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⑮ 극심한 통증 ‘섬유근육통’ 엄살이 아닙니다!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⑮ 극심한 통증 ‘섬유근육통’ 엄살이 아닙니다!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l 정리·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9.01.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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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통증은 언제나 나에게는 새롭지만 지인들에게는 금세 지겹고 흔한 일이 된다.”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말이다. 겉보기에는 아픈 곳이 없어 보이지만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섬유근육통환자들에게는 뼈에 와 닿는 말일 것이다.

섬유근육통은 원인을 모르는 극심한 통증이 전신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검사해도 아무 이상 없고 신체에 어떤 변화도 나타나지 않아 대다수 환자들이 답답해한다. 

이 때문에 필자는 섬유근육통환자가 한의원에 오면 모든 검사를 생략하는 대신 ‘섬유근육통 평가설문지’를 스스로 작성하게 한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통증을 점수로 표현한다면 어느 정도인지, 통증으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이 얼마나 되는지를 환자가 직접 작성하게 한 후 상담을 시작한다. 이후 매달 평가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해 상태가 얼마나 호전되는지를 파악한다.
 
그렇다면 섬유근육통환자들은 과연 얼마나 아픈 것일까. 2013년 발표된 섬유근육통에 관한 연구가 있다. 무작위로 통증이 심한 섬유근육통환자 12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침 치료로 통증개선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실험했다. 

여기에서도 통증을 환자가 주관적으로 평가했는데 대표적으로 VAS(Visual Analog Scale)와 MPQ(McGill Pain Questionnaire)가 사용됐다. VAS는 0mm(통증 없음)~10cm(가장 극심한 통증)의 잣대 안에서 자신의 통증이 어느 정도에 위치하는지를 표시하는 것이다. MPQ는 통증의 주관적 느낌을 여러 통증과 비교해 0~50점까지 수치화한 것이다.

섬유근육통 진단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는 환자. 사진출처 : 위너한의원
섬유근육통 진단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는 환자. 사진출처 : 위너한의원

모든 환자의 VAS평균값은 7.83점이었다. 최대통증이 10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더 놀라운 것은 MPQ측정값이다. 섬유근육통환자들의 평균 MPQ점수는 40.755점이었다. 이는 남성이 고환을 강하게 맞거나 여성이 첫 출산 시 느끼는 통증보다 더 높은 수치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절단 시의 고통과 맞먹는 수준이다. 

첫 출산만큼이나 심한 통증을 수시로 겪는 환자들의 삶이 과연 어떨까. 건강한 사람은 상상조차 못할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섬유근육통환자들은 통증뿐 아니라 또 하나의 큰 비애를 겪고 있다. 가족과 주변인이 아픈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출산을 할 때는 남편과 가족들이 지지하면서 산모의 고통을 이해해준다. 

반면 섬유근육통환자들은 겉으로 멀쩡하다 보니 통증을 호소할수록 주변사람들의 눈에는 엄살처럼 보이기 쉽다. 또 병원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어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할 때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신을 이해해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하소연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섬유근육통을 빠른 시간 안에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반복되는 통증은 환자를 위축시키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따라서 무엇보다 이들에 대한 이해와 격려가 필요하다. 이들의 극심한 고통을 이해하고 좀 더 따뜻하게 감싸주는 배려야말로 특효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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