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얼핏 들으면 불어인 듯한 생소한 영어단어가 등장했다. 해성처럼 나타나 화장품시장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Cosmetic’)과 ‘약학적인(pharmaceutical)’이 합쳐진 합성어다.
코스메슈티컬제품은 ‘피부과 의사가 만든 화장품’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피부과를 중심으로 일반의원에 이르기까지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시장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당장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병원용 화장품’ 또는 ‘피부과 화장품’만 쳐도 전문쇼핑몰부터 제품과 연관된 기사, 체험단을 통한 블로그후기, 까페 Q&A,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한 페이지가 빼곡하다. 그만큼 소비자들과 업체간 수요와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영역임을 증명하는 듯 하다.
코스메슈티컬제품을 홍보하는 문구에는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유명의사들이 오랜 임상경험을 토대로 연구개발했다는 것인데 이쯤 되면 궁금증이 생긴다.
‘정말 그 말대로 의사들이 화장품 연구개발에 참여했을까? 그렇다면 코스메슈티컬제품과 일반화장품은 무엇이 다르고 다르다면 도대체 얼마나 다를까?’라는 의문이다.
사실 의사가 직접 화장품 연구개발에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도리가 없다. 게다가 ‘참여’의 기준을 어디까지로 판단해야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확실히 기억해야할 점은 화장품 개발연구에 유명의사가 참여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화장품’ 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판매하는 코스메슈티컬제품의 성분과 일반화장품의 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명백히 확인할 수 있다.
코스메슈티컬제품은 일반정제수를 기본으로 세라마이드, 히알루론산, 글리세린 등을 함유한 보습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여기에 나이아신아마이드, 아스코빌글루코사이드 등 식약처에서 고시한 미백인증성분을 일정량만 함유하면 미백기능성화장품으로 프리미엄제품이 된다.
이들은 전략적으로 코스메슈티컬제품을 브랜딩하기 위해 병원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게 만들어 제품의 희소성과 전문성을 극대화시킨다. 즉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들어 ‘피부과 화장품은 특별하다’고 믿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정시간이 지나면 일반소비자도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구매가 가능하도록 판로를 확장한다. 결국 코스메슈티컬제품은 수없이 많은 화장품유통채널 중 병원을 선택한 것일 뿐 똑같은 효능의 일반화장품을 프리미엄화장품으로 브랜딩한 뒤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높여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전략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에는 진짜 코스메슈티컬은 없고 가짜 코스메슈티컬을 만들어 내는 유통시장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라건대 우리나라에도 피부에 대한 의학적 지식과 다양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반영한 진짜 코스메슈티컬제품이 출시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