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길은 활짝, 치료율은 제자리…‘C형간염’ 관리 대책은?
완치 길은 활짝, 치료율은 제자리…‘C형간염’ 관리 대책은?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8.12.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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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백신·자각증상 없는데다 별도 국가검진 X
최신 치료 정보 제공도 미흡
40세 이후 한 번이라도 검진받아야
C형간염은 타인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쉽게 감염되기 때문에 주삿바늘은 반드시 일회용을 사용해야한다.
C형간염은 타인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쉽게 감염되기 때문에 주삿바늘은 반드시 일회용을 사용해야한다.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에는 평소 무관심했던 간 건강을 한 번쯤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간은 70% 이상 손상돼도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 않는 침묵의 장기. 우리가 항상 경각심을 갖고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특히 B형·C형간염은 간암원인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간 건강에 치명적이지만 다른 간질환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더욱이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없어 더욱 경계해야한다.

이 때문에 C형간염 정복을 향한 노력은 부단히 이뤄졌다. 무엇보다 치료제의 지속적인 발전은 ‘걸려도 어쩔 수 없는 병’이라는 인식에 머물던 C형간염을 ‘조기에 치료하면 얼마든지 완치 가능한 병’으로 바꿔놓았다.

문제는 환자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내 C형간염 코호트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C형간염환자의 절반에 달하는 총 46.2%가 C형간염을 방치하고 있었다. 심지어 효과적인 치료제가 등장했는데도 과거에 비해 치료율이 크게 향상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C형간염 치료제 눈부신 진전…치료율은 큰 변화X

질병관리부 통계결과 국내 C형간염환자의 치료율은 페그인터페론 주사제로 치료하던 시기와 경구용약제로 치료하던 시기 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부 통계결과 국내 C형간염환자의 치료율은 주사제로 치료하던 시기와 경구용약제로 치료하던 시기 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C형간염은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을 기반으로 치료했다. 하지만 완치율이 낮은 데다 두통, 설사, 근육통 등 많은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다행히 2015년경 C형간염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경구용 약제가 출시되면서 주사치료 없이 먹는 약만으로도 C형간염을 완치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경구용 C형간염치료제는 하보니, 소발디, 비키라팩, 제파티어 등 총 4가지. 이들은 강력한 항바이러스효과로 완치율을 높일 뿐 아니라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치료기간도 8~12주로 짧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C형간염 완치의 길이 활짝 열렸지만 환자들이 내딛는 발걸음은 여전히 더디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10년간 조사한 한국 C형간염 코호트연구에 따르면 국내 C형간염환자의 치료율은 페그인터페론 주사제로 치료하던 시기(2007~2014) 47.2%에서 경구용약제로 치료하던 시기(2015~2017) 43.9%로 크게 향상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C형간염 치료율 낮은 이유는?

전문가들은 C형간염 치료율이 더딘 가장 큰 원인을 ‘본인의 감염여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C형간염은 안 그래도 자각증상이 없는데 국가검진항목에까지 빠져 있어 조기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것. 이 때문에 환자 대부분이 간경화나 간암 등 이미 상태가 악화된 뒤에야 발병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 C형간염 코호트 데이터에 따르면 환자의 80% 이상이 C형간염에 감염된 후에도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대한간학회 설문조사결과, 국민의 90%가 C형간염검사를 받은 적이 없거나 모른다고 답했다.

최신 치료법에 대한 정보제공도 미흡한 상태. 아직까지 포털사이트나 지식백과 등에서는 경구치료제 개발 이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페그인터페론 주사제를 표준치료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환자들이 감염여부사실을 알기도 어려운 데다 올바른 치료정보도 얻기 힘든 환경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C형간염에 대한 국민인식을 끌어올리려면 최소한 생애전환기 건강검진(만40세·만66세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건강검진)에 C형간염검사를 정식으로 포함시켜야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10월 대한간학회가 개최한 간의 날 기념식에서도 구체화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승업 교수는 “정부가 국가검진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별도로 3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C형간염 조기발견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지만 40세 이상 연령에서 국가검진과 연계해 C형간염검사를 실시하면 20억~30억원의 예산이 소요, 훨씬 적은 비용으로 무증상환자를 발견하고 빨리 치료를 시행해 감염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생관리 철저히, 40세 이후엔 검진 꼭!

C형간염은 예방백신은 물론, 감염돼도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피부나 상처에 닿았을 때 감염되는데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고 만성으로 진행돼도 가벼운 피로감, 소화불량, 황달, 우상복부불쾌감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다른 간질환으로 진행될 위험도 높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환자 70%가 만성으로 진행되며 이 중 2.5%가 매년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악화된다. 특히 40세 이후부터는 진행률이 빨라져 40세 이후에는 최소 한 번이라도 C형간염 검진을 받아야한다. C형간염은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쉽게 검진할 수 있다.

무엇보다 C형간염은 별도의 예방백신이 없어 스스로 감염경로를 철저히 차단해야한다. 가족끼리 손톱깎이를 돌려쓰거나 비위생적인 미용문신, 피어싱을 받은 경우 등 타인의 혈액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서는 감염확률이 높기 때문에 가족끼리도 생활도구는 절대 공유하지 말아야하며 주삿바늘이나 문신·침시술도구 역시 소독 후 사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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