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매일같이 출근했던 곳인데... 많이 허전하겠지만 제 삶의 커다란 일부였던 을지대학교병원에서의 추억을 늘 간직할 겁니다.”
2018년 마지막 날, 동장군이 기승을 부렸지만 을지대병원 안은 온기로 가득했다. 바로 영양팀에서 37년간 근무한 장영숙 조리사의 퇴임식 현장이다.
장 조리사의 올해 나이는 일흔 둘. 을지대병원이 1981년 대전을지병원이란 이름으로 목동에 처음 터를 잡았을 당시부터 37년간을 함께 해온 것이다.
을지대병원에 따르면 장영숙 조리사는 성실 그 자체였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조리실 곳곳을 살피며 할 일을 찾았고 개원 초창기에는 조리일 뿐 아니라 김치와 된장, 고추장까지 직접 담근 후 장독대 관리까지 도맡았다고. 특히 장 조리사는 손맛이 좋기로 유명해 삼시 세 끼를 모두 병원에서 해결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장 조리사는 “직원과 환자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늘 감사했다”며 “특히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던 환자가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나 뿌듯했고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일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하는 와중에도 3남매를 키워낸 장 조리사는 “입사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 딸들이 이제는 나이 50이 다 됐다“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다른 엄마들만큼 챙겨주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을지대학교병원에서 37년간 열심히 일한 덕에 자식들 공부도 가르치고 결혼도 시키며 남부럽지 않게 키워낼 수 있었다“고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1987년부터 장 조리사와 함께 일 해온 여인섭 영양팀장은 “영양팀의 터줏대감으로서 때론 언니처럼 때론 엄마처럼 이끌어 주셨는데 떠난다고 생각하니 빈자리가 벌써부터 느껴진다”며 “함께 하는 동안 참 고마웠고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하용 을지대학교병원 원장은 퇴임식에서 장 조리사에게 공로패를 수여한 뒤 “그동안 을지대학교병원을 위해 헌신해 주신 것을 저희는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을지대학교병원과 을지가족이 장 조리사님의 새로운 내일을 응원하겠다”고 덕담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