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한의학은 과학일까, 유사과학일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한의학은 과학일까, 유사과학일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12.31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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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며칠 전 모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2018 과학기자대회 콘퍼런스 자료집에 필자의 사진이 실렸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한 발표자가 ‘엉터리 유사과학에 대한 연구자의 사회적 책임’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유구한 엉터리 유사과학의 역사’ 소제목 슬라이드에 필자의 방송을 캡처한 사진이 실린 것이다.

사진에는 ‘지렁이의 효능은?’ 이란 질문에 필자가 “심혈관질환이나 중풍 후유증에 의한 마비증상에도...”라고 설명을 하는 내용이 자막처리가 되어 있었다. 발표자는 필자의 설명을 사실적 근거가 부족한 유사과학의 예로 든 것 같다.

필자가 방송에서 언급한 지렁이의 효능은 본초강목과 같은 한의서에 기록된 중풍을 치료한다는 문헌적 근거와 함께 다양한 연구기관의 실험적 연구결과들까지 모두 근거로 삼은 것이었다.

이에 항상 근거를 중심으로 방송하고자 노력해 온 필자의 명예가 공개적으로 훼손됐을 뿐 아니라 한의학까지 유사과학으로 폄훼됐기에 반론하고자 한다.

지렁이 추출물에 대한 연구를 보면 ‘Lumbricus Rubellus의 항응고제/섬유소 용해 효소제(생화학분자생물학회, 1995, 28:2)’, ‘구인 추출물의 섬유소 용해 및 항응고제 효과(대한약학회지, 1995, 39:6)’가 있다. 그리고 ‘지렁이 분말의 생체 내 혈전치료제, 항응고제, 섬유소용해 작용의 평가(대한약학회지 영문판, 20:1, 1997)’, ‘항혈전 및 섬유소용해 효과에 대한 지렁이분말의 용량의존성(대한약학회지 영문판, 21:4, 1998)’ 등 논문도 찾아 볼 수 있다.

Lumbricus Rubellus는 지렁이의 학명이다. 한약으로는 ‘구인(蚯蚓)’이란 이름으로 처방된다. 해당 논문들은 보면 지렁이추출물에는 혈전용해나 항응고성분이 있기 때문에 심혈관질환이나 중풍에 도움된다고 말할 수 있다.

콘퍼런스 발표자는 관련 연구 논문들까지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필자가 단지 고전 한의서의 기록만을 언급한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한편으로는 한의사의 말이나 한의학적 내용이라면 무작정 유사과학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 지 안타깝다.

물론 논문이 있다고 해서 모두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결과 또한 유사과학의 시행착오를 거쳐 왔고 정설도 가설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역시 고전의 기록이라고 해서 모두 유사과학이라고 치부해서도 안 된다.

침을 예로 들면 서양에서는 침의 효과를 과거 수십년 동안 플라시보효과로 여기다가 현재는 엠디앤더슨 암병원, 하버드 다나파버 암센터등 미국의 주요 암 병원 73%가 침치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과학적인 검증방법을 통해서 침치료의 효능이 인정된 결과다.

한약에 대한 효능도 분자생물학적인 연구방법이나 임상연구를 통해서 수많은 연구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특정 한약재나 특정 처방이 한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한의서의 문헌적·역사적 근거를 시작으로 실험적·임상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신약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한의학은 이론에서 머무는 추상적 학문이 아닌 근거중심에 입각한 재현성 높은 실증적인 학문이다. 한의학적 치료를 ‘주관적이다’ 또는 ‘유사과학이다’라고 비판하기 이전에 검증할 수 있는 도구를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한의사들에게 현대적인 의료기기 활용을 보다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진단과 치료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설령 전·근대한의학과 관련된 많은 내용이 유사과학의 범주에 속해 있었을지라도 현대한의학은 객관성을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현대한의학은 한 시대에 머물러 있었던 신화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한의학은 과학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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