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인류 건강 위협하는 약제내성…‘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특별기고] 인류 건강 위협하는 약제내성…‘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 김창기 SCL 서울의과학연구소 전문의(진단검사의학과)ㅣ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9.01.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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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L 서울의과학연구소 김창기 전문의(진단검사의학과)
김창기 SCL 서울의과학연구소 전문의(진단검사의학과)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탄생 이후 많은 종류의 항생제가 개발돼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항생제는 감염질환 극복에 많은 도움을 줬고 결과적으로 인류 수명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 약제에 내성이 생기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항생제를 개발하거나 다른 계열의 항생제를 사용하면 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발되는 항생제의 수도 감소하고 있으며 여러 약제에 동시에 내성을 갖는 균주가 등장하면서 치료에 이용할 약제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한 해 70만 명이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고 2050년에는 1000만 명이 약제내성으로 인해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항생제내성을 심각한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항생제내성 확산을 막기 위해 6가지 주요 내성세균을 지정감염병으로 관리했다. 이 중 2017년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em 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 감염증’이 3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됐다.

카바페넴은 강력한 항균력을 가진 베타락탐(beta-lactam) 항생제로 중증 세균감염 치료에 주로 이용된다. 그동안 카바페넴 항생제 사용이 늘면서 병원감염의 흔한 원인균인 녹농균이나 아시네토박터균에서 카바페넴 내성률이 높아졌지만 대장균과 같은 장내세균(Enterobacteriaceae)에서 카바페넴 내성은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카바페넴 분해효소를 생성하는 장내세균이 미국과 유럽에서 증가하기 시작했고 결국 NDM-1이나 KPC 같은 내성유전자를 가진 세균이 국내에도 전파됐다. 초기에는 일부 병원에서 혹은 특정지역에만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2017년 5438명, 2018년 1만899명의 CRE 감염증환자가 신고됐다. 국내 의료환경상 의료기관 간 환자 이동이 빈번하고 3차 의료기관을 선호하는 특성 때문에 CRE 감염증 확산율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중증환자의 경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장기간 입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형태의 의료기관은 감염관리에 취약, 내성균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CR E감염증은 카바페넴뿐 아니라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인 경우가 많아 약제 선택이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약제 부작용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던 콜리스틴(colistin)이라는 약제까지 처방하는 상황이다. 대장균이나 클렙시엘라(Klebsiella) 균과 같은 장내세균은 지역사회감염과 병원감염의 흔한 원인균으로 요로감염, 폐렴, 창상감염 등을 일으킨다.

따라서 CRE 감염증 확산은 보건학적 파급력이 매우 크다. 일부 내성균은 이미 토착화돼 높은 내성률을 보이고 있는데 CRE 감염증은 최근에 와서 분리건수가 증가하고 있어 아직 토착화 이전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CRE 감염증 확산을 막아야 한다. 보건당국에서도 이를 위해 CRE 감염증을 3군 감염병으로 변경해 전수감시 중이며 집단발병이 의심되면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CRE균은 주로 접촉으로 전파되는데 장내세균의 특성상 장내에 보균하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힘들다. 보균자는 분변을 통해 CRE균을 계속 전파할 수 있다. CRE 관리는 다른 내성세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 씻기와 병원 내 감염관리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CRE 감염증 발생 시 격리조치를 하고 필요 시 역학조사를 실시해 감염원을 찾는다.

현재까지 보균자에서 CRE균을 제거하는 마땅한 방법은 없다. 신속하게 진단해 격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검사실의 역할도 중요하다. 검사실에서는 병원균을 분리해 내성여부를 확인하고 CRE 보균여부를 확인하는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를 통해 효율적인 감염관리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세균에서 다양한 내성균이 발생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슈퍼 박테리아에 대한 기사도 종종 접하고 있다. CRE 감염증은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이고 철저히 관리한다면 예전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항생제 개발속도에 비해 내성균의 확산이나 발생이 더 빨라진다면 우리는 효과적인 항생제가 없는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우리가 항생제 내성과의 싸움에서 이겨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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