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외국의 지인들과 화장품시장조사를 위해 동행하다 보면 이들이 공통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있다. 바로 ‘화장품성분’과 ‘유통기한’이다. 화장품의 성분확인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유통기한에 특별히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해 물어보니 가능한 한 사용기간이 긴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제품마다 제각각인 화장품유통기한의 정확한 기준과 확인방법은 무엇일까? 오늘은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피부건강을 위해 화장품의 성분만큼이나 중요한 유통기한과 사용기한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장품 제조일자표시 의무화’로 화장품에 제조일자(화장품이 생산된 날짜), 유통기한(화장품이 제조된 날부터 제품의 변질 없이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유통되는 기간), 사용기한(개봉 후 제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한)’을 기재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제품별로 특성에 따라 유통기한을 정하는 기준은 따로 없기 때문에 화장품회사가 자체적으로 유통기한을 결정하고 표기한다. 이때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해당화장품의 효능유지기간이다. 화장품제조 시 들어간 성분들은 일정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부의 열, 공기 등과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분해가 이뤄진다. 그러면서 본연의 효능이 떨어져 결국 무용지물로 전락한다. 특히 외부의 열에 취약한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개봉 후 최대한 빨리 소진해야한다.
두 번째는 여러 가지 세균으로부터 화장품이 오염되지 않는 기간이다. 화장품은 정제수(물)가 기반인 데다 오랜 기간 유통해야하기 때문에 균에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정제수함량이 많은 토너의 경우 균에 의해 쉽게 오염되기 때문에 이 역시 개봉 후 가능한 한 빨리 써야 한다.
이처럼 화장품회사들은 제품특성에 따라 각각 유통기한을 달리 표기한다. 이 때문에 화장품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유통기한을 일원화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니 일반소비자들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꼼꼼히 살펴봐야 할 화장품유통기한. 좀더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화장품용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제조날짜 및 유통기한(예를 들어 2019년 1월 1일까지라면 ‘20190101’로 표기)이 표시돼 있다. 이 유통기한 안에 화장품을 개봉해야하며 개봉 후에는 용기에 표시된 ‘뚜껑 열린 화장품심볼’의 ‘6M’ ‘12M’ 등의 숫자를 먼저 확인해야한다(상단 이미지 참조). 이 숫자는 사용기한으로 개봉 후 6개월 또는 12개월 안에 소진해야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설령 개봉하지 않았더라도 2019년 1월 1일이 유통기한이었다면 이미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며 2020년 1월 1일까지가 유통기한인 제품을 2019년 1월 1일 개봉한 상태에서 ‘6M’이라고 표기돼 있다면 2019년 7월 1일 이전에 소진해야한다는 의미다.
즉 제품에 사용된 성분의 특성 및 함량에 따라 사용 가능한 기간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유통기한’과 ‘사용기한’을 반드시 비교한 다음 구입해야하고 개봉 후에는 소진시간을 적절히 조절해 사용기한 내에 다 써야만 한다.
지나치게 긴 유통기한을 자랑하는 화장품은 필연적으로 방부제를 많이 넣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지인 한 분이 “화장품의 방부제 때문에 우리 피부도 방부 처리돼 늙지 않겠다”고 말해 큰 웃음을 준 적이 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자연스러운 노화를 화장품방부제로 늦출 수는 없다. ‘화장품의 성분은 꼼꼼히 따지지만 지나치게 긴 유통기한을 원하는 외국친구들의 선택이 그저 방부제에 대한 환상은 아니었겠지?’라는 생각을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