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병명 모른대요”…3중고 겪는 희귀질환자들의 이야기
“의사도 병명 모른대요”…3중고 겪는 희귀질환자들의 이야기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9.01.18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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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만 큰 고통, 희귀질환 ①
병명 몰라 환자는 병원 떠돌아
치료제 없는 희귀질환도 있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3중고’

‘건강이 최선이다.’ 누구나 동의하는 말입니다. 건강이 나쁘면 금은보화도 소용없기에 작은 병이라도 걸리면 우리는 최대한 빨리 치료받곤 합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아픈데도 속수무책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병명도 몰라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합니다. 이는 ‘희귀질환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신체·정신·경제적 ‘3중고’를 겪는 희귀질환자들의 목소리를 ‘적지만 큰 고통, 희귀질환’ 기획기사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환자수 2만명 이하를 나타내는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보기 드문 질환’이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확인된 희귀질환은 약 7000여 종이며 총 환자수는 3억5000만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1200여종 이상의 희귀질환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수는 2016년 기준 103만명이지만 현재 조사 중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오지영 교수는 “환자수만 보면 100만명이 넘지만 이는 다양한 종류를 합친 것이기 때문에 각 질병마다 치료상황은 다르다”며 “급여화된 치료제가 있는 질병이 있는 반면 병명도 모르고 치료제조차 없는 희귀질환이 있어 치료조건은 천지차이다”고 말했다.

희귀질환자 중 약 70%가 질병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미진단 의료난민’ 상태로 남아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신의 병명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환자들은 평균 7.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문 만큼 진단도 어려운 ‘희귀질환’

희귀질환의 가장 큰 문제는 특성상 환자가 드문 만큼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희귀질환은 질환정보를 찾기 어렵고 관련 전문의가 부족한 현실이다. 또 임상적인 양상이 복잡해 진단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또 전체 환자 중 약 70%가 의료기술의 한계로 인해 질병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미진단 의료난민’ 상태로 남아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환자들이 병원을 이곳저곳 떠돌며 자신의 병명이 무엇인지 아는데 평균 7.6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희귀질환자 중 약 62.2%가 잘못된 질병으로 진단받는 ‘오진’을 경험했으며 이중 약 21.6%는 4회 이상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김모 씨(62세)는 “아파서 병원에 가도 내가 무슨 병인지 모르니 치료받을 길이 없다”며 “이곳 저곳을 떠돌다보니 치료받을 수 있는 시기를 놓쳐 조바심만 난다”고 털어놨다.

우리나라 희귀질환자 5명 중 1명 이상이 증상을 알고 난 다음 진단받는 데까지 3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지연·진단방랑, 고스란히 환자부담으로

진단지연은 결국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고 이는 결국 병의 악화로 이어진다. 오지영 교수는 “실제로 병명을 알기 위해 환자가 떠도는 ‘진단방랑’을 겪게 된다”며 “이는 반복적인 검사로 이어져 추가비용을 유발하고 이러한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희귀질환자 5명 중 1명 이상이 증상을 알고 난 다음 진단받는 데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으로 1년 내 진단율은 50% 내외로 밝혀져 절반 이상은 진단조차 못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희귀질환자는 진단받는 약 3년 동안 평균 548만원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 가서 검사받는 것 자체가 돈이기 때문에 진단을 포기하는 환자도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지영 교수는 “통증이 심한 검사나 조직검사가 반복적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어 환자부담은 배가된다”고 밝혔다.

어렵게 희귀질환으로 진단받아도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 중 약 95%가 허가받은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80%가 유전인 희귀질환, 경제부담까지 대물림

가장 큰 문제는 희귀질환이 후손 대대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약 80%가 유전질환인 희귀질환은 특성 상 한 가정에서 여러 환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한 가정에서 부담하는 경제적인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대부분이 평생에 걸쳐 치료해야하기 때문에 치료비는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오지영 교수는 “더 심각한 문제는 어렵게 진단받더라도 치료법이 없는 경우다”며 “실제로 희귀질환 중 약 95%가 허가받은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희귀질환자는 질병 자체로 인한 신체적 고통과 함께 정신적, 경제적 고통까지 ‘3중고’를 겪게 된다”고 강조했다.

희귀질환자 대다수는 아픈 몸 때문에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오지영 교수는 “이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희귀질환자는 저소득층으로 내몰리게 된다”며 “저소득층이 되면 결국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게 되고 이는 또다시 건강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희귀질환자의 의료비부담을 줄이고 조기진단과 치료를 목표로 지난 9월 복지부의 희귀질환 지원대책이 발표됐다. 이처럼 희귀질환자를 돕기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약제접근성, 진단 및 급여기준 등 극복해야할 장애물이 많다는 분석이다. 희귀질환자가 버거운 3중고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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