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⑫ 인체면역계 최대의 적 ‘트랜스지방’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⑫ 인체면역계 최대의 적 ‘트랜스지방’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l 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2.0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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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각 나라에는 영토를 지키는 군대가 있다.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국경을 무단침입하게 되면 바로 군대의 공격을 받게 된다.

우리 몸 속에도 군대와 같이 몸속 세포들을 지키는 방어체계가 있는데 바로 면역체계다.

사람의 면역체계는 오랜 세월 진화를 거치면서 발달했다. 이로운 것들은 받아들이고 해로운 것들은 제거해오면서 나름대로의 체계가 생긴 것이다.

특정성분이 몸에 들어왔을 때, 내 몸에 해롭다고 기억되거나 인식되는 순간 면역체계는 빠르게 활성화되면서 이를 제거한다.

음식섭취도 이런 과정을 거친다. 내 몸에 이로운 성분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소화·흡수를 거친다. 해로운 성분들이 유입될 때는 면역반응이 일어나 1차적으로 구토·설사 반응이 일어난다. 그래도 몸으로 흡수된 물질들은 내부적인 면역반응을 통해 제거된다. 

그런데 오랜 세월동안 안정적으로 가다듬어진 면역체계가 현대에 와서 위협받고 있다. 사람이 그동안 진화과정에서 겪지 못한 새로운 가공물질들을 만들어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음식을 둘러싼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 2000년대 들어 대표적인 물질이 ‘트랜스지방’ 이다.

트랜스지방은 지방의 변형된 형태다. 지방은 본래 동물성 지방에 많이 포함된 ‘포화지방산’과 식물성지방에 많은 ‘불포화지방산’으로 나뉜다. 포화지방은 상온에서 고체로 존재하고 과다섭취시 나쁜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포화지방은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며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포화지방은 몸에 해롭고 불포화지방은 몸에 이롭다는 인식이 거의 정설로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여기에 새롭게 트랜스지방이 추가된 것이다. 

지방의 종류와 트랜스지방이 많은 음식들. 사진출처 : 클립아트코리아·위너한의원
지방의 종류와 트랜스지방이 많은 음식들. 사진출처 : 클립아트코리아·위너한의원

트랜스지방은 본래 몸에 좋다는 불포화 지방의 일종이나 외부적인 원인에 의해 화학구조가 바뀐 것이다. 소, 양 등에서 나오는 고기와 유제품에도 자연적으로 발생한 트랜스 지방이 소량 포함돼 있다.

하지만 문제로 여겨지는 트랜스지방은 대부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불포화지방의 풍미를 증진시키고 유통을 쉽게 하기 위해 수소를 첨가시켜 고체화시킨 마가린과 쇼트닝이 대표적이다. 또 불포화지방이 공기에 노출돼 산화하거나 열을 가하는 경우에도 트랜스지방이 증가하게 된다.

트랜스지방은 사람이 진화과정에서 섭취해오던 지방과는 달라 우리 몸이 침입자로 인식할 우려가 있다. 실제 트랜스지방은 몸 안에서 면역체계를 과도하게 항진시켜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트랜스지방이 몸속에서 세포막의 구성성분으로 사용될 경우 염증반응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과정이 혈관벽에 염증을 유발하여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트랜스지방은 결국 적게 먹거나 가능하면 안 먹는 것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다. 다행히 마가린과 쇼트닝은 위험성이 많이 알려져 식품업계에서도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기름을 사용하여 음식을 조리할 때 생기는 트랜스지방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산화된 기름을 먹지 않기 위해서는 식물성오일을 살 때 가급적 소량을 사서 빠르게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한다. 또 조리할 때 기름을 고온으로 가열하면 트랜스지방이 증가하기 때문에 식물성 기름이라 할지라도 튀긴 음식이나 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볶은 음식들도 최대한 삼가는 것이 좋다.

동물성 식품인 육류나 생선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 또한 고온으로 가열하면 트랜스지방으로 변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불에 굽거나 튀긴 형태 보다는 물에 조리하는 것이 좋다.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물에 빠진 고기’가 가장 안전한 형태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환자들에게 육류, 해물 등을 먹을 때 가능하면 수육, 찜, 조림, 탕이나 국에 넣어서 섭취하라고 권장하는 편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만성염증질환자들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생활 속 요인들을 최대한 줄여야한다. 환자는 ‘한약을 먹기 시작하면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나요?’라고 묻곤 한다. 하지만 무조건 지방섭취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트랜스지방은 줄이고 이외에 자연에서 난 음식들은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똑똑한 식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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