에서 예전보다 숱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심하며 머리를 만져보니 예전보다 빈 곳이 많이 느껴졌다. 몸의 털과 머리털은 엄연히 다르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난 김 씨는 마음이 급해졌다.
국내 성인 5명 중 1명은 탈모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털이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최근 ‘젊은 탈모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호르몬에 의한 탈모 ‘안드로겐 탈모증’을 앓는 환자 56.3%가 20·30대로 나타났다. 건강한 모발을 자랑해야 할 젊은이들이 탈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는 원인이 사라지면 어느 정도 나아지는 경우가 있지만 호르몬에 의한 탈모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예방이 어렵다.
고대안암병원 피부과 안효현 교수는 “호르몬탈모의 원인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하 DHT)라는 호르몬이다”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모낭의 특정세포와 피지샘에 있는 5알파 환원 효소(5-reductase)와 만나 DHT로 바뀌는데 이것이 모낭을 약화, 탈모로 이어지게 만든다”고 말했다.
■머리카락에만 가혹한 ‘DHT’
DHT는 눈썹, 수염, 가슴, 팔, 다리의 털은 자라게 만들지만 정수리와 앞이마에서는 오히려 털성장을 억제해 탈모를 유발한다. 머리숱이 적은 남성들이 두피와는 다르게 몸의 다른 부분에 털이 많은 이유다.
여성은 남성보다 탈모가 적은데 DHT가 남성의 1/6에 불과하며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탈모를 방지 및 모발을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내시 중에는 대머리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시는 테스토스테론 생성체인 고환을 절제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테스토스테론은 탈모뿐 아니라 수면, 건강과도 직결된다는 연구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방법은 피해야
DHT에 의한 탈모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은 미국 식약청(FDA)에서 승인한 바르는 약물과 경구용 탈모치료제 2가지가 있다.
바르는 약물은 미녹시딜 성분 약으로 머리카락을 굵게 만들고 모발생존을 돕는다. 또 모낭을 축소시키는 효과까지 있다. 경구용 탈모치료제는 피나스테리드 성분과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약이 있다. 탈모에 효과적이라는 식품이나 샴푸 등이 있지만 공인된 치료제는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뿐이다.
안효현 교수는 “평소 몸에 털이 많다고 탈모가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아야한다”며 “DHT가 영향을 주는 것을 의심하고 최대한 빨리 탈모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Tip. 안효현 교수가 알려주는 탈모 자가진단법
일반적으로 빠지는 머리카락이 유난히 많다고 느낄 때 그제서야 탈모를 의심하고 두피상태를 살펴본다. 대신 의심증상 몇가지를 숙지해두면 조기발견에 도움이 된다. 다음 증상 중 5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탈모를 의심해야한다.
① 이마가 점점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② 모발이 힘이 없어지고 부드럽고 가늘어진다.
③ 모발이 하루에 100개 이상 빠지는 것 같다.
④ 두피를 마사지하면 시원하지 않고 가벼운 통증이 느껴진다.
⑤ 모발의 앞머리와 뒷머리 굵기 차이가 난다.
⑥ 두피가 가려우면서 비듬이 생기는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
⑦ 두피에 피지량이 늘어나 지성으로 변한 것 같다.
⑧ 습관적으로 두피나 머리를 자주 긁는다.
⑨ 엄지, 검지 두 손가락으로 모발을 약 100개정도 잡아당겼을 때 6개 이상 빠진다.
⑩ 신체의 가슴털, 수염, 겨드랑이 털 등 머리 이외의 털이 갑자기 길어지고 굵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