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헬스경향 공동기획 [치매 이야기(完)] ⑬ 치매환자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회 되기를
대한치매학회·헬스경향 공동기획 [치매 이야기(完)] ⑬ 치매환자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회 되기를
  • 김승현 한양대학교 신경과 교수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2.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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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세계 최장수국이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정책이 그동안 성공적으로 해온 결과라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고령사회가 되면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인 치매. 이를 고려해 치매가 무엇이며 치매의 증상의 다양성과 대처해야 할 일들, 약물학적 치료와 비약물학적 치료, 치매의 현재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공동기획한 ‘치매이야기’를 13회에 걸쳐 소개해주신 헬스경향에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으로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치매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치매환자를 공감하고 보듬어 주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대한치매학회 이사장 김승현(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편집자 주>

김승현 한양대학교 신경과 교수
김승현 한양대학교 신경과 교수

■“치매, 가까운 미래에 누구나 겪을 수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진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를 갖기 위해 서서히 단계적으로 적응하면서 발전하는 ‘생물학적 진화’와 합리적 사회를 위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나아가는 ‘사회적 진화’가 있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언어와 도덕적 철학을 사용한다. 때로는 희생을 통해 종족을 보존하고 미래를 준비했기 때문에 먹이사슬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생명체가 됐다.

자신만의 축복과 안위를 바라는 원시종교를 만들기도 했다가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고등종교를 탄생시켰고 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도덕과 양심에 기반한 사회학적 진화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기적이면서도 가장 이타적으로 진화한 생명체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늘날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변화 속에서 적절한 생물학적 진화가 이뤄질 틈도 없이 급속도로 고령사회에 직면했다. 급증하는 치매환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하는 사회적 진화가 필요해지고 있다. 즉 ‘치매’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사회구성원 전체의 인식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치매는 ‘나도 미래에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해야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을 좀 더 친근하게 보듬고 공감대를 형성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될 수 있다.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운동’이 모든 치매정책 중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치매가 ‘나도 겪어야 하는 숙명’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특정사람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라는 숙명과 함께 겪어야 한다는 것을 공감한다면 치매환자에 대한 개인·사회‥국가적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이기적이지만 나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치매환자에게 조금은 이타적이어야하고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보험을 드는 것처럼 그들의 힘든 상황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품어야한다.

■논리적 설명보다는 따뜻한 ‘공감(共感)’을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는 가장 원시적이며 끝까지 보존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유아기에 적절한 행동과 표현을 할 수 없어도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과 나에게 위협이 되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구분한다.

치매라는 증상 중 인지기능 변화는 늦게 배운 것, 늦게 체득한 것부터 소실되고 오래된 기억과 감정은 끝까지 보전된다. 고위중추에 해당하는 대뇌피질의 기능은 사라져도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의 기능은 끝까지 남기 때문이다.

나에게 잘해주고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에게는 호감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에게는 공격적이 되기도 하고 의심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흔히 망상이나 환각, 환청, 배회, 폭력 등의 이상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치매환자에서 보이는 다양한 비정상적인 행동장애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은 어떤 논리적인 설명보다는 이를 이해주고 공감해주고 품고 안아주면서 “나는 당신의 편입니다 나는 당신을 이해하고 지지합니다”라는 감정적 믿음이 선행돼야한다.

이런 감정적 교류가 없이는 치매환자를 적절히 관리할 수 없다. 즉 치매환자의 이상행동증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고쳐주는 것보다 품어주고 이해해주고 받아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한다. 그래도 해결되는 않을 경우 전문가에 의한 약물치료를 고려해야한다.

치매가 ‘나도 겪어야 하는 숙명’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특정사람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닌 노화라는 숙명과 함께 겪어야 한다는 것을 공감해야한다.

■하나 밖에 없는 뇌…치료보다 예방 위해 노력해야

치매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인병 위험인자만을 조절해도 예방효과가 있다. 식습관개선, 규칙적인 운동, 생활습관교정, 인지중재훈련을 병행할 때 예방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서구에 치매고위험군에 시행하는 ‘핑거(FINGER)운동’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대한치매학회의 조기치매환자를 위한 ‘일상예찬’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치매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일상생활양식과 식습관, 운동방법을 교육하고 공감하고 실천함으로써 치매진행을 예방하고 치료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의 고위중추인 뇌의 다양한 인지기능을 자극하고 훈련하고 재활하는 인지중재치료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곧 전국 모든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서 권고하는 ‘치매예방수칙 3.3.3’을 따라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이 일상 속에서 치매예방을 손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다. ▲ 3권 운동·식사·독서 ▲3금 절주·금연·뇌손상예방 ▲3행 건강검진·소통·치매조기발견으로 누구나 쉽게 기억하고 따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다른 캠페인으로는 ‘진인사대천명’운동이 있다. 3.3.3과 비슷한 개념으로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를 끊고 [사]회 활동을 많이 하고 [대]화와 대인관계를 많이 하고 [천}박하게 술은 먹지 말고 적당히 [명]에 긴 음식인 항산화물질이 많이 포함된 음식과 오메가3가 많은 음식을 먹자’는 운동이다.

치매예방을 위한 노력을 통해 건강한 사회, 치매에서 자유로운 사회, 치매환자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품어주고 공감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다함께 노력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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