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술을 안 마셨는데도 음주단속에 걸리는 황당한 경우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술을 안 마셨는데도 음주단속에 걸리는 황당한 경우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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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많아졌다. 이에 음주단속도 증가했다. 하지만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마셨다고 오해받거나 심지어 음주단속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술을 마시면 혈중 에탄올함량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음주단속할 때 혈액 속 에탄올양을 측정한다. 또 에탄올이 허파꽈리 모세혈관을 통해서 폐로 확산되는 것을 이용해 호흡으로도 확인한다. 후자는 음주측정법으로 흔히 쓰인다.

문제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음주측정기에 양성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가장 흔한 경우는 알코올이 포함된 구강청정제를 사용했을 때다.

한 연구결과 국내 구강청정제 속에 포함된 알코올함량이 2.6~18.6%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지나치게 오래 머금고 있으면 구강내 모세혈관을 통해서 흡수되기도 하고 소량이라도 입안 점막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알코올이 함유된 구강청정제는 한두번 오물거린 후 바로 뱉는 것이 좋고 사용한 후에는 깨끗한 물로 입안을 바로 헹궈야한다.

드링크제로 마시는 액상소화제(까스○○○), 액상감기약(판○○) 혹은 피로회복제(박○○) 등도 마시자마자 바로 음주측정을 하면 양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마도 제품의 특정 휘발성 성분이 에탄올처럼 인식되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거나 마신 후 바로 헹군 다음에는 사라진다.

알코올이 포함된 음식도 주의해야한다. 대표적인 식품으로 막걸리가 들어간 술빵, 크림에 럼주를 넣어서 만드는 슈크림빵이 있다. 또 소량의 술이 들어가 있는 술 초콜릿, 제조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술을 첨가한 아이스크림도 있고 발효가 되면서 알코올이 생성되는 배맛 아이스크림(탱크○○)도 있다.

유럽에서 감기에 걸리면 와인을 끓여서 차처럼 마신다는 뱅쇼(글루와인 혹은 뮬드와인)도 그렇다. 이것들은 와인에 향신료나 과일 등을 넣고 끓여 만든다. 끓이는 시간이 짧은 경우 소량이라도 알코올이 남을 수 있다. 따라서 마시는 양이 많거나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는 사람이라면 주의해야한다.

가정에서 만든 매실청이나 과일청도 주의해야한다. 만약 당도가 낮으면 의도치 않게 발효가 진행되면서 에탄올이 생성된다. 만약 완전히 발효되면 식초가 되지만 발효가 진행 중에는 에탄올함량이 높아진다. 따라서 일정 시점에서는 매실주나 과일주나 다름없다.

희귀질병에 의한 경우도 있다. 바로 ‘자동 양조장 증후군’ 환자들이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장내에 곰팡이균 같은 효모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탄수화물 섭취 시 과다발효가 일어나 에탄올이 생성·흡수되는 것이다.

실제 이 환자들은 빵만 먹었는데도 만취한 것처럼 비틀거리기도 하고 음주단속에 걸린 사례도 있다. 항생제의 과다복용이나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아직 국내에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이어트 중에도 음주측정기에 양성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탄수화물은 전혀 먹지 않고 고지방식이로만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서 간에서 케톤체가 많이 만들어진다.

케톤체의 일부인 아세톤 때문에 심한 경우 입에서 아세톤냄새가 나기도 한다. 아세톤도 음주측정기에 양성반응을 보인다. 동일한 기전으로 ‘당뇨병성 케톤산 혈증’과 같은 심각한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음주측정기에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음주운전은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최근 음주단속 기준도 한층 엄격해졌다. 술을 한잔이라도 마셨다면 당연히 운전대는 멀리해야한다. 운전을 하겠다면 술뿐 아니라 술이 포함된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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