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에게 흔하고 치명적인 ‘비대성 심근증’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에게 흔하고 치명적인 ‘비대성 심근증’
  • 김태영 대구 죽전동물병원(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ㅣ정리·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8.12.10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영 대구동물병원(동물메디컬센터) 죽전 내과원장

고양이의 심장질환은 개와 비교해서 많은 차이점이 있다. 개는 일반적으로 심장질환 중 만성 판막질환이 가장 흔하게 일어난다. 판막이 퇴화하여 변성이 일어나고 결국 판막에서 혈류가 새어 나가게 되는 질환이다. 고양이도 때때로 심장 판막질환이 나타난다. 하지만 개와는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퇴행성 판막질환의 형태로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없다. 

고양이에게는 HCM이라고 불리는 비대성 심근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이 흔하다. 심장 근육이 한 곳 또는 여러 부분에서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국내 고양이의 심장질환 중 약 80% 이상을 차지한다. 개에게는 희소한 질환이다. 

비대성 심근증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단 메인쿤, 래그돌 등 특정 품종에서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된다고 확인되었다. 그러나 페르시안, 아메리칸 숏헤어, 스코티쉬 폴드와 일반적으로 많이 접하는 길고양이 등 유전적 요인이 입증되지 않은 품종에서도 비대성 심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근증 중 제한성 심근증과 확장성 심근증은 드물다. 확장성 심근증은 1980년대 이전에는 고양이에게 매우 일반적이었으나, 이 질환이 사료의 타우린 결핍과 관련되어 있다는 원인 규명이 이루어지며 크게 줄었다. 현재는 고양이 사료에 보통 타우린이 적절하게 추가되어 있으므로 사료를 섭취하는 고양이에게는 확장성 심근증이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비대성 심근증은 고양이의 20~30%가 앓을 정도로 비교적 흔하다. 따라서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고양이와 개의 심장질환은 형태적인 부분은 물론 진단과 임상 증상에도 차이를 나타낸다. 심장질환이 있는 개는 대부분 심장 잡음이 감지되고 이는 청진기를 이용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고양이에게도 심장 잡음이 들릴 수 있으나 이는 항상 심장질환의 유무와 일치하지 않는다. 고양이의 심장 소리를 청진하는 것은 심장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결정적인 방법은 아니다. 가슴 엑스레이 사진 촬영 역시 개의 심장질환 진단에는 일반적으로 사용하지만 고양이에게는 그렇지 않다. 고양이 심장질환의 결정적인 진단을 위해서는 심장 초음파검사가 가장 유용하다.

고양이 심장병의 증상은 미묘하거나 비특이적인 경우가 많다. 단지 고양이가 숨으려 하고 식욕이나 기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정도로만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질병의 중기까지도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때때로 노력성 호흡, 헐떡임, 개구호흡 등 호흡 이상 증세를 보일 수 있지만 질환이 상당히 경과한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 참고로 갑작스러운 뒷다리의 절뚝거림은 심각한 심장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왼쪽 심장의 비대와 혈류 변화로 심장질환이 일어난 고양이는 심장 내에서 혈전 형성에 대한 위험성이 증가한다. 혈전의 조각들이 혈류를 타고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흘러가서 혈관을 막아 문제를 발생시킨다.

고양이에게 혈전색전증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부위는 뒷다리다. 영향을 받은 다리는 급성으로 쇠약, 마비, 통증이 생긴다. 고양이가 이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즉시 동물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게 해야 한다.

고양이의 비대성 심근증은 기본적으로 두 단계가 있다. 각각 다른 예후를 보인다. 첫 번째 단계는 분명한 심장질환이 있으며 임상적인 문제를 일으킬만한 위험성이 있는 단계다. 다음 단계는 심장 질환뿐 아니라 이로 인한 심부전이나 혈전색전증과 같은 임상적인 문제가 발생한 단계다. 비대성 심근증을 앓지만 증상이 없는 고양이는 생존기간이 약 5년 정도이며, 가벼운 증상이 발현된 고양이는 평균 생존기간이 2.7년 정도로 알려졌다.   

고양이의 심장질환은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 현재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아직 장기 생존 예후나 생존기간의 예측에 관한 조기 지표들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비대성 심근증의 효과적인 예방법이나 근본치료법에 관한 연구 역시 안타깝지만 아직 없다. 

심장 건강은 개만큼 고양이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고양이는 심장질환을 감지하기가 훨씬 어렵다. 때때로 시간을 놓쳐서 치료해 볼 기회조차 없이 죽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정기적으로 동물병원을 방문하여 수의사에게 건강 체크를 받는 것이 고양이의 심장과 전반적인 건강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장질환이 있더라도 조기 발견을 통해 꾸준히 치료·관리한다면 충분히 삶의 질을 높이고 오랜 시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