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헬스경향 공동기획 [치매 이야기] ⑪ 치매환자의 이상행동, 세심한 관찰·이해 선행돼야
대한치매학회·헬스경향 공동기획 [치매 이야기] ⑪ 치매환자의 이상행동, 세심한 관찰·이해 선행돼야
  • 임재성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l 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2.1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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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성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치매환자의 이상한 행동 ‘신경행동증상’은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힘들고 괴로운 일이다.

이는 보호자가 간병을 포기하고 환자가 시설에 입소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매의 신경행동증상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망상과 환각이다. 망상은 ‘교정할 수 없는 잘못된 믿음’을 뜻한다.

예를 들어 부정망상은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바람이 났다고 믿는 증상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집요하게 보호자의 행적을 캐묻고 상관없는 사람을 의심하기도 하며 보호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도둑망상은 누군가 자기 물건을 가져갔다고 의심하는 증상이다. 패물을 잘 챙겨 두고는 정작 본인이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을 못하면서 며느리가 훔쳐갔다고 의심하거나 이웃사람이 훔쳐갔다고 생각하고 곤란한 상황을 만든다.

이러한 망상은 보호자의 간병부담을 높이고 환자가 기존의 공동체에서 생활하기 어렵게 만드는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킨다.

환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거나 듣는 현상을 나타낸다. 루이소체 치매환자들은 생생한 환시를 경험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별한 부모나 동물 등을 보면서 그 모양새나 입고 있는 옷을 생생히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로 병원을 방문하면 우선 해당 증상이 망상이나 환각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고 증상유발원인 질환을 확인한다. 치매 외에도 간혹 파킨슨병 치료약 등 약물로 인한 부작용으로 해당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항정신병제제(antipsychotics)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부작용과 효능에 대해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 후 투약을 고려해야한다.

치매환자들은 방금 이야기한 것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정서적인 부분은 아직 남아있다. 따라서 보호자가 많이 힘들어도 환자를 세심히 이해하고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망상과 환각뿐 아니라 배회도 힘든 증상이다.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 집밖으로 나가서 없어지기 일쑤인 환자들이 있다. 보호자가 다른 일을 할 수 없게끔 만들고 가끔은 이를 제지하는 가족들과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배회 증상의 원인은 공간에 대한 인식능력의 저하로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이 자기 집이 아니라는 믿음, 옛날 집을 떠올리며 본인 집에 가야한다는 생각 등이다.

자신이 낯선 곳에 있다고 생각하고 불안한 느낌에 집에 돌아가고 싶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이 억제하며 못 가게 막으면 분노와 좌절에 빠진다. 때로는 운동부족이라는 생리적인 원인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길을 잃을까봐, 나가면 또 어떤 실수를 저지를지 몰라서 환자를 집 안에만 있게 하고 바깥 외출을 막는 경우가 있다.

신체적으로는 건강한 사람이 바깥 출입을 못하게 되면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할 만한 공간이 필요해진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약을 줘서 재우는 것보다는 매일 일정한 시각에 함께 산책하는 것이 이상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환자가 갑자기 공격성을 보이거나, 불안·초조 증상을 보이는 경우, 치매의 진행으로 동반되는 증상인 경우도 있지만 요로계질환이나 약물부작용이 원인일 수 있다. 배뇨곤란 및 이로 인한 복부통증과 같은 신체적 불편감을 환자가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면 행동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신경행동증상은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증상들도 원인이 다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주의 깊게 살피고 해결해줄 수 있는 전문가와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치매환자들은 방금 이야기한 것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서운한 감정은 두고두고 기억한다. 따라서 보호자가 많이 힘들지만 환자의 신체적·감정적 욕구를 세심히 이해하고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치매라는 올가미에 갇혀 표현되지 못하는 한 사람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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